전기료 月3000원-가스료 月4400원씩 오른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각각 5.3% 인상… 오늘부터 적용
한전-가스公 적자 해소엔 역부족
15일 서울 종로구 주택가에 설치된 전력량계. 정부는 16일 사용분부터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8원, 가스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올린다고 발표했다. 뉴스1
16일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4인 가구 기준 월 7400원가량 오른다. 물가 부담 우려로 한 달 넘게 시간을 끈 요금 인상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요금 수준이 원가를 밑돌아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막대한 적자를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올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16일 사용분부터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8원(146.6원→154.6원), 가스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19.69원→20.73원) 오른다. 기존 전기 및 가스요금에 비해 5.3%씩 인상된 것이다. 월평균 332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 전기요금은 기존 월 6만3570원에서 6만6590원으로 3020원 오른다. 도시가스를 월평균 3861MJ 사용하는 4인 가구는 기존 8만4643원에서 8만9074원으로 4431원을 더 내야 한다. 전기요금 인상분은 가정용, 산업용 모두에 적용되며 가스요금은 민수용(주택용, 일반용)에만 적용된다.
정부는 이날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방안도 내놨다. 이들에게는 향후 1년간 요금 인상분 적용을 유예한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3년에 걸쳐 인상분을 나눠 낼 수 있도록 했다.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 캐시백’을 확대해 전기 사용량을 20% 이상 절약하면 kWh당 최대 100원까지 전기요금을 깎아준다.
정부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약 2조6000억 원의 한전 적자가 해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한전의 올해 예상 적자 약 8조4000억 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대제철 전기료 年560억 늘어… 상가 자영업자 月9000원 더 부담
철강-반도체-석유화학 업종 타격
경기침체속 전기-가스료 부담 가중
올해 물가 0.1%P 더 끌어올릴 듯
16일부터 오르는 올 2분기(4∼6월) 전기요금은 가정용과 산업용, 농업용 모두에 적용된다. 특히 전기를 많이 쓰는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업종 기업들의 원가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근원물가가 4%대로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전기, 가스요금 동시 인상은 서민들의 물가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정부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1년간 전기요금 인상분을 적용하지 않는 등의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2분기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8원 오른다. 월평균 전력사용량이 332kWh인 4인 가구 기준 전기요금이 6만3570원에서 6만6590원으로 3020원가량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전기요금은 지난해 7월 인상(kWh당 5원) 이후 10월(7.4원), 올 1월(13.1원), 이달까지 세 차례 올랐다. 이에 따라 누적된 전기요금 인상분이 올여름에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냉방비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 안팎에선 이번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내려왔지만 개인서비스 등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가정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원가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에 따르면 계약전력 300kW 이상 기업이 월평균 53만600kWh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전기요금은 월평균 424만5000원 늘어난다. 전기를 많이 쓰는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기업들의 부담이 특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의 전기료 부담은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자동차, 조선, 건설 등 타 산업으로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
포스코는 2021년 기준으로 외부에서 약 2.85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구매했다. 전기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대제철은 같은 해 7.04TWh를 구매해 삼성전자(18.41TWh), SK하이닉스(9.21TWh)에 이어 세 번째로 전기 사용량이 많았다. 현대제철의 경우 kWh당 8원이 오르면 560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으로 건설업계에서 주로 쓰이는 봉형강과, 현재 조선업계와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후판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논평을 내고 “한전의 33조 원 적자 등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라면서도 “경제가 어렵고 수출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향후 추가적인 요금 인상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들의 원가 부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계약전력이 10kW인 일반상가는 월평균 1000kWh를 사용할 경우 전기요금이 월 9060원가량 오른다. 특히 24시간 영업을 하는 PC방이나 노래방, 전기 사용량이 많은 빵집 등의 요금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곽모 씨(61)는 “에어컨까지 틀면 전기료가 현재보다 40% 오를 텐데 비용 부담에 폐업하거나 운영시간을 줄이는 추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A 씨(30)는 “엔데믹 후 나들이 손님이 늘 것에 대비해 가게를 확장하고 커피 기기도 들여왔는데 전기료 인상 날벼락을 맞게 생겼다”고 했다.
정부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난해 월평균 전력사용량(313kWh)까지는 올해 요금 인상분을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요금 유예기간은 내년 3월까지다. 취약계층은 장애인, 국가·독립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3자녀 이상·대가족·출산가구다. 농사용 요금의 경우 16일 2.7원, 내년 4월 2.7원, 2025년 4월 2.6원으로 나눠 인상한다.
전력수요 감축을 위해선 주택용 에너지 캐시백 제도를 올 7월부터 확대 시행한다. 에너지 캐시백 제도는 과거 2개년 평균 대비 전력 사용량을 3% 이상 줄이고, 동일 지역 참여자의 평균 절감률 이상을 달성하면 kWh당 30원을 돌려주는 제도다. 정부는 기존 전력 사용량 절감률을 5% 이상 달성하면 kWh당 최대 70원을 돌려주는 차등 캐시백 제도를 추가로 시행한다. 또 에너지 바우처 지급 대상을 기존 생계·의료 기초수급생활자 중 더위·추위 민감계층에서 주거·교육 기초수급생활자 중 더위·추위 민감계층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정서영 기자, 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