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파산
이이지마 유코 지음 | 정미애 옮김
매경출판
2017년 07월 15일 출간
비정규직에 낮은 임금,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유리 천장과 승진 차별을 겪는 여성들
대한민국 여성들의 유리천장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28개국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25.6점을 받아 꼴찌를 차지했다. 실제 노동임금 비율로 따져도 성별 임금격차가 크다. 남성 대비 여성 임금은 63.3%에 불과한 수준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정규직 근로자의 급여가 남성 비정규직보다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여성 정규직의 실제 근로시간은 182시간으로 남성 비정규직의 138시간에 비해 매월 44시간을 더 일하고 있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도 커서 문제지만, 남녀 차이가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다. 2000년부터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여성이 자녀 양육과 가사 노동까지 짊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여성은 차별 가득한 노동시장에서 그 지위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계속 저평가되고 있다. 특히 성별에 따라 주로 일하는 직종도 분리되어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여성 가구주가 꾸준히 늘면서 빈곤율도 늘고 있다. 2012년 현재 여성이 가구주인 가구의 절대 빈곤율은 20.1%인 데 비해 남성이 가구주인 가구 절대 빈곤율은 5.1%로 젠더 격차가 4배나 된다. 노동자 1,742만 명 가운데 442만 명(25.4%)이 저임금 계층이고 여성 노동자의 40%가 저임금 노동자다. 여성 전체 노동자의 약 40%가 ‘일을 해도 가난한’ 근로 빈곤계층인 것이다.
《여성파산》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열심히 일하고 끊임없이 저축하지만 여성들이 왜 가난할 수밖에 없는지 그 흐름과 이런 상황을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의 모순을 짚어낸다. 우리보다 먼저 여성의 빈곤에 주목한 일본의 사례를 통해 그동안 비정규직과 남성의 문제에 밀려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의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OECD에서 조사한 국가별 남녀임금 격차의 순위.
한국이 타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출처 : OECD, Gender Wage Gap, 2015)
여성에게 더 가혹한 노동 환경
그럼에도 여성 문제가 외면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처럼 여성 문제가 심각한데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나은 혜택을 받는 일은 결코 없다. 또한 여성의 빈곤은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오히려 남성보다 빈곤율도 높고 상황도 더 나쁘다. 가난은 각자 사람들의 코앞까지 다가온 상태지만 빈곤이 문제가 되는지 여부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더라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 독립했지만 미혼인 여성, 결혼한 여성, 그리고 한부모가정을 꾸린 여성의 경우가 각각 다른 생활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남성이나 노년의 빈곤이 비슷한 양상을 드러내며 사회적 관심을 받았던 것에 반해 상대적으로 여성의 빈곤과 생활상이 잘 잡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지은이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여성들의 삶을 인터뷰를 통해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했다.
일본 역시 2000년대 이후 고용의 비정규화가 진행되면서 일하는 사람 중 3분의 1이 비정규직이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기업들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임금 인상을 실시하고 있으나 비정규직 고용률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특히 청년 고용의 비정규화가 현저하며, 그중 가장 심각한 지점은 젊은 여성의 비정규화다. 예전에는 10% 정도였던 젊은 여성(15~24세)의 비정규직 비율은 현재 무려 40%에 달한다. 특히 비정규직 고용률은 학력에 따라 그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5세부터 34세 여성 중 고졸까지(중졸, 고교 중퇴 포함)의 학력인 경우 비정규직 비율은 60%에 가까웠으나, 대졸 이상인 경우에는 30% 정도에 머물렀다. 대한민국에서도 11개월 근로 후 11개월 재계약이라는 비정상적 방법이 동원되고 있어서 현재 한국과 일본 모두 여성은 법의 영역 밖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비정규직은 임금이 낮고 해고가 쉽다. 게다가 고강도 노동이나 성희롱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취약했다. 비정규직은 계약기간 갱신이 상사의 손에 달렸기 때문에 성희롱을 당해도 어떤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
여성에게 더 가혹한 노동 환경
그럼에도 여성 문제가 외면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처럼 여성 문제가 심각한데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나은 혜택을 받는 일은 결코 없다. 또한 여성의 빈곤은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오히려 남성보다 빈곤율도 높고 상황도 더 나쁘다. 가난은 각자 사람들의 코앞까지 다가온 상태지만 빈곤이 문제가 되는지 여부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더라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 독립했지만 미혼인 여성, 결혼한 여성, 그리고 한부모가정을 꾸린 여성의 경우가 각각 다른 생활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남성이나 노년의 빈곤이 비슷한 양상을 드러내며 사회적 관심을 받았던 것에 반해 상대적으로 여성의 빈곤과 생활상이 잘 잡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지은이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여성들의 삶을 인터뷰를 통해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했다.
일본 역시 2000년대 이후 고용의 비정규화가 진행되면서 일하는 사람 중 3분의 1이 비정규직이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기업들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임금 인상을 실시하고 있으나 비정규직 고용률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특히 청년 고용의 비정규화가 현저하며, 그중 가장 심각한 지점은 젊은 여성의 비정규화다. 예전에는 10% 정도였던 젊은 여성(15~24세)의 비정규직 비율은 현재 무려 40%에 달한다. 특히 비정규직 고용률은 학력에 따라 그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5세부터 34세 여성 중 고졸까지(중졸, 고교 중퇴 포함)의 학력인 경우 비정규직 비율은 60%에 가까웠으나, 대졸 이상인 경우에는 30% 정도에 머물렀다. 대한민국에서도 11개월 근로 후 11개월 재계약이라는 비정상적 방법이 동원되고 있어서 현재 한국과 일본 모두 여성은 법의 영역 밖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비정규직은 임금이 낮고 해고가 쉽다. 게다가 고강도 노동이나 성희롱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취약했다. 비정규직은 계약기간 갱신이 상사의 손에 달렸기 때문에 성희롱을 당해도 어떤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
여성의 노동 환경을 파악하고 미래를 논의하다
여성의 생애주기를 고려할 때 남성과 다른 큰 특징 중 하나는 임신과 출산이다. 하지만 지금은 10대에 아이를 낳아도, 40대까지 출산을 미뤄도 비난하는 세상이다. 일본 정부 역시 출산율이 1.57까지 떨어지며 일명 ‘1.57 쇼크’를 맞은 뒤 여러 방안을 구상했다. 여러 제안이 실패한 후에야 저출산 해결을 위해선 기존의 보육 지원뿐 아니라 여성의 임금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앞에서도 말했듯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37%를 넘어섰고,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56%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만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저출산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지닌다. 일본 정부는 희망출산율 1.8을 위해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즉 동일임금 동일노동, 장시간 일하지 않는 새로운 노동 시장, 65세 이후의 노동 장려 등을 두루 고려하고 있다. 또한 2016년 12월에는 ‘비정규직에 대한 비합리적 차별을 금지’하는 정부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미혼율 증가와 저출산의 큰 요인으로는 젊은 남성의 고용 불안도 하나의 원인이다. 실제로 남성의 수입과 혼인율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입이 낮은 사람일수록 미혼율이 높으며 수입이 높은 사람일수록 미혼율이 낮다. 이 통계는 오랫동안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또 일본국립인구문제연구소가 2010년 실시한 제14회 출생 동향 기본조사에서는 ‘결혼의 걸림돌’로 남녀 모두 40% 이상이 경제적 문제를 들었다. 여성의 경우 남성만큼 현저하지 않지만 정규직 여성이 비정규직 또는 무직 여성에 비해 혼인율 및 출산율이 높다. 가계경제연구소의 10년에 걸친 패널조사에 따르면, 25세일 때 미혼이었던 여성 중 정규직이었던 여성이 무직 또는 프리터였던 여성보다 결혼할 확률은 물론 출산할 확률도 높다. 이처럼 저출산을 벗어나고자 대책을 세운다면 먼저 혼외자 차별을 없애고 비혼모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여성파산》은 현재 여성의 현재 지위, 노동 현실, 삶의 고통을 인터뷰를 통해 세심하게 들여다보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개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여성의 빈곤은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상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는 별도로 지역 단위에서 제공 가능한 지원들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의 가난함을 드러낼 수조차 없는 여성들’을 가시화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제대로 된 직장도 안 다니는 주제에, 세금도 제때 못 내는 주제에, 결혼도 안 한 주제에, 자식도 없는 주제라고 비난하는 태도를 버리고 각자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삶의 고통을 느끼지 않는 사회를 모두가 만드는 일 역시 중요하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는 것은 동정이 아닌 국가의 의무이자 시민의 의무이다. 여성의 가난은 실존하고 더 이상 모른 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책속으로 추가]
또 가처분소득이 낮지만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여성이 빈곤층이라면 전업주부는 어떻게 되는 거냐는 지적도 받는다. 맞는 말이다. 오해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빈곤과 아주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남편이 아무리 고소득자일지라도 남편과 이혼한 뒤 직장은 물론 의지할 가족도 없다면 순식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의 높은 빈곤율을 보면 알 수 있다.
_빈곤이란 무엇인가?
먼저 고용 문제부터 살펴보자. 현재 남성 일반 노동자의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 일반(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70.9, 여성 아르바이트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50.5밖에 되지 않는다(후생노동성, 〈임금 구조 기본통계 조사〉, 2012년).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줄여가는 일은 중대한 과제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무직자가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며 생활하기에 충분한 임금을 받게 된다면 물질적 빈곤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고용이 안정된 일자리 대부분은 학력이나 경력, 나이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취업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저학력 여성들은 그만큼 불리한 상황이다.
_ 노동 문제를 들여다보다
더욱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 대중의 감시에 노출된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자면, 빈곤층이라며 TV에 방영된 사람의 물건을 하나하나 눈여겨보다가 “이 정도도 갖고 있으면서 무슨 가난 타령이냐”라고 지적하거나 “생활보호를 수급하는 주제에 맛있는 밥을 먹다니 어처구니없다”고 비난하는 경우다. 때로는 이러한 비난에 정치인이 앞장을 서기도 한다. ‘도움을 받아야 할 가난한 자, 약자’가 되기 위해서는 항상 겸손하게 처신해서 동정을 사야 한다. 그러나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강조하는 헌법 25조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누구나 생존할 권리가 있다.
_ 여성의 가난을 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