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은 인류가 최초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고도 8848.86m)를 발 아래 둔 지 7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와 네팔 산악 안내인(셰르파) 텐징 노르가이가 '나란히' 새로운 역사를 일궜다. 당시 노르가이가 먼저 에베레스트에 발을 올렸으며 힐러리에게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아 올렸으니 진정한 초등자는 노르가이란 얘기가 있어왔다.
시대가 그런 시대인지라 한동안 힐러리가 세계 초등자로 서구 주류 언론에 소개됐고, 노르가이는 그의 등반을 도운 성실한 조력자 이미지에 머물렀다. 그러다 21세기 들어서야 진정한 산꾼은 노르가이임을 차츰 많은 이들이 인정하게 됐다. 어쩌면 정당한 자격을 갖춘 이의 업적을 공정하게 인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이를 바로잡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노르가이는 1915년쯤 네팔의 외딴 마을 타미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인도 다르질링에서 이주해 왔다. 그의 어릴 적 삶은 당연히 곤궁했을 것이며,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고산 지대를 등반하는 이를 돕는 짐꾼(포터)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노르가이는 상당한 기여를 했는데도 차별 때문에 인생 초반이 수수께끼로 가득해 더한 편견을 피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는 에베레스트 초기 탐험에 꼭 필요한 존재였던 셰르파 부족 출신이었다. 이들은 워낙 위험에 노출된 부족이다. 지난해에만 산 위에서 125명의 이 부족 출신들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넥스트샤크는 다음날 전했다. 히말라얀 트러스트를 비롯한 조직들은 교육과 안전한 작업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식으로 셰르파 부족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일한다.
셰르파 부족민의 일년 평균 소득은 3800~8800 달러에 그친다. 그들이 감수하는 위험한 일에 견줘 형편없이 적은 액수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과 공정한 대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르가이는 세계 초등에 성공하기 전에 벌써 여섯 차례나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도했다. 반면 힐러리는 이 산이 처음이었다. 따라서 노르가이의 익숙함은 세계 초등 성공을 이끈 열쇠였다. 그런데도 힐러리에게는 영국의 작위가 주어진 반면, 노르가이 목에는 상대적으로 보잘 것 없는 조지 메달이 걸렸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수도 카트만두로 돌아왔을 때 네팔 언론들로부터 집중적인 추궁을 당했다. 그의 국적을 의심하거나 등반 과정의 세세한 일들까지 꼬치꼬치 따져 물었다.
그는 나중에 다르질링에 있는 히말라얀 등산연구소의 수석 강사로서 젊은 학생들에게 등반 기술을 가르치는 데 열심이었다. 또 투어 인솔자로 티베트와 남극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끝내 글을 깨치지 못했다. 대필작가 제임스 램지 울먼이 심하게 편집하긴 했지만 그의 자서전 '눈밭의 호랑이'(Tiger of the Snows)는 그의 유산 가운데 상당한 몫을 차지한다. 그는 네팔과 인도의 국가적 자부심을 상징했으며, 국경을 뛰어넘은 인간다움의 정수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1986년 사망했으며, 화장 후 유해는 다르질링 등산연구소에 안치됐다.
또 전기 영화 '텐징'이 현재 제작 중이다. '솔로'와 '셰르파' , '마운틴'을 연출한 제니퍼 피덤이 메가폰을 잡고 톰 히들스턴이 힐러리 경으로, 윌렘 데포가 영국 탐사대를 이끈 존 헌트 대장 역으로 캐스팅됐다. 그런데 노르가이를 연기할 배우를 물색하는 중이다. 영화는 노르가이의 스토리를 글로벌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그의 업적과 셰르파 부족의 유산을 조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의 아들 노르부 텐징이 이 프로젝트에 간여하며 부친의 삶과 기여에 대한 묘사를 완벽하게 하는지 고증한다.
피덤 감독은 성명을 통해 “텐징 노르가이의 스토리를 스크린에 옮긴다니 이 이상 긴장될 수가 없다”면서 “내 커리어 내내 이 영화를 위해 일해 왔으며, 날 전적으로 믿어준 텐징 가족에게 믿기지 않는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노르부는 “젠은 우리 사람을 존중하고 우리 동네를 이해하며 우리 문화에 깊이 스며든 사람이다. 그녀는 대단한 사람이며 평생 우리 아버지 텐징 노르가이의 얘기에 관심을 가져온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난 그녀가 이 프로젝트를 받아들여 기뻤고, 세상 사람들이 우리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보게 되는 일을 기다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