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548) - 제6회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일본기행록(6)
1. 축제 행렬이 볼만하고 조선통신사가 뜻 있다
5월 4일(목), 어제에 이어 화창한 날씨다. 오전 8시에 오미하치만(近江八幡) 시청에 모여 출발행사를 가졌다. 연휴로 쉬는 날인데도 시 청사의 문을 열어놓고 관계자들이 나와 인사를 한다. 아오키 모시모토 종합정책부장이 시장의 메시지를 대독한다. ‘조선통신사가 걸었던 서울 – 도쿄 대장정에 나선 것을 감사한다. 오미하치만은 조선통신사들의 행적을 중요하게 여겨 이를 담당하는 부서를 별도로 두고 조선인가도를 중요하게 관리하는 등 조선통신사와 친숙한 인연을 맺고 있다. 조선통신사가 갔던 2,000여km의 길중 조선인가도는 이 지역이 유일하다. 조선통신사들을 환영하고 대접했던 기록들이 많이 남아 있고 여러분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금년에 정하는 유네스코 기억유산에 조선통신사 등재가 꼭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를 받아 엔도 대표는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한 이 행사가 국제교류와 친선의 표본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으로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를 본 지인은 ‘조선통신사 파이팅’을 외치고.
8시 20분에 시청을 출발하여 조선인가도를 따라 넓은 평원을 걷는 동안 곳곳에서 모내기가 한창이다. 한 시간 반쯤 지나서 안도성지(安土城址)에 이르러 휴식을 취한다. 안도성지(安土城址)는 오다 노부나카(織田信長, 도요도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이어지는 사무라이 3걸의 하나)가 1576년에 축성한 것으로 당대 최고의 기술과 수많은 인력을 동원하여 천하통일의 기반을 쌓은 유적지다. 오미하치만은 오다 노부나카가 생장한 곳으로 이 지역을 걷는 동안 그와 관련된 장소를 여럿 목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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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이 짙은 안토성지, 인걸은 간데 없고 성채만 남았어라
10시 20분에 안도성지를 출발하여 10분여 걸어 고갯길에 이르니 오미하치만시를 벗어나 히가시오미(東近江)시로 접어든다. 고개 넘어서 역시 넓은 평원, 풍요로운 고장으로 느껴진다. 30여분 걸어 노도가와(能登川)지역에 이르니 주택가의 좁은 도로로 축제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내일은 어린이날(납자, 여자어린이날은 3월 초에 있다.)이자 단오(일본의 단오는 양력 5월 5일이란다), 이를 축하하는 행렬이다. 어른들이 앞장서고 중간에는 어린이를 가마에 태운 행렬, 제일 뒤에는 건장한 청년들이 가마를 메고 으쌰으쌰 소리를 지르며 힘차게 걷는 모습이 장관이다.
12시 경에 아이치(가와愛知川)를 지나 잠시 걸으니 히가시오미시에서 히코네시로 접어든다. 점심은 조용한 마을의 魚安식당, 도시락이 푸짐하고 단오라서 댓잎에 싸 준 떡이 품위 있다. 점심 후 1시 10분에오후 걷기에 나섰다. 오전에 이어 모내기 들판, 한 시간여 걸어 한적한 신사(天滿宮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조선인가도를 따라 히코네 시내를 향하였다. 시가지를 지나 조선통신사들이 묵었던 강국사(江國寺)와 소안사(宗安寺)를 찾았다. 강국사(江國寺) 현판은 조선인 설봉(雪峰)d라 쓴 글씨가 선명하고 소안사는 정사 등이 묵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소안사에 일반통행의 적문(赤門)과 특수통행의 흑문(黑門)이 있다. 오전 출발 때 일본 측 홍보담당 가나이 씨가 이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하였다. 사찰에서는 육 고기가 금물인데 조선통신사들을 접대하기 위해서는 푸줏간 고기를 절 안으로 들여가야 한다. 그래서 일반통행의 대문인 적문 곁에 검은 색의 흑문을 만들어서 고기류는 그곳으로 반입하였다는 것, 흑문 앞에 그런 설명이 적혀 있다.
히코네의 명물은 히코네 성(城), 금년으로 축성 410을 맞는 국보로 3월 18일부터 12월 10일까지 축성410년제(祭, 410년 전인 1607년은 조선통신사가 처음으로 발행한 해이기도 하다.)가 열리고 있다. 이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활동을 곁들여서. 입장시간이 오후 4시 반까지인데 일행이 그곳을 지날 때는 4시 40분, 아쉽게도 성안에 들어갈 수 없어 유감이다. 멀리서 성의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았다. 4년 전에 쓴 기록의 안내 자료로 아쉬움을 달랜다. '축성 이래 4세기의 역사를 가진 히코네 성은 푸른 비와호를 배경으로 지금도 이중으로 된 해자(성곽 둘레에 판 못)로 둘러싸인 녹지가 풍부한 성곽림 가운데에 삼중 백악으로 된 국보 천수각이 덴빈아구라 등의 중요문화재의 성곽을 따라 위풍당당한 자태를 오늘날에 전하고 있다. 성내에는 명승 정원이나 복원된 오모테고텐 등도 있어 귀중한 문화유산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사계절의 경치는 방문객들을 매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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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잡은 히코네 성
목적지인 히코네 시청에 도착하니 5시, 10여 명의 당일참가자들에게 완보증을 수여한 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걷기를 마감하였다. 시청의 고바야시 환경부장이 휴일인데도 일부러 나와 일행을 영접한다.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출입문도 열어 놓고. 1층 게시판에 히코네 시의 인구가 적혀 있다. 46,539세대에 112,660명(여자가 남자보다 1,300여명 많다.). 숙소는 시청에서 20여분 거리의 야마토 호텔, 여장을 풀고 저녁 식사하러 내려가니 한국인 여사장이 일행을 반긴다. 동포가 경영한다니 반가운 일, 다른 일에 종사하다가 호텔을 인수하였다니 충실히 운영하여 성공하시라.
2. 친교를 다진 알찬 민박
5월 5일(금), 걷기 중 가장 더운 날이다. 이날은 어린이날,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어린이 관련인구통계가 눈에 띤다. 15세 이하의 어린이 총수는 1571만 명, 남자가 805만 명이고 여자는 767만으로 여자가 5%가량 적은데 어린이가 36년 째 감소추세란다. 전체 인구는 1억2679만 명, 어린이 인구비율은 12.4%로 46년 째 감소중이라는 보도다.
오전 8시, 히코네 시청에서 출발행사를 가졌다. 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이 참석하여 다른 때보다 활기찬 분위기다. 오쿠보 다카기 시장의 인사말, 조선통신사는 12번 중 10회 히코네를 찾아 강국사, 소안사에 묵었다. 히코네 시에는 유네스토 등재에 필요한 조선통신사 관련유산은 없지만 더 많은 기억을 소유하고 있다. 여러분의 걷기가 기억유산 등재에 큰 역할을 하리라 생각하며 이곳 방문을 환영하고 감사드린다.’ 니시가와 의장은 어려운 길 걷고 있는 것을 존경하며 긴 여정 잘 마치시라 인사하고.
시장에게 물었다. 히코네 성 축성 410년이라니 1607년에 이루어졌다. 그해는 조선통신사가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 한 해, 어떤 연관이 있는가. 시장의 답, 관련 없다. 조금 전에 인사한 이정(伊井) 씨네 18대 종손이 역사에 대하여 전문가이니 한번 확인해보겠다. 여러분과 잠시 같이 걷겠다.
8시 20분에 시청을 출발하여 타루이로 향하였다. 34km로 꽤 긴 코스, 30여분 걸으니 도리이모토에서 조선인가도가 끝나고 나카센도에 접어든다. 평지로 이어지던 도로가 산길로 들어서며 무성한 나무 사이로 오르는 가파른 언덕길이 시작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전망이 좋은 망해치(望海峙, 비와호를 바라보는 고개)에 이르니 호수 쪽이 확 트여 아름다운 경관이다. 천황도 이곳에서 전망을 감상하였고 조선통신사가 지나며 읊은 시도 있는데 화재로 소실되어 내용은 전해지지 않는다. 일행 모두 나름의 감흥을 느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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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치에 올라 바라본 비와호수
망해치에서 녹음 짙은 숲길의 나카센도를 따라 걸으니 미하라(米原)시의 여러 고을을 지난다. 10시 20분경 노중의 연화사에서 잠시 휴식 후 인근 마을을 지나는 동안 어린이를 가마에 태운 행렬이 ‘이어 차’ 라고 외치는 요란한 구호와 함께 등장한다. 그곳 지나서 편의점에 들러 얼음과자로 더위를 식힌 후 경관이 좋은 옛 숙소 사매가이숙(醒井宿)의 맑은 개천에 둘러 앉아 점심을 들고 오후 걷기에 나섰다. 한 시간 여 걸으니 카사이하라숙(柏原宿), 쉬는 동안 냉수와 냉차가 불티난다. 카사이하라숙(柏原宿)에서 40여분 걸으니 시가현이 끝나고 오후 2시 10분 경 기후현에 들어선다. 고즈넉한 시골길을 세 시간여 걸어 목적지 타루이(垂井)에 도착하니 오후 5시, 타루이관광협회에서 일행을 반가이 맞는다. 따뜻한 녹차와 떡을 대접하며 기념품도 안겨주고.
타루이 관광협회는 2년 전 조선통신사 걷기 때 한국대원들을 가정으로 초대하여 묵게 한 민박체험을 이번에도 시행하기로 결정, 한국 대원 10명이 2인 1팀으로 다섯 가정에 초대되었다. 가정마다 초청대상자의 이름을 새긴 환영 종이판을 들고 나와 각 팀별로 초대가정으로 향하였다. 나는 장정윤(여) 씨와 한 팀, 한국어를 공부하는 다카기 노리코 씨가 친구와 함께 안내하고 나고야에 사는 아들 가족까지 합류하였다. 96세의 노모를 모시고 사는 노리코 씨네 저녁식사는 노모와 아들 가족 다섯(아내와 세 딸), 친구, 우리 일행 등 10명이 함께한 큰 모임이 되었다. 모두들 한글로 쓴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식사에 앞서 준비해간 기념품을 전하고 각기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식후에 고향의 봄을 함께 부르고 노리코 씨의 친구 미유기 씨가 깜짝 요술을 펼치는 등 뜻밖의 민박은 예상보다 알차고 즐거운 이벤트였다. 노리코 씨와 미유미 씨는 내일 함께 걷겠다며 기쁜 표정이다. 더운 날씨에 힘들었지만 보람된 날들로 이어지는 일정, 내일도 좋은 날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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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가정, 다카기 노리코 씨 집에 도착하여서
첫댓글 더운 날씨에도 여전히, 굳건하게 걷고 계시는군요?
교수님께서 만나는 일본분들은 굉장히 선하시고 매력들이 넘치십니다.
편견없이 세상을 보는 다정한 사람들...그 비결이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