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발매했습니다. 이름은 VIA... 한국에 계신 제 무척 예쁘신 블로그 이웃님의 아이디와 같은 이름의 이 커피를 알게 된 건, 요즘 스타벅스에서 이 커피를 거의 뿌리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이들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를 꾸준히 구입한 손님들, 특히 카드 구입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새 인스턴트 커피를 패킷으로 뿌리고 있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어서, 저희 집 우체통에도 이 샘플 패킷이 날아들어와 있었고, 물론 우체부인 저도 이 커피 샘플들을 주어진 주소에 배달했습니다.
한 패킷엔 두 봉의 인디비주얼 사이즈로 담긴 인스턴트 커피가 들어 있습니다. 재질은 진공포장이 가능한 재질이고, 아마 이들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인스턴트 커피처럼 큰 사이즈로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패킷을 읽어 보자니, 아라비카 커피로만 만들었으며, 마이크로그라운드, 즉 극미세하게 갈아 놓은 커피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향과 맛의 보존을 위해서는 이런 매우 작은 포장을 필요로 하겠지만, 글쎄요. 인스턴트 커피라고 하면 한국의 '맥심 커피', 또는 미국의 '초이스'나 '맥스웰 하우스' 를 떠올리게 되서, 이런 컨셉트가 과연 이곳에서 얼마나 먹힐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아무튼, 맛은 굉장히 볼드하다는 느낌. 그리고 8온스의 물로 한 잔을 만들라고 되어 있는 그 커피는 적어도 두 잔은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진했습니다. 그리고 다 마시고 나서 미세한 찌꺼기가 조금 남는 걸 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냉동건조방식으로 만든 것 같진 않습니다. 자기들이 주장한대로 극미세하게 간 것 같긴 한데, 향이 살아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인스턴트 커피의 가장 나쁜 점이라면 그 맛에서 불쾌할 정도의 신 맛이 느껴진다는 건데, 적어도 스타벅스에서 나온 이 커피는 그런 느낌은 주지 않습니다. 아마 이같은 점을 오래 유지하려 이런 스몰 패킷 포장으로만 나오는 거겠지요.
이들이 느닷없이 '인스턴트 커피'를 개발해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뿌리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처음, 저는 이들이 인스턴트 커피를 만들었다길래 그냥 아시아나 유럽 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미국 안에, 그것도 '커피의 수도' 라고까지 불리우는 시애틀 안에서 이런 적극적 시장공략 움직임이 있을 때는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물론 신제품 개발을 통한 새로운 마켓의 창출... 이라고는 볼 수가 없었던 것이, 일단 이 패킷을 받은 사람들은 거의 모두 기존의 스타벅스 고객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스타벅스에 의해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스턴트 커피'로 눈을 돌리게 한다는, 조금은 의아한 발상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스타벅스의 이같은 결정엔 현재의 경제 위기가 한몫 했을 것 같다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스타벅스는 6천 7백명의 종업원을 감원하며, 지난해 이미 철수를 발표한 6백개 매장 이외에도 3백 개 이상의 매장을 더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1차로 약 1천 4백명에게 해고 통지서를 발송하고, 장사가 상대적으로 안 되는 매장들의 철수를 단행했습니다. 즉, 기존에 스타벅스 커피를 즐기던 사람들이 갈 수 있는 매장이 줄어들자 이들에게 굳이 매장에 오지 않고도 간편하게 스타벅스를 즐길 수 있게 만드는 방법으로 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죠. 이는 이 커피가 기존의 인스턴트 커피와는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는 데서 추론이 가능합니다. 즉, 기존의 인스턴트 커피 소비자에게 확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는 맛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스타벅스의 기존 고객들이 선호할 수 있는 맛을 만들어 낸 것이지요.
시애틀 지역 스타벅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드라이브 스루' 일 것입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시애틀 지역에서 스타벅스는 자동차를 타고 가던 사람들이 차를 탄 채로 커피를 시켜선 운전석 차창을 통해 돈을 주고받고, 오더한 커피를 받아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이 사람들도 '간편한 것'을 요구하는데, 그들이 잘 가던 매장이 없어졌으니, 그 기존 고객들을 확보한다는 뜻도 있을 것이고, 이것이 가루커피인만큼 활용만 잘 하면 그들이 기존에 마시던 커피드링크들(예를 들어 라테나 모카 같은)을 만들어 마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는, 이제 매장에 와서 커피 마시는 것이 부담스러워지는 기존의 고객들 - 스타벅스의 수익은 지난해 2008년 10-12월 그 전해 동기 대비 6% 감소하였으며, 영업이익은 이전해 동기 2억 81만 달러에서 69% 감소한 6,430만 달러였습니다. 그만큼 손님이 줄어든 것이죠 - 을 노린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사람들의 호응도가 좋다면 앞으로도 계속해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별 인기가 없다면 물론 중단되겠지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언제까지 이를 만들어낼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는데, 요즘 커피를 이렇게 만들어 뿌리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애초에 계약해서 선적받은 커피 원두가 있을 것이고, 그 볶아놓은 원두들조차 매장에서 판매가 되지 않는 까닭에 아마 이런 원두들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즉, 추론이긴 한데, 이 인스턴트 커피의 발매의 뒷켠에 숨은 까닭 중엔, 아마 경제상황으로 인해 팔리지 않는 커피원두의 소모까지도 포함할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커피란 상품이, 특히 볶아 놓고 나면 아무리 밀봉을 잘했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향과 맛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할 터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거의 유효기간에 가까운 커피들이 이런 식으로 재활용되는 것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무튼, 기존의 고객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스타벅스. 어쩌면 이들의 모습은 거품에 의지해 급속히 성장하고, 펀다멘털을 무시한 채 확장을 강행하다가 결국 꺼져가는 거품과 함께 허우적대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현재 모습을 반영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가장 어려운 때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그들의 기존 고객들에게 메일로 샘플을 발송하는 이들의 적극적 경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과연, 이 경제적인 한파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커피계의 철옹성' 스타벅스마저도 바꾸어 놓았으니.
시애틀에서....
첫댓글 아무튼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기인가 봅니다... 물론 내가 변해야 세상도 변하는 가요?
가격이 문제 아닐까요?? 매장에서는 너무 비싸서리~~// 근데,매장이 없어지면 된장녀 들은 어디로 가나??ㅋㅋ
맛있는 된장국이나 청국장 끓여먹으면 어떨까요
가다가 님이 넘 걱정 많이 해주시는 거 아닐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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