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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단신 등 2101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14호(2021. 01.15)
1. ‘8월부터 차 안 다니는 정문……기념사진 맘껏 찍으세요
관악캠퍼스 정문 걷는 공간된다
개선 후 차량은 정문 옆 우회도로로 통행하게 된다
작년 2월 관악캠퍼스 정문 앞 도로 안전지대에 졸업기념사진 찍는 인파가 줄지어 선 모습.
‘샤’ 모양으로 잘 알려진 서울대 관악캠퍼스 정문은 왕복 4차선 도로 위에 서 있다. 항상 차량이 다니기 때문에 기념사진 찍기조차 쉽지 않다. 고아한 대학의 상징으로서 정문의 의미는 약해지고, 일일 차량 1만5,000대가 드나드는 ‘교통 구조물’이 됐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오는 8월이면 이 같은 정문 주변 풍경이 확 달라질 전망이다. 서울대가 정문 주변 환경을 보행자 중심으로 개선하는 ‘서울대 정문 환경개선 사업’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주요 골자는 △정문 주변을 열린 공간으로 전환 △정문 옆 자동차 우회도로의 확보 △정문 앞 교통체계를 개선하는 것.
현재 정문 구조물을 그대로 두고, 주변 환경을 바꿈으로써 서울대 정문의 정체성을 재정립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캠퍼스위원회를 통과한 후 3월 착공, 8월 준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시행 단계에 들어섰다.
1월 현재 추진 중인 안에 따르면 현재의 보행로가 확대돼 ‘샤’ 정문을 품은 광장이 조성되고, 정문 아래로 차 대신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게 된다. 정문을 관통하던 차도는 전기차 충전소 쪽에서 들어와 정문 옆으로 지나도록 우회도로를 낼 계획이다. 정문 부근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매일 혼잡을 빚는 정문 앞 교통 동선도 매끄럽게 정리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정문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는 강준호 기획처장은 지난해 6월 학내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업의 취지를 공유했다. “그 동안 사람이 아닌 차들이 정문 아래를 달리는 살풍경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왔다”며 차량 중심적인 현재의 정문 환경이 야기해온 문제점을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성이다. 보행자가 지금의 정문에 가까이 다가가려면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로 내려가야 한다. 졸업생과 방문객이 차도에서 위태롭게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정문 안팎의 교통 흐름도 원활하지 못했다. 왕복4차선 도로 위에 조형물이 놓여 가용 차로는 사실상 2차선이었다. 정문 옆으로 학교를 빠져나가는 길을 추가했지만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모양새다. 정문 부근에 강남순환도로 나들목이 들어선 후 차량 통행과 사고 위험은 더욱 늘어났다. 정문 앞에 신림선과 서부선 등 경전철역이 들어설 것을 감안하면 교통 환경을 정비해 둘 필요가 있었다.
서울대는 정문을 중심으로 광장을 조성하고, 정문 옆에 왕복 4차선 도로를 새로 만들어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다. 서울대 진입차로를 2차로 확보해 병목현상이 개선될 전망이고, 정문 앞 교차로에서 서울대로 진입하는 동선은 좀더 직선으로 다듬어진다. 관악구청 방면에서 학내로 진입하는 버스 차로도 한 차선 늘리기로 했다.
안전 문제와 별개로 현재 정문을 둘러싼 환경이 학교의 상징인 정문을 권위적이고 고립된 이미지로 만들고 있다는 아쉬움도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이 됐다. 학내 건축으로는 드물게 초기 단계부터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했다. 강준호 처장은 “지난해 6월 기획처에서 학내 공모전을 열어 새 정문 주변 환경의 콘셉트와 명칭 등의 의견을 받았고, 학사위원회를 통해 학장단 의견을 모은 결과 대부분 정문 환경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공모전에 참여한 진사굉(대학원18-20) 동문은 “흔히 ‘학교 앞에서 보자’고 말하듯 학교 정문엔 공공성과 장소성이 있는데, 지금의 서울대 정문은 공공장소보다 상징의 역할에만 머무르는 것 같다”며 “도시의 랜드마크이기도 한 서울대 정문에 공공성과 정체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정대로라면 새로운 정문 풍경은 8월부터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대는 정문을 시작으로 문화관과 행정관 주변까지 보행자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계획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행정관 앞 잔디광장에 지하주차장을 마련하는 사업이 별도로 진행 중이다. 이 역시 주차 공간 확보를 통해 보행자가 다니기 좋은 캠퍼스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강준호 처장은 “코로나로 어수선하고 분주한 시점에 굳이 공사를 해야 하는지 우려하실 수도 있지만, 학생이 캠퍼스를 찾지 못하는 이 시기가 어쩌면 우리 캠퍼스를 더욱 대학답게 바꿔 놓을 수 있는 기회”라며 ‘사람 중심의 열린 공간’으로 바뀔 정문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 박수진 기자
상징성 큰 서울대 얼굴, 공모전 통해 의견 수렴
사업 주관하는 강준호 기획처장
서울대가 추진하는 정문의 변화는 관악캠퍼스 환경 개선은 물론 지역 상생 효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사업을 주관하는 강준호(체육교육 86-90) 기획처장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사업 진행 현황이 궁금하다.
“지난해 4월 서울대 기획위원회에서 사업기획안이 통과됐고, 도로변경안은 올해 1월 12일 서울시 경찰청의 승인을 받았다. 현재 광장 설계공모 입찰을 진행 중이며 8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공모전을 통해 학내 의견을 수렴했는데.
“정문은 서울대의 얼굴로서 상징성이 큰 만큼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보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했다. 학생, 교수, 직원 등 300여 분이 참여해 적극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히고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셨다. 학내 구성원들이 보행자 중심 캠퍼스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인상적인 아이디어는? 우려의 목소리는 없었나.
“많은 분이 정문뿐만 아니라 정문과 미술관 사이 나무와 잔디까지 같이 묶어서 개선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우려를 표한 분은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반대의견을 주신 분께 장시간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정문 자체는 변화가 없는지.
“제작자의 의도가 있는 조형물인 만큼 손을 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정문 앞 교통도 개선될까.
“서울대입구역 쪽에서 와서 좌회전 한 후, 서울대 정문으로 진입하기 위해 꺾어지는 동선(각도)이 다소 완화된다. 교통공학 전공이신 김동규 건설교통공학부 교수님께 검토를 부탁 드린 결과, 교통 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문을 시작으로 문화관과 본관 잔디밭 주변이 차례차례 보행자 중심으로 개선된다.
“정문과 문화관, 본관 잔디밭은 학교의 상징이자 중심부다. 캠퍼스 환경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를 학내외에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별개의 사업이지만 연계성과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세 사업을 묶어 ‘문화관 재건축-지하주차장 신축-정문 환경개선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동시에 모니터링, 자문하고 있다.”
-정문 인근에 벤처밸리 조성을 추진 중인데.
“서울대 정문과 후문의 낙후된 고시촌과 낙성대를 AI 기반 벤처밸리(일명 S-밸리)로 탈바꿈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문화관을 재건축해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주민과 공유하며 서울대와 관악구가 윈-윈 하는 프로젝트를 2019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교통 인프라가 필요하기에 경전철 서부선 학내 연장을 추진 중이다. 서부선은 은평구와 서울대입구역을 잇는 서울시 최초안에 이어 관악구가 서울대 정문까지 연장을 제안했다. 서울대는 한발 더 나아가 낙성대 호암교수회관과 문화관을 거쳐 신림선(정문 앞 도입 확정)과 만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동문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2. 교원 8시간 초과 겸직 가능해져
서울대는 최근 전임 교원이 총 근무시간(주 40시간)의 20%인 8시간을 초과해 겸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제정했다. 인공지능 등 신기술 분야의 우수한 기업인과 연구원을 서울대 교원으로 유치하기 위한 방안이다. 기존에는 총장 허가 시에도 주 8시간 이내만 겸직이 가능해 기업인 등의 교원 유치에 어려움이 있었다. 겸직 교원의 급여는 교내 근무 비율에 따라 조정될 예정이다.
3. AI기술사업화 전담 조직 신설
서울대의 인공지능 기술 사업화를 전담하는 AI 산학협력센터(AI CIC)가 이달 서울대 AI연구원(원장 장병탁) 산하에 신설됐다. 산업계의 수요를 적극 발굴해 대학의 AI 기술을 사업화하고 대규모 기업 투자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센터장에는 네이버 기술혁신 센터장과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서비스마케팅팀장 등을 역임한 함종민 인공지능연구원 부사장이 내정됐다.
4. 공대, 일반인 위한 공학서적 펴내
공과대학(학장 차국헌)은 지난달 공학이 생소한 일반인을 위한 책 ‘우리는 미래에 살고 있다’(창비)를 펴냈다. 공대 교수 21명이 참여해 딥러닝과 가상현실, 퀀텀닷 등 최근 주목받는 공학 기술과 첨단기술을 소개하고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미래 과제는 무엇인지 등을 정리했다. 어려운 전문 용어와 전공 지식 등은 알기 쉽게 풀어썼다.
5. ‘황우석 백서’ 연내 제작 추진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을 정리하는 황우석 백서가 서울대 교수의 주도로 연내 제작될 예정이다.
이준호(미생물80-86 서울대 자연대학장)·홍성욱(물리80-84)·이현숙(대학원90-92)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 자연대 및 의대 교수 일부와 박사과정 재학생이 참여한다. 연구 윤리 관련 학내와 사회에 큰 파장을 가져온 해당 사건을 되짚어 정리하고 반면교사로 삼는다는 취지다.
6. 규장각 소장 ‘고려사’ 보물 지정
서울대 규장각(원장 이현희)이 소장한 ‘고려사(高麗史)’ 을해자본 2건과 목판본 2건이 보물로 지정된다. 고려시대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핵심 문헌으로 연세대와 동아대가 소장한 고려사 목판본도 함께 지정된다. 서울대가 소장한 을해자본은 권수를 모두 갖추지는 못했지만 1455년(세조 1년) 만든 금속활자 ‘을해자’로 제작, 현전하는 고려사 중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다.
7. 디지털 SNU 공헌단 활동
글로벌사회공헌단(단장 김혜란)은 최근 코로나19로 진행이 어려워진 오프라인 봉사 대신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디지털 사회공헌을 전개하고 있다. 재학생 공헌팀이 청각장애인을 위해 ‘립뷰마스크’를 개발하는 과정, 다국적 학생·교수·직원으로 구성된 ‘샤눔다문화공헌단’이 제작한 ‘다양한 문화권의 연애문화’ 등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8. 평생 모은 재산 기부한 송혜민·홍정희 할머니
송혜민
홍정희
서울대 학생을 위해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한 두 할머니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서울대에 5억여 원을 기부한 송혜민씨와, 신탁 기부를 통해 7억원을 기부한 고 홍정희씨다.
올해 78세인 송혜민 할머니는 동문 가족으로서 작고한 아들과 남편을 기리며 기부했다. 송 할머니의 외아들 도원석(화학공학87-91) 동문은 서울대 졸업 후 미국에서 경영학 박사 논문을 쓰던 중 2004년 돌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 도민석(상학57-61) 동문도 2015년 작고했다.
남편의 생전 뜻에 따라 송 할머니는 5억여 원의 재산을 아들이 다닌 화학생물공학부에 유증 기부하고 ‘도원석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아들의 이름으로 부자(父子)의 모교에 기부를 하게 돼 마음이 후련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2월 향년 87세로 별세한 고 홍정희 할머니는 일본에 거주하다 재일교포 사업가였던 남편이 사망한 후 국내 요양원에 머물렀다. 사후 재산을 모교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요양원의 도움을 받아 유언대용신탁 제도를 통해 기부를 준비해왔다. 위탁자 생전에 금융회사가 자산을 운용하다 사후 계약대로 재산을 상속·배분하는 제도다. 평소 배움이 짧은 것을 한으로 여긴 홍 할머니는 생전 “젊은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공부를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남겼다. 서울대는 ‘홍정희 장학기금’을 조성하고 형편이 어려운 재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9. ‘코로나 고3’ 수시 결과……서울 출신 32.2%
서울대는 2021년도 대학 신입생 수시모집을 통해 총 2,591명을 선발했다. 정원내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 및 일반전형 2,427명, 정원 외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Ⅰ로 선발한 164명을 합친 결과다. 총 875개 고교에서 합격생을 배출했으며 일반고 학생 비중은 약 48%였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대가 발표한 수시모집 선발결과에 따르면 2,611명을 모집한 서울대 2021학년도 수시모집에 1만4,698명이 지원해 2,591명이 최종 선발됐다. 매년 수시에서 모집인원 대비 선발인원이 100명 안팎으로 모자랐으나 올해는 결원이 단 20명에 불과했다.
기존의 서울대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 응시자는 수능에서 국어·수학·영어·탐구 중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를 충족해야 했다. 2021학년도 입시에 한해 3개 영역 이상 3등급 이내를 맞추는 것으로 기준이 완화됐다. 코로나19로 학업이 원활하지 않았던 지난해 고3을 위해 수시모집 지균 수능최저등급을 완화한 것이 이번 수시모집 선발 인원에 영향
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한 명이라도 배출한 고교는 전국 875개교로 2014년 학생부종합전형 시작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3개교 늘어난 수치다. 최근 3년 동안 합격생을 내지 못한 일반고 124곳에서도 합격생이 나왔다. 그러나 전체 합격생으로 보면 일반고 출신 비율은 지난해(50%)에 비해 줄어든 48.3%이었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2021학년도 입시부터 학생부 내에서 학교명이나 학교를 유추할 수 있는 표현을 삭제하는 ‘블라인드 전형’을 실시했지만,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는 수시모집 합격생의 출신 지역 현황도 공개했다. 서울 출신 합격생은 전체의 32.2%로 지난해(32.6%)보다 소폭 줄었다. 광역시(26.6%) 출신 합격생은 지난해(24.5%)에 비해 늘었고, 시(36.4%)와 군(4.8%) 출신 합격생은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다.
박수진 기자
10. 군복무중 우주기상예보모델 개발 재학생
서울대 자연대 재학생 김경호(물리천문17입·사진)씨가 공군 복무 중 AI를 활용해 우주 기상변화를 파악하고 예보하는 모델을 개발해 최근 화제를 모았다. 태양 활동이 야기하는 우주기상 변화를 예측해서 항공우주작전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예보모델이다.
어린 시절부터 물리천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씨는 중고생 시절 아시아-태평양 천문올림피아드와 국제천문올림피아드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받았다. 서울대 재학 중 2018년 창설된 공군 우주기상팀에 지원, 합격 후 우주 기상 감시 임무를 수행해왔다.
김씨는 태양 활동이 지구 자기장을 교란시켜 인공위성 무력화와 GPS 오차 증가 등 항공우주작전 수행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예보 모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관측 위성이 촬영한 태양 사진들을 분석해 전 세계 지구자기장관측소가 측정한 Ap지수(지구자기장 교란지수의 평균값)를 수집했다. 군에서 독학한 AI 기술을 통해 결과값을 도출하고 이를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게끔 예보 모델을 완성했다.
공군 측에 따르면 현역 병사가 이처럼 고차원의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오는 3월부터 실제 예보에 해당 모델을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달 전역한 김씨는 “공군 복무는 전공과 연계된 연구 경력을 계속 쌓을 수 있었던 매우 값진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11. 한호재 교수팀, 스트레스에 의한 기억력 저하 원인 규명
세포 내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가 제 기능을 못 하면 신경세포에도 이상이 생긴다. 치매 발병 초기 단계의 특징 중 하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당질코르티코이드 호르몬이 이러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손상을 유발하는 과정을 최근 한호재(수의학83-87)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이 밝혀냈다.
한 교수 연구팀은 마우스(실험쥐)의 해마 신경세포를 고농도의 당질코르티코이드 환경에 노출시켰다. 실험쥐에서 미토콘드리아가 핵 주변부로 축적되는데도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유지하게 만드는 ‘자가탐식’ 과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질코르티코이드가 자가탐식을 조절하는 단백질 ‘NIX’를 선택적으로 감소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NIX’의 발현이 증가하도록 조치하자, 당질코르티코이드에 의한 시냅스 기능 이상과 인지기능 장애는 억제됐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당질코르티코이드의 분비가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퇴행성 변화로 이어지는 한 과정을 규명한 셈이다. 연구팀은 ‘NIX’를 타깃 삼아 알츠하이머 질환 등을 치료·예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12. 휴먼스 오브 스누 ● 연재 끝
휴먼스 오브 스누는 서울대 재학생이 캠퍼스에서 만난 사람들을 익명으로 인터뷰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인터뷰를 제공합니다.
□ “완벽주의 서울대생, ‘비워내기’ 필요해요”
인문대 재학생
-요즘 ‘비우고 있는’ 것이라면?”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욕망이나 후회를 덜어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대학교 처음 들어와서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나?’ 하는 후회가 뒤늦게 몰려왔거든요.”
-늦지 않았어요.
“그렇죠(웃음). 결국 과거에 대해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더 고민해봤자 자학하는 것밖에 안 되는구나, 그런 깨달음을 얻어서 머리를 비우려고 하는 것 같아요. 또 이룰 수 없는 욕망 같은 것들 있잖아요. 예를 들면 완벽함에 집착하는 것? 사실 서울대생들이 많은 경우 완벽주의자일 거예요. 실수 하나에도 전전긍긍하고 인간관계에서 작은 트러블만 생겨도 스트레스 받고 그랬는데, 완벽해지려고 노력을 해도 불가능한 거 같더라고요. 그런 것에 대해서도 마음을 비우려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완벽하지 못한 나를 사랑하는 게 너무 어렵죠.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무언가를 가진 나를 사랑하는 걸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평생의 과업이 아닌가 싶어요.”
□ “친구들 알려주면서 공부했죠, 멋진 사람 되려고”
경영대 재학생
-본인에게 ‘멋있는 사람’의 정의는?
“베풀 수 있으면서도 실력 있는 사람이요. 사실 제 롤모델이 친누나예요. 공부를 할 때 누나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누나가 항상 얘기해준 게, ‘친구들한테 알려주면서 같이 공부해라’였어요. ‘많이 알려줘서 네 성적이 떨어질까 봐 걱정이 되면, 그건 네가 실력이 부족한 거다. 너의 실력을 높이고, 남들이랑 같이 공부하라’고요. 그래서 저는 훌륭하고 좋은 사람, 베풀 수 있으면서도 마땅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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