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5일 재의 수요일
오늘 ‘재의 수요일’은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첫날이다.
교회가 이날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하여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하는 데에서
‘재의 수요일’이라는 명칭이 생겨났다.
이 재의 예식에서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재를 신자들의 이마나 머리에 얹음으로써,
‘사람은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창세 3,19 참조)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오늘은 단식과 금육을 함께 지킨다.
의로운 일은 자선, 기도, 단식을 통하여 드러난다.
그러나 이를 다른 이들에게 보이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 하느님께 드리는
진정한 행위여야 하는 것이다(마태 6,1-6.16-18).
올바른 자선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올바른 기도는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주님만이 보시는 곳’에서 기도하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올바른 단식 역시 머릿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단식이라고 하십니다.
사람들 앞에서가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기도하고 단식하고 자선을 베풀라는 말씀입니다.
남의 이목은 생각하지 말고, 돌아올 이득도 계산하지 않으며,
거저 주고 잊으라는 말씀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사순 시기를 살라는 당부입니다.
해마다 사순 시기가 시작되면 나누고 베풀자는 외침을 듣게 됩니다.
먼저 가족을 떠올려야 합니다.
자주 만나는 이웃을 떠올려야 합니다.
그들에게 베풀지 않으면 ‘달라는 삶’으로 바뀌어 가기 때문입니다.
얻어먹는 사람을 거지라 하지만
진짜 거지는 얻어먹는 사람이 아닙니다.
달라는 사람입니다.
주지 않는다고 늘 ‘섭섭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가까운 사람들에게 먼저 베풀어야 합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베풀어야 합니다.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물질이든 시간이든 애정이든 그렇게 주고 잊어야 합니다.
늘 만나는 사람들과 ‘사랑의 관계’를 맺지 못한다면,
늘 만나는 주님과도 올바른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주님이 나에게 하시는 말씀
얘야, 나는 너를 나와 닮은 모습으로 창조하였고,
영원히 너와 함께하기를 원한단다.
나는 계속해서 너를 새롭게 할 것이다.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성령이 너를 새롭게 하여
나와 온전히 일치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나는 네가 '주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소서'라고
가도할 때마다 참으로 기쁘단다.
네가 깨끗한 마음으로 나를 보고, 나를 찾고, 나와 닮고자 하면,
나는 너에게 나를 보여주리라.
이제 나는 큰 사랑으로,
네 안의 어둠을 밝혀줄 것이다.
그러니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거나 후회하지 말거라.
진실한 맘으로 뉘우치고 마음을 굳건히 하고 깨어 기도하여라.
죄를 멀리하고 내게로 돌아와 은총 받을 준비를 하여라.
나는 너를 영원한 생명의 길로 인도하리니
나를 믿어다오. 나도 너를 믿는단다.
† 주님, 저에게 뉘우치는 마음을 주시어
참회하는 이에게 약속하신 상급을 얻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