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
한지희
전사들같이 눈이 대지를 향해
경쟁하듯 뛰어내리고 있다
자궁을 향해 돌진하는 정자들처럼
하늘에서부터 달려온 저 포자들은
메말랐던 몸을 촉촉하게 적시고
더럽혀지고 고장 난 몸을 감싸 안아
세상 오욕(汚辱)과 소음까지 잠재우며
인간사 분진을 평정하고 있다
대지는 모성본능으로 모든 걸 끌어안고
포근한 자궁으로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한다
천지간에 달려오는 무수한 저 생명을
대지는 묵묵히 받아내고 있다
그칠 줄 모르는 폭설을 다 받아주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백삼 년 만의 폭설이라고
난리지만 언제 또 이렇게 눈 풍년을 맞아볼거나
폭설 속에 갇혀 꼼짝할 수 없는데
하염없이 뛰어내리는 하얀 포자들을
대지는 거부하지 않고 모두 받아 안는다
2010. 1. 4.
첫댓글 눈이 내렸고.. 비도 내렸고..
기온은 뚝 떨어지고 고르지 못한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주말과 휴일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제가 딸셋이 있는데 큰딸출산하고 이름을 무엇이라고지을까 생각하면서 창밖을내다보니
첯눈이 펄펄 쏟아지는것을 보고 任香雪이라고 지었죠 둘째는 任銀雪 마지막애는 任玉雪
온갖 추하고 더럽혀진 인간사 만물을 새하얗게 덮어버리라고.
오늘도 가장 행복한날 되세요...!!
딸래미들 이름이 아주 예쁘군요..
따님 셋이면 아주 부자십니다...^^*
1996번 영상시선집 에수록되어있는 지희님의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것은"즐겁게 감상하였습니다.
특히 '생각만으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그대목은 정말 감동하여 제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되더군요
언제 시낭송회 하세요?
어여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