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백로(白露), 이슬의 노래(Song of Dew)
◀The Foggy Dew(안개 이슬)① ◼제니 프리키(Janny Frickie)
◀The Foggy Dew(안개 이슬)② ◼Sinead O’Connor✕The Chieftains(시네이드 오코너 & 더 치프테인스)
◀Morning Dew(아침 이슬) ◼The Chieftains
◀Morning Dew(아침 이슬) ◼Robert Plant ◼Bonnie Dobson✕Robert Plant ✱로열 페스티벌 홀, 런던 2013
◀아침 이슬 ◼볼쇼이 합창단
◉나뭇잎에, 풀잎에, 꽃잎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내일이 흰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입니다.
그러니 이때쯤 이슬이 맺히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아직 늦더위가 남아 있는 탓인지 지난해 백로 때처럼 이슬이 잔뜩 맺히지는 않았습니다.
◉이슬은 밤과 아침의 기온이 이슬점 아래로 내려가야 만들어집니다.
땅 위의 수증기가 찬 공기를 만나 만들어지는 물방울이 이슬입니다.
순수 우리말입니다.
밤과 아침 기온이 이슬점 아래로 내려갈 정도로 선선해졌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가을 기운이 서서히 퍼질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하지만 가을 기운이 완연해지는 것은 아무래도 다음 절기인 추분(秋分)이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이슬은 바람이 없고 맑은 날에 더 잘 맺힙니다.
공기 중 수증기가 주변 물체와 만나 만들어지는 물방울이니 이슬은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나중에 올 서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내린다는 표현보다 맺힌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이슬이 맺히면 새들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들은 강남으로 돌아가려고 준비해야 합니다.
이 땅에서 겨울을 나야 할 새들은 겨울 동안 먹을 양식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반면 농부들은 일손을 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던 시기였습니다.
대부분 벼 이삭들이 팼습니다.
누렇게 익어가고 있는 들판은 수확만 기다리면 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작물을 비닐하우스 등에서 연이어 재배하는 요즘 농촌에서는 일손을 놓고 편하게 쉴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어설픈 농사꾼 부부마저도 일이 많아서 더위를 피해 아침저녁으로 서너 시간 이상 밭에 있어야 할 정도입니다.
◉서구에서는 이슬을 ‘하늘의 복’, ‘하늘의 보물’로 받아들입니다.
성경에 자주 그렇게 언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슬이 없다는 것은 저주이자 불행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비와 이슬, 우로(雨露)를 하나님의 은혜로 간주합니다.
비가 귀한 지역에서 이슬은 농작물과 목초지에 더없이 귀한 선물입니다.
반면 우로의 중단은 하나님의 심판으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아침 햇살이 비치면 이슬은 이내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슬은 여기서는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하는 의미로 등장합니다.
사형수에게 적용되는 ‘형장의 이슬’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문학과 음악에 등장하는 이슬은 이슬 그 자체보다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 이슬’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김민기가 만든 노래로 익숙하지만 상징적 의미를 담은 이슬의 노래들이 바깥에도 꽤 있습니다.
◉우선 아일랜드 전통 민요에서 비롯된 서로 다른 색깔의 두 가지 ‘안개 이슬’을 만나봅니다.
첫 노래는 미국민요가 된 아일랜드 전통 민요 ‘The Foggy Dew’(안개 이슬)입니다.
1840년 ‘아일랜드 고대 음악집’에 같은 제목의 민요가 등장합니다.
당시의 곡과 다르긴 하지만 여러 차례 변형을 거쳐 미국의 컨트리가수 제니 프리키(Jannie Frickie)가 부른 노래를 만나봅니다.
1980년대 빌보드 컨트리 차트 1위에 일곱 번이나 오를 정도로 컨트리 음악에 큰 영향을 끼친 그녀는
올해 일흔일곱 살의 노장입니다.
한창때 그녀의 감미롭고 몽환적인 목소리에 실린 예쁜 사랑 노래입니다.
◉‘안개 이슬’이란 말은 국어사전에는 없습니다.
대신 ‘운해(雲海)’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상에서 피어난 안개가 구름바다처럼 퍼져 있는 것을 그렇게 부릅니다.
안개 이슬은 바로 운해를 가리키는 말로 이해됩니다.
사랑스러운 여인에게 청혼하지만 거절당합니다.
안개 이슬 속에서 만날 사람과 결혼할 것이라고 해서 안타까워합니다.
그런데 여인이 안개 이슬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이 바로 노래의 주인공이어서 반전의 해피엔딩이 아름답고 재미있습니다.
반전의 해피엔딩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푸쉬킨의 단편소설 ‘눈보라’에 등장하는 남녀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번역 자막이 이해를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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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아일랜드의 슬픈 ‘The Foggy Dew’입니다.
이 노래는 1차세계대전 이후 아일랜드 정치 상황의 산물로 만들어졌습니다.
아일랜드의 애국주의자들은 1916년 부활절에 독립을 요구하는 봉기에 나섭니다.
소수의 용감한 수백 명이 당시 최강 영국의 저항했지만 결국 참가자 대부분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부활절 봉기 이후 아일랜드의 의전 사제 찰스 오닐(Charles O’Neill)은 이들의 희생을 기리고
젊은 아일랜드인의 각성을 촉구하는 노래를 만듭니다.
제목은 아일랜드 전통 민요 ‘The Foggy Dew’(안개 이슬)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는 21만 명의 아일랜드 젊은이들이 1차세계대전에서 영국을 위해 싸운 것을 상기시키면서
아일랜드 젊은이들이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싸울 것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아일랜드 가수들이 이 노래를 잇달아 부르면서 이 노래는 영국에 대항하는 대표적인 저항가요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노래는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저항가수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와
아일랜드 켈틱 음악의 세계화를 주도한 대표적인 밴드 치프테인즈(The Chieftains)의 노래와 연주로 만나봅니다.
1995년 더블린에서 열린 IRMA 시상식 공연입니다.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오코너지만 아일랜드 레코드 음악협회 시상식에는 참여했습니다.
◉‘그해 봄날 부활절에 소수지만 두려움 없던 그들에게, 싸움을 견뎌낸 그들에게 자유의 빛이 안개 이슬을 뚫고 비추리라.
아일랜드 하늘 아래서 죽는 것아 수블라(Suvla)나 수드 엘 바(Sud el Bar)에서 죽는 것보다 낫다네’
수블라나 수드 엘 바는 1차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이 전투를 벌였던 옛 터키의 격전지입니다.
오코너는 지난해 지병으로 쉰여섯 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서른 살 때의 그녀 노래를 듣습니다.
특색있는 치프테인즈의 아이리시 풍 연주가 인상적인 무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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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만나본 치프테인즈를 연주곡으로 다시 만납니다.
제목은 ‘Morning Dew’(아침 이슬)입니다.
아일랜드 정부가 1989년 ‘아일랜드 음악 대사’란 명예 호칭을 수여한 이 아일랜드 민속밴드는 만들어진 지 62년이나 됩니다.
피들과 휘슬 하프 등 아일랜드 정통 악기를 메인으로 연주하는 기악 중심의 밴드입니다.
◉6번의 그래미 수상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이 밴드는 중국의 만리장성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아일랜드
음악을 세상에 널리 알려왔습니다.
거쳐 간 악기 연주자가 수십 명이 돨 정도로 오랜 전통을 쌓아 왔지만 지금은 두 명의 멤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노쇠했습니다.
그래도 한창때 연주로 둘어보는 ‘아침이슬’입니다.
이슬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독특한 밴드의 연주를 아일랜드의 자연 모습과 함께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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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 전인 1962년에 발표돼 세상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아침이슬’(Morning Dew)도 만나러 갑니다.
핵전쟁 후 지구멸망의 참혹성을 경고한 노래입니다.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인 Bonnie Dobson이 만들고 부른 노래입니다.
여기에서 아침이슬은 바로 지구의 존재, 생명의 존재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3차세계대전의 핵전쟁 이후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멸망하는 도시 호주의 맬버른을 그린 영화
‘On the Beach’를 보고 밤새워 만든 노래입니다.
◉마지막 생존자의 가상 대화를 노래 가사로 담았습니다.
더 이상 아침이슬에서 걸어 나갈 수 없습니다.
소녀의 울음소리도 소년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아침이슬이 없습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반복해서 소리칩니다.
이 노래는 이후 많은 가수가 커버했습니다.
그 가운데 영국의 가수이자 작곡가인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의 커버곡으로 먼저 만나봅니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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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플랜트는 2013년 런던을 방문한 원곡자 보니 돔슨과 ‘아침 이슬’ 공연을 함께합니다.
2년 전에 타계한 스코틀랜드 싱어송라이터 버트 얀쉬(Bert Jansch)를 추모하고 한정하는 무대였습니다.
당시 일흔세 살의 보니 돔슨은 그녀 특유의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고 당시 예순다섯 살이었던
로버트 플랜트는 퍼커션을 두드리며 원곡자와 호흡을 맞췄습니다.
핵전쟁의 위협이 살아있는 한 이 노래는 모두가 함께 아침이슬을 보기 위한 작은 한걸음이 될 것입니다.
두 사람의 합동공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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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떠난 김민기의 친숙한 ‘아침 이슬’을 들으며 이슬 노래를 마무리합니다.
러시아의 볼쇼이 합창단이 부르는 김민기의 ‘아침이슬’입니다.
이미 1996년에 ‘아침이슬’ 등 한국 노래를 담은 음반을 발표한 적이 있는 볼쇼이 합창단입니다.
지난 2005년과 2009년 한국 방문 공연 무대에서도 ‘아침이슬’을 불렀습니다.
◉볼쇼이 합창단이 자작나무 숲속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에 ‘아침이슬’을 담았습니다.
자작나무(베료즈까)는 러시아의 국수(國樹)입니다.
2009년 내한 공연 때 불렀던 ‘아침이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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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첫 번째 주말이 옵니다.
아직 늦더위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움직이기가 한층 편해진 가을의 입구입니다.
다음 주 주말이면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이래저래 챙기고 살펴야 할 것이 적지 않은 때입니다.
9월 첫 주말을 값지게 보내길 바랍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