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로스 행성은 단일대륙 이었다. 사면(四面)이 바다로 이루어진 이 대륙은 바다보다는 육지가 더 많았고 매우 거대했다. 대륙에 있어 한가지 특이한 사항은 이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샘이었다. 문명의 발전의 조건 중 하나이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물이라 하지만 강이나 호수가 이곳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곳에도 있지만 유일하게 이곳에 문명이 발달했다. 그리고 그 문명을 이끄는 자들은 자신들을 칼‘도레이(Kal'doeri : 별의 아이들)라 말하였다.
칼'도레이 문명은 상당히 원시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것이었다. 집은 나무들을 간단히 사용해서 만든 통나무 집이었고 그것은 거대한 나무에 밀집되어있거나 듬성듬성 있었다. 거대한 나무들이 공터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이 공터는 광장인 듯 하였다. 참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면서도 자연의 멋을 살린 문화였다. 그 중에서도 한 건물이 유달리 눈에 띄는데 이유인 즉, 석조건물로 된 이 건물은 그 입구 앞에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이요, 하반신은 순록의 그것인 석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건물은 일종의 학교였는데 반신(半神) 세나리우스(Cenarius)가 그곳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그러나 이 학교는 특이하게도 학생이 3명이었는데 이 학교는 아무나 오는 것이 아니고 장래가 유망한 칼’도레이를 비록 반쪽 신이긴 하나 세나리우스가 직접 선발하여 뽑은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학교 내에서는 지금 한창 수업중이었다.
“ 좋아, 그럼 마지막으로 역사 공부를 할 차례인가? ”
학교 입구 앞에 있는 석상과 정말 똑같이 생긴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생명체가 말을 하였는데 이 자가 바로 세나리우스 일것이다. 3명의 학생은 둘은 남자요, 한명은 여자였는데 모두 그 생김새가 빼어났다. 그 중 남자 둘은 어딘가 모르게 닮은 것이 형제인 듯 싶었다.
“ 태초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 세상은 4명의 신이 있었다. 지금은 말해서는 안되는 이름이기에 이름은 말하지 않겠다. 왜 말해서는 안되는 이름이냐 하면 4명의 신은 이 세계를 무질서하게 지배했으며 우리의 창조신인 타이탄(Titan : 거인)들께서 이 신들을 그 때문에 지하 깊숙한 곳에 가두었기 때문이지. 타이탄들께서는 그 후 생명체를 만들기 시작했단다. 첫 번째로 창조된 것은 용이었어. 이 때 나도 함께 만들어졌지. 그 후 바다거인, 우리 칼'도레이 종족, 인간, 그리고 토석인 등을 만드셨단다. 그 때는 참으로 모든 것이 놀랍고도 신비했어. ”
세나리우스는 그리움이 엿보이는 눈빛을 지으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 그러나 그 분들께서는 이곳을 떠나셔야만 했단다. 이 세계를 사랑하신 그 분들이었기에 떠날 때도 우리들에게 선물을 주시고 떠났지. 우선 이 대륙에 이름을 붙여주셨단다. 그 이름은 칼림도어(Kalimdor)라 하였지. 그리고 최초로 창조한 용족에 대해 힘을 부여하셨어. ”
세나리우스는 잠시 숨을 고른 후에 다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타이탄 중에서도 가장 오래 살았고 우리들은 물론 모든 타이탄들로부터도 많은 존경을 받은 아만‘툴(Aman'Tul)님께서는 그 무한한 힘의 일부를 청동용의 군주 노즈도르무(Nozdormu)에게 주었지. 그리하여 노즈도르무는 시간을 지배할 수 있어 우리의 운명의 길을 지키게 하셨단다. 그리하여 냉철하면서도 위엄있는 노즈도르무는 지금도 시간의 지배자로 알려져있지. ”
학생들의 눈은 점점 더 호기심과, 궁금한 것을 깨달은 어린아이의 눈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 모든 생명을 수호하시는 타이탄 이오나님은 자신의 힘을 붉은용의 군주 알렉스트라스자에게 주었지. 알렉스트라스자는 현재까지도 생명의 어머니로 불리며 그 지혜로 모든 생명체를 보호하는데 힘쓰고 있단다. 그 결과 그녀는 용의 여왕이 되었지. ”
남학생 중 한명은 뭔가에 적고 있는거 같았다.
“ 이오나님은 알렉스트라스자의 여동생인 녹색용 이세라에게도 그분의 힘을 주셨다. 이세라는 영원한 꿈의 능력을 얻어 자신만의 세계인 에메랄드의 꿈 속에서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
“ 다른 용들은요? ”
세나리우스의 차분하고 느릿한 어조가 답답했는지 머리를 뒤로 보내 한번 질끈 묶은 후 늘어뜨린 남학생이 물었다.
“ 이제부터 말할거라네, 일리단 스톰레이지(Illidan Stormrage)여. 타이탄 중에서도 가장 현명한 대마법사 노르간논님은 푸른용 말리고스에게 그 권능을 부여하셨지. 그 때부터 말리고스는 시간과 비밀을 수호하는 마법의 지배자로 불리고 있단다. ”
“ 그럼 제일 강한 것은 말리고스인가요? ”
일리단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학생이 재차 질문하였다. 세나리우스는 평정심을 잃지않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 용들은 타이탄님들로부터 조화롭게 능력을 이어받았기에 누가 강하다고 할 수 없지. 마지막으로 조각가이자 대장장이이신 카즈고로스님은 검은용 넬타리온에게 그 힘을 주셨단다. 넬타리온은 그 넓은 마음으로 대지의 수호자라 불리고 있지. 지하세계도 겸비해서 수호하는 그는 알렉스트라스자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단다. ”
세나리우스는 그렇게 용족에 대한 이야기를 끝마쳤다.
“ 그럼 오늘 수업은 끝인가요? ”
일리단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 아쉽겠지만 아직 아니란다. 용족에게 힘을 부여하신 타이탄들께서는 마지막으로 생명의 원천을 우리에게 주셨단다.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니? ”
세나리우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3명의 학생에게 물었다.
“ 영원의 샘(Well Of Eternity)이군요. ”
일리단 옆에 앉아있던 학생이 말했다. 긴 머리는 야생의 미가 넘쳤으며 양쪽에 달린 자그마한 뿔은 세나리우스의 그것과 비슷했다.
“ 그렇지, 역시 말퓨리온(Malfurion)은 현명하군, 동생인 누군가가 좀 본받았으면 좋겠는데? ”
세나리우스는 일리단을 바라보며 약간 짖궂은 미소를 지었고 일리단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 딴청을 피웠다.
“ 아무튼 그 영원의 샘에서 일어나는 생명의 기운에 이끌려 이곳에 온 종족이 하나 있었지. 그건 누군지 알겠니? ”
“ 바로 우리 칼'도레이 종족이지요. ”
이번에는 말퓨리온 옆에 있던 여학생이 말했다. 서클렛(Circlet)을 머리에 착용하여 푸른 빛이 도는 흑발을 단정하게 뒤로 넘긴 모습이 청아한 모습이었다.
“ 이번에는 티란데 위스퍼윈드(Tyrande Whisperwind)가 잘 맞추어주었구나. ”
“ 그정도 문제는 저도 맞출 수 있다구요. ”
일리단이 툴툴거렸지만 세나리우스는 빙긋이 웃어줄 뿐이었다.
“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모두 고생 많았다. ”
“ 정말 맞출 수 있는데....”
일리단의 툴툴거림을 끝으로 모두가 밖으로 나왔다. 어느 새 해가 지고 있었고 셋은 천천히 걸었다.
“ 일리단, 티란데 내 말을 좀 들어봐. ”
말퓨리온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둘에게 말했다. 일리단과 티란데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 말퓨리온을 바라보았다.
“ 얼마있으면 우리도 1천살이 되게 돼. 나는 세나리우스님이 가르쳐 주시는 드루이드(Druid)의 지식을 보다 더 깊숙이 익힐꺼야. ”
“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
일리단이 대수롭지 않은 일을 가지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형이 이해가 안가는지 어조를 높였다.
“ 문제는 진정한 드루이드의 힘을 깨달으려면 동면에 들어가야 한다는거지. 그래서.... ”
말퓨리온은 말을 잇지 못하고 티란데를 쳐다보았다. 말퓨리온의 시선을 의식한 티란데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 난....엘-룬(El-Lune)여신의 여사제가 될꺼야. ”
“ 기다려줘...티란데. ”
말퓨리온이 안심했다는 듯이 미소지었고 티란데 역시 미소지었다.
“ ....... ”
묵묵히 상황을 보던 일리단은 모르는 척 했지만 상황 파악을 한지 오래였다. 문제는 일리단도 티란데에게 느끼는 감정이 단순한 친구 이상이라는 점이었다.
“ ...제길. ”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소리로 중얼거린 일리단은 갑자기 냅다 뛰기 시작했다. 깜짝놀란 티란데와 말퓨리온이 어느 새 저 멀리까지 달려간 일리단을 쳐다보았으나 쫒아가지는 않았다.
“ 빌어먹을....빌어먹을..!!!!! ”
일리단은 계속 달려가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한참을 달려가던 일리단은 지쳤는지 멈춰서 숨을 헐떡였고 조금 진정이 되자 옆에 있는 나무에다 주먹질을 한번 했다.
“ 어째서......? 내가 형보다 현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
일리단은 혼자만의 생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 그렇다면 형을 뛰어넘어 보겠어, 이 일리단 스톰레이지가 말이야. 드루이드의 낡은 사고방식을 어디 한번 익혀보라지. 나는 아즈샤라(Azshara)여왕님을 비롯한 귀족들과 어울리겠어. 그리고 최근 밝혀진 영원의 샘에 담긴 무한한 마력으로 새로운 마법을 창조해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