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존 윌리엄스
존 윌리엄스라는 조금은 불운한 소설가가 있단다.
왜냐하면 그가 쓴 소설들이 생전에 빛을 보지 못하고,
사후에 빛을 보고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야.
아빠도 그를 유명하게 만든 소설 <스토너>와 <아우구스투스>를 읽었는데,
그가 쓴 소설 <스토너>는 1965년에 쓴 소설인데,
그가 죽고 난 2010년대 들어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고,
2013년에는 영국의 최대 체인 서점인 워터스톤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단다.
교수가 그의 직업이어서 소설은 많이 쓰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네 권.
그가 뒤늦게 인기를 끌게 되자 그의 책들이 뒤늦게 번역 출간되고 있구나.
이번에 아빠가 읽은 <부처스 크로싱>이라는 책은
그가 쓴 두 번째 소설로 <스토너>와 <아우구스투스>보다 먼저 쓴 소설이란다.
Butcher’s crossing.
Butcher는 정육점 주인을 뜻하는데, crossing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나 싶었다.
책을 읽다 보니 부처스 크로싱은 지명 이름이더구나.
교차로에 푸줏간이 있어서 그런 지명이 되지 않았을까 싶구나.
존 윌리엄스의 다른 작품인 <스토너>와 <아우구스투스>는
한 남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는데,
<부처스 크로싱>도 주인공이 한 남자란다.
다만 전체 삶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젊은 날 방황하던 시기를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전체적인 평가를 하라고 하면,
<스토너>와 <아우구스투스>보다는 별로였다고 이야기하고 싶구나.
평론가 이동진 님께서 2023년 올해의 소설 중 하나로 뽑은 소설이라
읽기 전에 너무 기대를 했던 탓도 있으리라.
1. 준비
때는 미국 1870년대가 배경이란다.
아빠가 이 시설 미국의 역사를 잘 모르지만
대충 상식으로 보자면 남북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고,
사람들이 금광을 위해 서부로 몰려들던 시기인 것으로 알고 있단다.
주인공 윌리엄 앤드루스는 하버드 대학교 3학년이었는데
휴학을 하고 무작정 서부 부처스 크로싱으로 떠났단다.
도시 생활의 무료함과 따분함으로 변화를 주고 싶었던 것 같아.
20대 초반의 나이는 겁 없이 그렇게 도전하기에 딱 좋은 나이지.
10여년 전 아버지의 지인이었던 맥도널드 씨가 부처스 크로싱에서
가죽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무작정 그를 만나러 갔단다.
맥도널드는 멀쩡한 명문대 학생이 시골 깡촌으로 왜 왔나 싶었을 거야.
윌리엄은 사냥꾼을 소개해 달라고 했고,
맨도널드는 밀러를 소개해 주었단다.
윌리엄은 밀러를 만나고 사냥을 함께 가기로 한단다.
밀러는 험난해서 쉽지는 않지만, 많은 들소를 잡을 수 있는
콜라라도 산악지대로 가려고 했단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무모한 짓이라고 했단다.
밀러가 말한 것처럼 들소가 그렇게 많지 않고 위험하기만 하다고 말이야.
밀러는 며칠 간 사냥 준비를 하고,
함께 떠날 멤버를 찾았어.
그렇게 해서 리더인 밀러, 완전 사냥 초보자 윌리엄,
마차를 끌 찰리 호지, 가죽 벗기는 전문가 슈나이더가 한 팀이 되었단다.
이 정도 읽으면서 아빠는 소설 <모비딕>과 조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망망대해 죽을지도 모를 곳으로 고래를 잡으러 떠나는 주인공들과
험난한 산악지대로 들소떼 사냥을 잡으러 떠나는 주인공들…
밀러가 사냥 준비를 하는 동안
윌리엄은 호텔에서 머물렀는데
그때 술집에서 알게 된 프랜신이라는 사람을 사랑하게 돼.
프랜신도 윌리엄을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프랜신의 직업이 창녀라는 것이 윌리엄은 마음에 걸렸는지,
마음을 다잡고 멀리했단다.
…
2. 사투
준비가 끝난 밀러 일행은 식량과 마차를 끌고 길을 떠났단다.
처음부터 쉽지 않을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힘든 정도가 더 심한 것 같았어.
빨리 도착을 하기 위해 지름길인 평원으로 들어섰는데,
그쪽 길은 물이 없었단다.
며칠 동안 물이 보이지 않아서 사람, 동물 할 것 없이 죽기 일보 직전이었단다.
다행히 죽기 일보 직전에 물을 찾아서 갈증을 해소했단다.
계속된 추적 끝에 윌리엄 일행은 수천 마리의 들소 떼를 발견했단다.
밀러의 지휘 아래 사냥이 시작되었는데,
앤드루스는 처음 하는 사냥이었기 때문에 서툴렀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냥과 가죽 벗기는 작업에 점점 능숙해졌어.
음, 성장 소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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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윌 앤드루스의 가죽 벗기는 기술은 점점 능숙해졌다. 손은 강하고 단단해졌다. 칼은 새것 같은 반짝임은 사라졌지만 점점 더 확실하게 가죽을 잘라 냈다. 이제 앤드루스는 슈나이더가 두 마리의 가죽을 벗겨 낼 때 한 마리는 해낼 수 있었다. 들소가 악취가 나도, 뜨뜻한 살이 손에 닿는 느낌이 들어도, 피가 엉긴 걸 보아도 점점 더 아무렇지 않아졌다. 얼마 되지 않아 그는 가죽 벗기는 작업을 마치 자동 기계처럼 했고, 죽은 들소의 가죽을 벗겨 내 땅에 놓으면서도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 가죽을 벗긴 들소 위에 파리가 새까맣게 들끓어도 그 사이로 다닐 수 있었고, 썩은 살에서 나는 악취도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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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사냥으로 그들이 목표한 충분한 들소들을 잡았단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밀러는 멈추지 않고 계속 사냥을 했단다.
이 일로 슈나이너와 다투기도 했어.
슈나이더는 이제 그만 하고 돌아가자고 했거든…
밀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사냥을 했고,
죽은 들소들은 쌓여만 갔지.
시간도 잊은 채 사냥을 하던 밀러는 결국 시간의 공격을 받았단다.
어느날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
겨울이 접어드는 줄도 모르고 사냥하고 있었던 거지.
뒤늦게 지금까지 얻은 물소가죽들을 마차에 싣고 집으로 향했지만,
엄청난 눈으로 길이 다 막히고 말았단다.
그들은 꼼짝없이 눈 속에 갇혀 지내야 했어.
콜로라도 산악지대의 겨울은 엄청 많은 눈과 추위가 이어졌어.
한번 내린 눈은 녹을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쌓여만 갔지.
그 눈이 다 녹으려면 봄까지 기다려 했어.
윌리엄 일행은 몇 달 동안 추위와 눈과 사투를 벌여야 했단다.
고난의 시간들이 지나고 콜로라도 평원에도 봄이 다가왔단다.
하지만 눈이 녹으려면 좀더 기다려야 했어.
4월이 되고 길을 떠날 정도로 눈이 녹아 철수를 시작했단다.
들소 가죽이 너무 많아 나중에 다시 찾으러 오기로 하고,
마차에 실을 수 있는 최대한의 가죽만 싣고 철수했단다.
오늘 길도 쉽지 않은 길이었어…
강도 건너야 하는데 눈이 녹으면서 불어난 강물을 건너는 것도 쉽지 않았어.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떠내려오던 커다란 통나무를 피하지 못하고
슈나이더가 물에 빠져 죽고 말았고,
들소가죽을 싣고 오던 마차도 부서져 모두 강에 떠내려갔단다.
슈나이더를 제외한 밀러, 앤드루스, 찰리는 몸만 간신히 탈출해서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했단다.
음, 이 장면은 마치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엄청난 큰 물고기를 잡고 돌아오는 길에
상어 떼에게 모두 빼앗기고 빈 배만 타고 도착하는 장면 같았단다.
들소 가죽들이 강에 떠내려갔지만,
아직 평원에는 그보다 더 많은 가죽들이 남아 있으니
밀러는 괜찮다고 생각했단다.
3. 귀환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한 윌리엄 일행.
근데 마을이 좀 이상해진 것 같았어.
그 전에 있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못 보던 사람들이 살고 있던 거야.
윌리엄 일행은 맥도널드 씨를 찾아 나섰단다.
맥도널드 씨는 자신의 가게가 아닌, 어떤 합숙소에서 지내고 있었어.
들소 가죽이 대폭락하여 망했다고 했어.
윌리엄 일행이 사냥을 다녀온 반년 사이에 상황이 변하여
들소 가죽이 헐값이 되었다고 했단다.
그러니까 밀러가 가지고 온 들소 가죽도 돈벌이가 안 된다는 거였어.
밀러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나 봐.
미친 듯이 맥도널드 씨 가게에 쌓여 있는 가죽들을 모두 태워버리고
길을 떠나버렸단다.
맥도널드는 밀러에게 경험에서 우러나는 한 마디를 해주는데,
아빠도 마음에 새길만하더구나.
세상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그 비밀은 너무 깨닫게 된다고 말이야.
그의 말이 맞는 말이 아닐 수도 있지만 마음에 와 닿아 발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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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거짓 속에서 태어나고, 보살펴지고, 젖을 떼지. 학교에서는 더 멋진 거짓을 배우고. 인생 전부를 거짓 속에서 살다가 죽을 때쯤이면 깨닫지. 인생에는 자네 자신, 그리고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네는 그 일을 하지 않았어. 거짓이 자네한테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지. 그제야 자네는 세상을 가질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지. 그 비밀을 아는 건 자네뿐이니까.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어. 이미 너무 늙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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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은 분명 사냥을 떠나기 전과 후 많이 바뀌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생전 처음 해본 사냥과 추위와 사투를 벌였으니 바뀐 것은 당연하겠지.
윌리엄은 사냥을 통해서 무엇을 배운 것인가.
아빠가 그 상황이었다면 무엇을 배웠을까 생각해 봤어.
도전에 대한 자신감?
지은이는 윌리엄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일까.
무모한 도전 같았지만, 분명 그것은 윌리엄에게 값진 도전이었을 것 같구나.
아빠의 이십 대는 너무 무난하고 평범하고 안전한 길만 갔던 것 같아.
한번 지나고 나면 다시 갈 수 없는 이십 대.
많은 것을 도전하고 많은 것을 경험했으면 좋았을 것을… 후회는 하지 않으련다.
평범하고 안전했지만 기억에 남는 추억들은 있으니…
아무튼 주인공 윌리엄 앤드루스는
또 새로운 경험을 찾아 길을 떠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엘스워스에서 부처스 크로싱으로 가는 사륜마차는 합승 마차를 소형 짐마차 겸용으로 개조한 것이었다.
책의 끝 문장: 그는 뒤에서 서서히 해가 뜨며 공기가 안정되는 걸 느꼈다.
책제목 : 부처스 크로싱
지은이 : 존 윌리엄스
옮긴이 : 정세윤
펴낸곳 : 구픽
페이지 : 350 page
책무게 : 434 g
펴낸날 : 2023년 08월 18일
책정가 : 16,800원
읽은날 : 2024.01.30~2024.02.02
글쓴날 : 2024.02.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