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
아 은
육교 위를 건너고 있었다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생활이 시멘트 바닥에 뒹굴다 폭염에 휩쓸려 한쪽으로 구르는 돌멩이 같았다
뜨겁고
불안한
한꺼번에 실려 온 걸음 같아
난간에 부딪치는 발소리가 웃음일지 울음일지 참아야했다
자동차들이 먼 곳으로 향하다 쉼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미리 감아 놓은 시계의 태엽이 풀리듯
시간을 앞질러 가도 좋을 것 같아
육교의 중간쯤에서 뒷걸음치는 발을 잡아끌었다 해가 기울어지는 것이 보였다
뛰어내릴까?
육교 아래서 고양이가 도로를 가로질러 달리고 있다 저건 위태로움이다 아무도 소리칠 수 없는
난간을 붙잡고 소리치다 어쩔 수 없는 마음으로 고양이를 놔주었다 터지는 기포처럼
얼굴 하나가 창백한 돌멩이처럼 낙하하고 있었다
스카비오사*
왜 눈이 젖었어?
쏟아지는 빗속을 달려봐
빗줄기가 점점이 가슴에 박힐 때 비로소 나인 것 같아
불어난 물처럼
우리의 밖은 언제나 우리를 밖으로
그 끝이 어딜까 생각하다 멈춰야겠다고 생각하다 비가 멈추는 속도를 생각하다가
모든 게 정지되었으면 좋겠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다 미끄러진 손가락처럼 쉽게 사라질지도 모르겠어
비의 어깨에 기대어 미아처럼 젖어 입술을 깨물고 싶었던 거야 나는 이미 쏟아지고 있었던 거야
그날
내가 그 꽃을 보기 전에 네가 말했지
이름이 스카비오사야 마법사의 주문 같지 않니?
그래 마법의 주문처럼 아무도 내리치지 않고 딱 한 번 주문을 걸어 볼게
비나 돼버려
스카비오사!
* 야생화. 7~8월에 연보라색 꽃이 핀다.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