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 근무지에 있는 홍익대 아트센터 건물 공연장에서
헤드윅 공연이 시작되었다
헤드윅은 예전에 한 번 봤는데
그다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주제의 무거움 때문이었는지.
이번에 다시 도전
얼마나 진화했을까 궁금해하며
동대문 시티아울렛에 있는 '미즈 콘테이너'에서 점심 먹기
이 음식점은 주문한 음식이 모두 나오면
서빙해준 웨이트리스와 하이파이브를 하는게 컨셉이다.
음식을 내오고는
갑자기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해서 당황했다.
네???
아아~~~
네!!!!
딸들은 몇번 경험이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하이파이브.
나는 어정쩡하게 하이파이브
저 식물들도 양산이 필요하긴 할거야
이 뜨거운 여름을 견디려면
토끼 너희도 가끔 양산밑으로 들어가 쉬렴.
오늘 출연진은 오만석이 아니다
노련한 애드립으로 이끌어가려면
관록이 많이 필요할 듯 하다
몇년전에 본 헤드윅이 많이 진화하진 않았다
좀 무거운 주제인데 반해
노래가 화려하다.
주인공의 대사와 애드립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데
난 좀 지루하다
애드립을 치면 웃는 사람들도 있긴 한데
그다지 참신하진 않다.
노래의 가사가 잘 안들린다
분명히 한국어 노래인데.....
자막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길정도로
내가 나이들어 그런가? 하며
딸들에게 물어보니
딸들도 동감.
극이 끝나면 모두 일어나 함께 춤을 추며 즐기는 시간은
이 뮤지컬의 컨셉인가보다.
극이 끝나자 모두들 일어서더니 노래를 따라부르며 난리다
갑자기 클럽으로 변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난 신이 나질 않는다
이런 분위기 잘 녹아드는 체질인데
전혀 일어서고 싶지가 않다
전에도 모두 일어나 무대 앞까지 달려나가 핸즈업하며 리듬을 타기에
저 사람들은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구나 했었다
재미있다를 외치며 극장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 틈에서
우리 셋만 제대로 즐기질 못한걸까?
취향이 달라서 그런걸까?
암튼 공연은 관람한 사람의 몫이니까.
차 한잔 나누며 셋이서 헤드윅 관람평을 쏟아내곤
이른 저녁으로 인도음식을 먹었다.
인도의 문자가 아름다운 문양처럼 느껴진다.
기차역 앞 도로 반대편에서 저녁을 먹었으니
고가공원 서울로를 걸어 역사로 넘어 가기로 한다.
해질녘의 바람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어제까지도 헉헉 숨이 막혔었는데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 까지 한다
이제 정말 가을이 오나봐
고가공원이라 이름붙일만 하다
곳곳에 심어진 나무들과 꽃들
그리고 쉼터
나무에는 궁금증을 풀어줄 이름표를 다 달아주어
호기심 많은 내가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하늘은 또 어찌 이리도 이쁜가요
노을은 항상 사람마음을 물들인다
감상에 젖게 하고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고
아, 해질녘
이렇게 땀흘리지 않고 걸을 수 있다는 건 이제 가을이 온거야
너무 좋아요.
이 바람이~~~~
요즘은 나무수국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나무수국은 꽃잎이 떨어지지 않고
마치 말려놓은 것 처럼
겨울까지도 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걸 보았다
그런데 꽃은 떨어지거나 사라져야 더 아름다운 것 같다
겨울까지 남아있는 모습이 어찌 그모습 그대로 이겠는가
상처나고 벌레먹고 퇴색한 모습으로 남아있으니 싫을 수밖에
큰딸과 서울역사에서 헤어지고
짠딸과 기차를 탔다.
예전엔 이렇게 이어폰 한쪽씩 나누어 끼우고
음악을 들었었는데.
조금 많이 움직이면 줄이 당겨지는 불편을 겪으면서.
이젠 함께 음악을 나누는 방법도
이렇게 진화했다.
무선 이어폰 하나씩 나누어 끼우고
불편없이 음악을 즐기다보니
30분 남짓 KTX 안의 시간이 너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