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달전 내과 의국회 스태프 미팅에서 동문 골프대회를 개최한다는 말을 듣고
"그래 골프치는 사람만 내과 동문이냐"라는 나의 말에
화들짝 놀라 동문 체육대회로 명칭을 바꾸고 골프와 등산을 비슷한 장소에서 하고
점심식사를 같이 먹기로 하였다.
등산은 음성군의 마이산, 골프장은 우리동문의 처남이 관여하는 진양밸리으로 정하였다.
등산팀은 나를 비롯한 여덞명이었으나 김범진선생은 갓 태어난 애를 보느라,
김희준선생은 학회의 대타로 부산에 내려가서 참석을 못하였고, 골프팀은 11명으로 3팀이었다.
타자말자 김밥과 물 한통식으로 아침을 가름하고.
6시 10분 출발한 버스는 기세좋게 새벽길을 달려 죽전에서 최병휘선생을 태워 불과 한시간 반만에 진양밸리에 도착하였다.
가는 고속도로변에 "졸음쉼터"라고 표지가 붙어 있고 차들도 몇대가 쉬고있어
나 역시 고속도로 운전하다 졸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걸 생각해 본다.
내가 골프를 쳤던 80년대만하여도 캐디 한사람이 백 하나씩을 매고 경기를 보조하였고
수원이나 양지골프장도 멀다고 불평하였었는데 격세지감.
선밸리 CC를 지나 진양밸리 CC는 산을 한참 올라 숨어 있었다.
밸리보다 배일이 좋은 이름인데 알고나 있을까?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한장을 찍고.
클럽하우스 내부는 대리석 치장으로 번쩍 번쩍.
저길로 올라왔다.
마이산은 스마트 폰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찾아왔다.
입구에 선 세 황금오리 여선생님들.
등산팀은 입구에서 인증 샷을 찍고선
산행을 시작한다.
안내도에는 한시간 여가 걸린다 나와있으나 나는 이런걸 믿지 않는다.
어디 속은 일이 한두번인가.
그래도 400미터 급의 산인데.
이래서 마이산, 또는 망이산으로 표기 되었구나.
조금 걸어가면
이런 길을 만나 이 길로도 올라올 수가 있구나.
내려 갈때는 이쪽으로 갈까.
등산복과 신발까지 새로 샀다 한다.
이 사진에서 안화영선생의 눈이 가장 크게 나왔다.
오늘의 운전을 맡아 준 전기사.
산악회 멤버로 회장인 내가 고혈압학회 좌장하느라 빠진 어제 관악산 산행에도 참석하였다며
6월 2일에는 무의도 효롱 곡산 등산 예정이라 밝힌다.
산은 전형적인 육산으로 걷기가 좋다.
가는 길에 줄을 타고 내려 온 애벌레이 많이 보여 안선생이 볼때마다 질급을 한다.
에라 그러면 하고, 내가 좀 징그러운 애기로 운을 뗀다.
먹다 나온 사과에서 본 벌레 반마리부터 시작하여 코로 기어나온 회충,
나의 전속 사냥군이 가지고 온 촌충 등 기생충이야기로.
이 모두가 나의 블로그에 올려져 있다.
쉼터에서 가져간 과일을 먹고.
이 사진을 보면 분명 조는 것 같다.
산에서 내려가는 길을 만나면 짜증스럽다.
왜? 반드시 다시 올라가야 하므로.
정선생은 스마트 폰으로 무얼찍고 있다.
신정호는 자느라 여념이 없다.
드디어 산성에 도착, 옛돌과 최근 중수한 돌이 그위에.
어느 시대의 산성이지?
정선생은 느긋하게 기대어 쉬고 있고
안선생은 휴, 저길 올라왔어. 하며 내려다 본다.
가벼운 연무가 감싸는 오늘 산행은 햇볕에 타지 않아서 좋다.
꼴찌로 김선생이 헉헉대며 올라온다.
"김선생, 만만한 산행이 어디 있어."
웬 물음표가?
아니구나. 벌레를 접사하였더니 포커스가 맞질않아.
다람쥐가 도토리를 월동양식으로 묻어 놓고 못찾으면 저렇게 어울려져 자라고
자라다 보면 나무끼리 붙어서 연리지가 된다.
제주도의 28개소의 바닷가에 세워진 연대와 봉수대이야기를 한다.
남산의 큰 다섯개의 봉수대 연기를 피우는 곳은 지방으로 보낼때 쓰고
서울의 남쪽 최후의 봉수대는 청계산에 있다.
남쪽에서 긴급사항이 한시간 반만에 서울로 연락이 된다고 한다.
봉수대는 아마도 이 자리인 것 같은데 아무런 흔적이 없다.
다시 인증샷을 찍고
저 길로도 내려 갈 수가 있다.
황선생은 두가지 실수를, 아니 세가진가?
사오라고 한 보드카의 이름이 틀렸고, 얼려서 오란 걸 그냥, 마지막으로 버스에 까지 갖고 온 종이컵을 빠뜨렸다.
이때 재치있게 전기사가 생수병을 칼로 잘라 임시컵을 만들었고
얼음 물속에 술을 부어 차게 하여 마시니 아쉬움은 없었다.
낮술은 쉽게 오르니 마시는 걸 약간 참기로 한다.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간다.
최병휘선생과 용산병원 앞에서 술을 마신 황선생은 하도 술을 급하게 먹여
도리탕의 국물을 먹은 기억이 없다. 나도 거든다.
최선생의 음주운행 과거력을.
나 자신도 노르웨이 피요르드 호텔 정원에서 폭탄주를 돌리다가 경찰이 출동한 적도.
북구는 부부동반이면 좋다.
왜냐하면 nightlife가 별로 없으니까.
최근 그곳을 다녀온 황선생이 안내방송에 우리나라 말도 나온다고.
내가 세번째로 갔을 때 비싼 담배값으로 일행들이 담배를 안 피우겠다더니
한나절도 못 참고 다들 피우더라.
그런데 그 동네 술을 나는 주로 마시는데 외국에 가서도 국산 소주를 고집하는 분들이 있다.
스웨덴에서 한병에 6만원짜리 소주를 열병넘게 마시질 않나.
맥주가 기막힌 암스텔담에서 소주를 찾은 고려대 나의 8년선배 김모교수님.
토론토와 뉴저지 체리힐에서 불고기와 소주를 찾은 순천향의대의 선배 이모교수님.
나냐 무슨 술을 마시던 관계가 없다.
이 길로 내려가려다 올라온 길이 좋아 그대로 회귀산행
내려가면서는 이(lice), 빈대, 벼룩이야기로 또 한번 교육시킨다.
나를 따라 왔으면 그래도 건지는 것이 있어야지.
이런 실물을 본 사람이 없단다.
사면발이와 옴은 현미경 아래에서 보면 얼마나 징그러운데.
황선생이 정주영씨가 쓴 책에서 자려니 빈대가 덤벼들어
탁자 다리를 물에 담그고 그 위에서 잠을 청하였더니 천장을 타고 올라가
아래로 떨어져 물더란다.
정선생이 애벌레를 잡아 달라 부탁하여 두마리를 잡았다.
애들한테 가져다 준다면서.
잘하면 번데기에서 나방까지 될수 있으려나?
우리가 내려온 산이 저멀리 보인다.
여기는 개인 묘원인가? 잘 꾸며 놓았다.
걷다보니까 달콤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나서 고개를 들어 사진 한장.
가만히보니 황선생도 배가 나왔네.
안내판은 지워지고 볼 수가 없다.
다시 이번에는 역사탐방으로 운곡서원으로 향한다.
몇번이나 헤매다가 겨우 찾아왔다.
도로에 친절하게 안내표지라도 해두었으면.
서원말이란 동네에서 올라간다.
그런데 문은 잠겨져 있고
주위를 둘러보는 걸로 만족할 수 밖에.
잘 관리되는 경주의 양동이나 옥산서원과는 다르다.
들밥과 공장밥, 일인분에 6천원이란다.
경차로 운반까지 해 주니 편리한 세상이다.
아낙네가 반찬을 머리에 이고, 밥과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모를 내는 논 가에서 먹는 모내기밥.
얼마나 맛이 있었던가.
나는 일은 하지 않고 모밥만 얻어 먹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폐가가 된 정미소 "승공통일"이라 새겨져 있다.
기본 찬
천정에는 상량문이 보인다.
등산팀들이 생두부와 빈대떡 안주하여 맥주가 몇 순배돌아가니까 골프팀들이 합류한다.
안주들
주임교수의 인사말, 나의 건배사 후에 즐거운 회식이 시작.
먼저 새로운 의국원의 소개가 시작되었다.
술은 고택 찹쌀 생약주, 달착지근한게 술이 깨어도 머리가 맑았다.
며칠 전 연락도 되지 않던 중대 동문이 자식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다고 의국장이 말한다.
작년 내과 창립 40주년 행사같은 때에는 기필코 참석하여야 한다.
식사로 청국장과 순두부찌개
장교수와 함께
이 집의 정책이 걸려 있다.
안선생이야말로 나의 직계 후배이다.
행사가 끝난 뒤 출발하기 전 단체사진이다.
첫댓글 구경 잘 했습니다.
빈대 이야기는 김우중이 아니고 정주영씨로 알고 있어요...
그런가요. 당장 고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