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섬문인의 詩감상 #15
쭉정이
/고민지
한줄기의 인연으로 왔으나
가을 추수할 땐
둘로 갈라지는 쭉정이
겉은 화려하고 더 알차 보여도
키질 타작 피할 수 없어
바람타고 훨훨 날려가는구나!
아무리 눈 속여도
욕망.교만으로 채워진 너는 쭉정이
어머니의 어두운 눈빛
알찬 알곡 얻기 위해
몽둥이로 두드리고 털고
시간도 잊고 수없이 키질 반복
세상 공해 오염
더 이상 여물지 못하고
불더미 속으로 사라지는 쭉정이는 아닌지
나 자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ㅡㅡㅡ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내면의 욕망과 교만으로 가득 찬 인간의 본질을 '쭉정이'라는 농촌의 일상적 소재를 통해 매섭게 성찰한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몇 가지 강렬한 인상과 서정적 흐름이 느껴집니다.
-화려한 겉모습과 비정한 본질의 대비
시의 초반부에서 겉으로는 더 알차 보이지만 정작 추수 때가 되면 '둘로 갈라지는' 쭉정이의 허무함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인간관계든 삶의 태도든, 알맹이 없는 화려함이 결국 시련(키질과 타작) 앞에서 어떻게 유랑하게 되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 어머니의 헌신과 키질의 반복
중간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어두운 눈빛'과 '몽둥이로 두드리고 털며 시간도 잊은 키질'은, 자식을 혹은 소중한 가치를 알곡으로 키워내기 위해 평생을 바친 우리네 어머니들의 거칠고도 숭고한 손길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고된 과정을 거쳐 결국 알곡과 쭉정이가 냉정하게 가려지는 순간의 엄숙함이 돋보입니다.
- 독백과 참회로의 확장
마지막 연에서는 단순히 대상을 비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나 자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스스로 혹시 불더미 속으로 사라질 쭉정이는 아닌가 반추합니다. 세상의 오염과 공해 속에서 제대로 여물지 못한 현대인의 초상을 스스로에게 투사하는 결말이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농경적 시어(추수, 키질, 타작, 알곡)와 현대적 사유(욕망, 교만, 공해, 오염)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보게 만드는 단단한 성찰의 시입니다.
첫댓글
시 올려 주셨군요.
수고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