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들아! 솔직히 말하면 부럽더구나!
2023년 2월 12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정월 스무이튿날
서울은 마치 봄날처럼 따스했는데
산골의 오늘 아침은 여전히 춥게 시작된다.
영하 9도, 하얗게 내린 서리가 눈내린 듯하다.
작은 나라가 아닌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고 할까?
두어 시간 거리에 두 계절이 넘나드는 것 같아서...
우리 부부에겐 자식이라곤 마흔세 살 먹은 아들
하나뿐이다. 매주 토요일 저녁무렵에 안부전화를
한다. 어려서부터 우리 부부가 부모님께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안부전화를 드렸던 것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이 녀석도 독립을 한 이후 어김없이 주말엔
전화를 하여 한 주일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전한다.
아들 녀석이지만 미주알고주알 함께 공유를 하려는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긴 하다.
어제의 화두는 아비가 서울에 간 것이었다고 했다.
무슨 사연으로 서울 갔는지를 알고나서 하는 말이
"내일은 아바이 글을 안봐도 어떻게 쓸 것인지 뻔히
알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안 볼 생각"이라고 했단다.
거짓말을 잘 못하는 녀석이라 그러고도 남았을 것
같다. 지엄마에게는 모든 것을 다 말하며 의논까지
하는 녀석이다. 나이가 들어 우리 부부의 바람을 잘
알고는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긴 한 모양인데 결혼이라고 하는 것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 것이겠는가? 그래서 우린 녀석에게
채근하지는 않는다. 아들의 인생은 오직 아들 녀석
스스로의 인생이라 잘 헤쳐나가며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믿고 맡겨두는 것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광고회사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는
직장 후배의 딸내미 결혼식이 있어 서울에 다녀온
것이었다. 자동차를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두고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여 다녀왔다. 아침 8시에
집을 나서 저녁 7시에 도착했으니 꼬박 11시간이
걸렸다. 모처럼 결혼식에 참석했더니 혼기가 훨씬
지나버린 아들 녀석을 둔 아비라서 그런지 생각을
안할 수 없었다. 밖으로 내색이야 못했지만 솔직히
부러웠다. 모두들 아들 녀석 장가 언제 보낼거냐는
물음에는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어 이렇게 말했다.
"지 인생인데 알아서 하겠지? 부모가 나서는 것도
그렇고... 어디 좋은 규수 있으면 소개를 하시게!"
요즘 결혼식은 예전과 달리 이색적으로 치르는 것
같다. 주례가 없이 신랑, 신부를 세워놓고 신부의
아버지인 후배가 부모로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한
자식에게 당부의 말로 대신하는 것이었고 친구가
축사를 하고 축가를 부르는 것이 꽤 이색적이었다.
엄숙함이나 경건함보다는 모두가 즐기는 것 같은
밝은 분위기라고 할까? 세상이 참 많이 변했구나
싶었다. 모처럼 광고회사 선.후배와 동료들을 많이
만나겠구나 하는 바람이었는데 그리 많이 오지는
않았다. 오래전 해태제과 시절부터 함께 근무했던
변이사님, 역시 젊은 날 해태제과에서 야근돌이로
쌍벽을 이루다 코래드에서 함께 근무했고 지금껏
친하게 지내오는 오국장, 우리보다는 조금 후배인
사내커플 최국장 부부, 부산이 고향이며 지금까지
전산 전문가로 활약중인 허국장을 모처럼 만나게
되어 너무나 반가웠다.
결혼식에 참석하기전 시간이 많이 남아서 고교시절
부터 서울에 살던 때까지 다니던 조계사에 모처럼
들어가 부처님께 참배를 드린 다음 아내에게 주려고
책을 한 권 샀다. 아내는 법정 스님의 글을 너무나
좋아하여 스님께서 쓰신 책이 상당히 많다. 촌부도
역시 그렇다. 불과 몇 년 전 스님의 대표적인 수필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스스로 행복하라'인데 발간이
된 줄도 몰랐다. 아마도 집에 있는 책에서 읽었을 것
같지만 아내가 무척이나 좋아했다. 아내에게 말했다.
"결혼 42주년 선물이니까 그리 아시게나!" 했더니
"에그머니나? 이용식이 우째 이리되었을꼬?"라며
실망스런 표정이라서 "백수인데 우짜노?"라고 했다.
늦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오는 15일 결혼 42주년을 기념한다며 맛있는 걸
사먹든지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라며 거금(?)을
보내왔다기에 고마워서... 또한 아내에게 아바이
페북일기를 안봐야겠다기에 한마디 해주려고...
그런데 첫 마디가 그만 결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아들아! 솔직히 말하면 부럽더구나!"라고 말하고
말았다. 그래더니 "아바이가 나서 보시든지요?"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결혼 생각이 있긴
있는 모양인데 우리가 너무 무심했구나 싶긴 했다.
이참에 아들 녀석 공개구혼이나 해볼까나?
첫댓글 아, 결혼소식을
홍천 1박2일 여행중에 알게되었습니다.
전 코래대출신들, 관리팀 멤버들과 여전히 정이
넘치는 사람들의 소식을 들어봅니다. 배국희님의 딸 결혼식도
축하드리면서 아드님의 결혼소식도 기다려 봅니다.
서울 다녀 가셨군요
날씨가 많이 따스해 졌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고들 합니다.
진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한다 주의.
제게도 31살 딸램 있는데 결혼생각이 없다 합니다.
자기 생활에 다른 가족들이 엮이는게 싫다는데 어쩝니까.
도리 가족경조사 양가 챙기고 자식까지 낳으면 자기 삶이 없다고 하는데 할말 없더이다.
사실 맞잖아요.^^
아들넘도 낑기며 하는말
나도 안갈껀데!
그럼 우리집 대가 끊기겠네 이럽니다ㅜㅜ
나도 88년생 미혼아들 문제로 약간 골머리가 아픈데
나이가 30대 중반이 되다 보니 20대 때의 열정만을 가지고 결혼을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