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작년 말 정기 인사에서 임원(상무)으로 승진한 그룹 임원들과 상견례를 겸한 만찬을 20일 가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3층 다이너스티 홀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등 각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총 331명의 상무 승진자와 부부동반 만찬을 했다. 신임 임원의
배우자까지 총 7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11일 전용기를 타고 출국한 이건희 회장은 만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도 불참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으나 무슨 일정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4년 1월 20일 오후 삼성그룹 신임 임원축하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로 들어서고 있다./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만찬은 이재용 부회장과 계열사 CEO들이 격려사와 승진축하 건배사를 하고, 신임
임원들이 감사의 편지를 장미꽃 한 송이와 함께 배우자에게 전달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 편지는 교육과정 중 ‘부인에게 편지쓰기’
시간에 작성한 것이다. 신임 임원 부인들은 “그동안 고생시켜서 미안하오”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소”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자 눈시울을 붉혔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임원이 되면 공식 출근시각이 6시 30분이 된다”며 “편지에는 앞으로 가족과
보낼 시간이 더 적어지는 데 대한 미안한 마음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재용 부회장은 매년 신임 임원들과 만찬을 갖고
승진을 축하해 왔는데, 오늘 만찬에선 대내외적인 경영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삼성이 당면한 과제를 헤쳐나가자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참
가자들을 위한 선물 역시 배우자들을 배려했다. 삼성은 참석한 신임 임원 부부 전원에게 신라호텔 1박 숙박권과 이건희 회장 명의의
커플 시계를 선물로 줬다. 올해는 이와 별도로 미리 준비한 부부 캐리커처를 처음 선물했다. 지방에 근무하는 삼성 신임 임원 중
상당수는 이날 선물 받은 숙박권으로 신라호텔에 묵을 계획이다. 올
해 삼성이 신임 임원들에게 선물한 시계는 스위스 고급 브랜드 ‘론진(longines)’의 제품이다. 삼성은 2011년까지 거의
20년간 독일 ‘롤라이(Rollei)’사의 시계를 선물했으나, 판매권을 가진 SWC(옛 삼성시계)가 판매를 중단한 후인
2012년에는 ‘하스앤씨(Hass & Cie)’ 시계로 바꿨다. 지난해에는 신라호텔의 리모델링 공사로 숙박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한 대신 스위스산 ‘몽블랑’ 손목시계를 제공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신임 임원 부인들에게 선물한 500만원짜리 스위스 론진 시계.
신임 임원들과 부인 600여명에게 전달된 시계는 브랜드까지는 알려지지 않을
도리가 없지만, 구체적인 품목과 가격은 극비 사항 중 하나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성 임원들의 시계로 소문이 나면
마케팅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고, 다음 행사 때 우리 제품을 써달라는 청탁이 넘쳐나기 때문에 비밀로 부친다”고 말했다. 론진 시계는
모델마다 다르지만 보통 200만원을 넘는 고가로 500만원 선까지 다양하다. 몽블랑은 1000만원 이상의 제품도 있지만 삼성
임원들에게 제공된 모델은 500만원 내외 가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날 만찬에 앞서 331명의 삼성 신임 임원들은 이달 15일부터 5박 6일간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교양강좌와 삼성 임원
리더십 등을 교육받고 전국의 주요 삼성 사업장을 둘러봤다. 신임 임원들은 임원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 기초 소양과
‘삼성웨이’(SAMSUNG WAY)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특히 삼성의 미래를 이끌 주인공들로서 ‘앞으로 100년간 삼성을 먹여
살릴 새로운 사업 발굴의 중요성’을 교육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
성 신임 임원 만찬의 특징은 주요 프로그램과 행사 기념품이 모두 동반한 배우자를 위해 짜였다는 점이다. 참석하는 신임 임원
부부들은 이날 오후 2시쯤 행사장에 도착해 식사 예절·대화 예절 등 에티켓 교육을 받았다. 앞으로 삼성 임원·임원 배우자로서
대내외 주요 인사들과 만나는 자리가 많아질 것을 대비한 프로그램이다. 남경주 등 유명 뮤지컬 배우들의 공연도 관람했다. 삼성
관계자는 “오늘의 삼성이 있기까지 신임 임원들을 내조한 배우자들의 노력이 누구 못지않게 중요했다는 뜻에서 감사를 표하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