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한마음이고 한몸이라고 했다.남편이 짐을 챙겨 해외 전지훈련을 떠 나면 부인도 마찬가지다.
두산 홍원기의 부인 이혜숙씨는 올겨울 남편과 자신의 짐을 따로 꾸렸다. 홍원기는 그런 부인을 보면서 “대충 가지고 가라”며 심통을 부렸다.딸 채 연은 아빠가 40일 넘게 집에 못들어온다고 했는데도 아주 신이 났다.부인이 여행가자며 딸 아이를 부추겼기 때문.
전지훈련을 떠나는 날 홍원기는 하와이,부인과 딸 아이는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올겨울 부인의 캠프지는 홍원기의 절친한 친구인 요미우리 자 이언츠의 정민철 부부가 살고 있는 일본 도쿄.어차피 정민철도 캠프를 떠나 기 때문에 부인 김경아씨만 홀로 도쿄 집을 지켜야 하는 신세여서 여자들끼 리 따로 뭉치기로 담합했다.
숙소 벽면을 가족사진으로 도배한 홍원기는 일본으로 안부전화를 걸었다. 달랑 여자 셋이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무엇보다 딸 채연에게 ‘아빠가 보고 싶다’는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
그러나 채연은 생기발랄하게 “아빠,너무 재밌어”를 연발했다.약이 오른 홍원기는 부인에게 “집에 안가? 언제 갈거야?”하고 물었다.부인 이혜숙씨 는 “당신도 없는데,뭘”이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좀 심했다 싶었던지 부인은 목소리를 바꿔 “우리도 여기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요.집 떠나면 다 고생이지”하고 덧붙였다.무슨 훈련을 하는 지 궁금하던 홍원기가 다시 물었다.그러자 부인은 “음,관광.당신도 없이 애 데리고 돌아다니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데…”라며 눙쳤다.
그래도 보고싶다는 한마디에 위안을 찾은 홍원기는 다시 훈련장으로 발걸 음을 돌렸다.“혼자 집 지키는 것보다는 낫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