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불자님이 전화가 왔습니다.
“도중스님이 지으신 ‘동체대비’ 책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책에서 정신 차리는 법을 가르쳐 주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신인지 생각인지 구별이 안됩니다,
어떻게 하면 성성적적한 정신을 느낄 수 있는지요?”
#
참으로 좋은 질문입니다.
“ 우리가 평행봉 위에서 걸어가면
처음에는 중심을 잡기 위해 온몸에 정신을 집중합니다.
그리고 중심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몸과 마음과 느낌이 동시에 탁 들어옵니다.
그 때는 두려운 생각도 없고 어떤 망상도 들어오지 않고
현재의 자신의 몸과 마음과 느낌을 가만히 주시하고 보는 자가 있습니다.
느낌은 성정 적적합니다.
정신이 말똥말똥한 것을 성성이라 합니다.
이러한 느낌이 순일하게 계속 이어지는 것을 적적하다고 합니다.
#
염불수행을 할 때는 처음에는 고성을 하다가
자신의 염불소리와 목탁소리에 온 정신을 집중하다보면 (치열하게 30분 이상 계속)
주변에 일체의 소리가 들리지 않고 오직 염불소리와 목탁소리가 들립니다.
이때 염불소리와 목탁소리 외에는 어떤 생각도 나지 않고
현재에 마음이 와 있을 때 자신을 바라보는 주시자가 있습니다.
느낌은 성성적적합니다. 앞생각(과거) 뒤 생각(미래)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체의 생각, 과거의 생각, 미래의 생각, 연상이 일어나지 않고
오직 현재에 마음이 있을 때 그 마음을 가만히 지켜보는 자가 정신입니다.
#
호흡수행을 해서 아라한이 된 라훌라는 오직 호흡을 관찰하였습니다.
호흡에 온통 정신을 쏟으면 오직 호흡만 허공중에 남습니다.
호흡수행도 30분 이상 고요하게 집중할 때
자신의 육체는 사라지는 듯하고 오직 마음이 현재 호흡에 와 있게 됩니다.
이 때 현재 호흡을 하는 것을 주시하는 자가 바로 정신입니다.
#
가섭존자는 부정관을 오직 관찰하여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모든 마음이 부정관에 있을 때 부정관을 하고 있는 모습을 주시하는 자가
정신입니다.
이때도 느낌이 성성 적적합니다.
성성은 또렷한 느낌이고, 적적은 그 상태가 계속 이어집니다.
#
아난존자는 잠을 안자고 자신을 지켜보아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잠을 자지 않고 가만히 현재 경행을 하는 자신을 주시하는 자가 정신입니다.
이때도 정신은 말똥말똥합니다.
#
사리불존자는 오직 느낌(감각)을 관찰하여 자신의 모든 마음이 현재 느낌에 있어
성성 적적한 상태가 이어집니다. 이렇게 현재 자신의 느낌을 주시하는 자가
바로 정신입니다.
#
목련존자는 4대(지수화풍)와 몸 관찰로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이 경우도 관찰하는 자를 주시하는 자가 정신입니다.
느낌은 성성 적적합니다.
#
능엄경에 의하면 관세음보살은 이근 능통하여 신통을 얻었습니다.
삼국유사에 보면 경주에 어느 스님이 종소리와 목탁소리를 듣고
득도를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
절을 삼천 배하면 나중에는 무아지경이 됩니다.
이 때 앞생각 뒤 생각이 일어나지 않고 현재 절하는 느낌이 성성적적하게
느껴집니다.
#
수월스님은 신묘장구대다라니 삼매에 드셨습니다.
바로 성성적적한 상태가 삼매에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삼매에 들면 정신은 말똥말똥 하지만 오직 생각이 현재에 와 있습니다.
앞생각 뒤 생각이 다 끊어지고 성성적적 한 느낌만 남습니다.
오직 현재 대비주 소리만 들립니다.
#
참고로 소승(필자)의 경우는
천수경을 지심으로 외우다 보면 천수경의 글자가 하나하나 가슴에 꼽히듯
해석이 명확하게 됩니다. 일체의 망념이 없어져 글자소리가 또렷하게
들립니다. 이 때 그러한 모습을 주시하는 자를 알게 됩니다.
그냥 느낌으로 직관으로 알 뿐입니다.
또 목탁소리를 듣다가 정신이 집중되기도 하고
스스로 염불하다가 정신이 집중되기도 합니다.
#
이렇게 마음을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가면
어느듯 마음이 평온하게 되어 정신 집중이 저절로 잘 되어
성성적적하게 됩니다.
호흡에 집중하고, 염불 소리에 집중하고, 목탁소리에 집중하고,
경 읽는 소리에 집중하면 정신이 집중되어 정신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정신 차리는 법의 핵심은 마음을 현재에 두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사념처(심/수/심/법)에 마음을 두고 관찰하라고 한 것입니다.
정신을 집중하는 것을 지(止) 수행이라 하고 지(止) 가 깊어지면 삼매에 듭니다.
삼매에 들면 현재 자신의 몸과 느낌과 마음과 제법을 저절로 관찰하게 됩니다.
이것을 관(觀) 수행이라 하고 위빠사나라 합니다.
정신 차린다는 것은 지(止)와 관(觀)을 동시에 할 때 일어나는 나게 됩니다.
즉 고도의 정신집중 상태인 삼매가 일어나고, 그 삼매 상태를 주시하는 관찰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주시자가 정신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자비불교정토회
정인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