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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화달 연습코스는 13km다. 어느 정도 오르막도 있고 딱딱한 길도 있고, 좀 쿠션이 있는 곳도, 숲길도 있고, 달리는 차들의 눈치를 보며 도로를 횡단도 해야 하는 다양한 코스다. 축지법을 사용할 수 있는 지름길도 있고, 반환점에는 약수터도 있다. 아! 다양한 새들의 응원도 들을 수 있으며, 반환점에는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다. 우리의 반환점을 보호하는 중이다. 아니 약수터를 보호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내가 풀코스를 4시간에 완주하려면, 이 13km를 75분 안에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지난주의 기록이 77분 35초였고, 나는 오늘 35초를 단축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아내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일어나서, 도둑처럼 뒤꿈치를 들고 옷을 챙겼다. 물론 불도 켜지 않았다. 우리들 나이엔 주무시는 아내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은 해가 거듭될수록 계속 새겨 두어야 한다.
이렇게 아내의 영향권을 성공적으로 벗어나 우리 집합 장소에 도착해 보니, 벌써 현수막도 설치되어 있고, 이동식 테이블도 설치되어 있었다. 소낙비가 먼저 와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며 다른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캠프 옆에 항상 자리를 잡고 있는 런너스 클럽 회원들이 준비운동을 했다. 소낙비와 나도 같이 준비운동을 따라했다. 준비운동을 한 후, 바로 출발한 다른 클럽을 따라서 소낙비와 함께 나도 출발을 했다.
소낙비와 함께 달리면서 시계를 몇 번 확인했다. 오늘 35초를 단축하려면 1km를 6분을 넘기면 안 된다. 2km 정도 뛰었는데 14분이 지났다. 시계를 자꾸 확인하는 나를 향해 소낙비는 먼저 가라고 했지만, 나보다 고참 앞으로 나서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늘 기록 단축은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뛰고 있었다. 내가 마라톤에 입문하던 첫날 작은거인이 동행해 주었고, 두 번째 날은 쌕쌕이가 동해해 주었다. 이런 빚진 마음이 있어서 선뜻 혼자 가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이런 갈등을 겪으며 뛰다가, 런너스 클럽 회원들 20여명이 인도자와 깃발을 따라 무리지어 가는 일행을 따라잡게 되었다. 이때 소낙비가 “나는 저 사람들이랑 가야겠다.” 고 말하며 천천히 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나에게 기록 단축을 위해 먼저 가라는 말로 이해되었다. 소낙비는 내 고민을 다 꽤 뚫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편안하게 기록단축의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도록 배려한 것이리라. 초보의 마음을 이해해준 소낙비야 고맙다.
20여명의 다른 클럽 회원들의 무리에 내 친구를 남겨두고 한 참을 달리다 보니 화장실 상황이 궁금해 졌다. 인천시민으로서 우리 시에서 관리하는 공원 화장실의 관리상태를 확인하고픈 느닷없는 주인정신이 발동한 것이다. 사실은 출발 전에 양다리 사이에 있는 거시기의 안부를 확인했어야 하는데, 준비 운동하느라, 타이밍을 놓쳤다. 주로를 벗어나 공원 화장실에서 체중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가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kg 체중 차이는 마라톤 풀코스에서 3분의 시간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몇 g 이라도 줄이는 것이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은 걱정할 일이 아니고, 아주 유용한 팁이 될 수 있겠지? 가다가 화장실만 보이면 큰 놈이던 작은 놈이던 아주 걍 꽈~악 짜내고 가겠어.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볼 일을 보고 나오는데, 어랍쇼! 소낙비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화장실로 오잖아? 소낙비도 자기 양 다리사이의 구조물이 궁금해 졌나보다... 체중을 몇 그람 줄이고, 오늘의 목표, 35초 기록 단축을 위해 달리고 있는데, 어라? 그레이가 보이네? 나도 이제 마라톤에 익숙해져 가는가 보다. 주로에서 우리 같은 짐승과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이 열리고 있었다. 나도 이제 개들이 보이네! 스스로 대견해하며 뛰는데 바다도 보이고, 쌕쌕이도 보였다. 나도 혼자서 뛰었지만 주로에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솔찬히 좋았다. 뭔가를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뭔가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마라톤에서 신체부피와의 속도 관계에 대한 그동안의 관찰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나보다 부피가 큰 사람은 내가 추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3일을 달렸는데, 나보다 부피가 커 보이는 사람들을 대부분 추월했다. 이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해보면서 내가 기록을 단축하는 비법도 터득하게 된 것이다. 내가 풀코스를 4시간에 완주하려면 가장 우선적으로 부피를 줄여야 한다. 손톱 발톱을 자주 손질하는 것은 물론이요, 몇 가닥 남은 머리카락도 수시로 자르던지 뽑던지 할 것이며, 팬티도 벗어 던지고, 너무 나갔나? 그래도 안 되면 개복도 벗고 알몸으로 달린다면 꿈을 이룰 수 있겠지? 알몸으로 달리는 날은 비가 내리면 좋겠고.
아! 그리고 오늘 조폭이 축지법을 쓰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내가 먼저 반환점을 돌고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달려오면서 조폭에게 추월을 당한 적이 없는데, 골인지점 8~9백 미터 전방에서 여유 있게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조폭을 본 것이다. 내가 화들 깜짝 놀란 것은, 오늘 발견한 부피와 속도 공식이 적용되지 않고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었다. 모처럼 쓸만한 것을 발견했다고 좋아라 했는데, 축지법을 사용하는 조폭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나중에 깜짝 놀란 사연을 친구들에게 얘기했더니, 조폭코스가 있다는 것을 알려 줬다. 하여간 마라톤 연습코스도 특별히 할당받고, 머리도 짧게 깎고, 힘도 엄청 쎌 것 같은 조폭이 궁금했다. 그레이가 조폭에 대해 얘기해 줬다. 첫 느낌은 살짝 겁이 나지만, 귀엽고, 마음은 친구들 중에 가장 여리고, 착하다고...
오늘 우리 대장 그레이는 우리보다 한 시간 먼저 달리기 시작하여 13km 두 바퀴를 돌고도 나보다 먼저 연습을 마쳤다. 그리곤 골인지점을 1km 정도 남겨둔 지점까지 마중 나와서 나의 마지막 스퍼트를 독려했고 그 리더십의 결과로 76분 4초로 세 번째 연습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35초 단축을 목표로 했으나, 지난 주 기록을 1분 31초나 단축했다. 매주 이런 속도로 단축을 한다면 5개월 후엔 타켓을 추월하고, 9개월 후엔 서브2를 달성하게 된다. 나 미쳤지? 이러면 안 되겠지?
연습을 마치고 양평 해장국 집에서 선지국을 먹었다. 친구들과 처음으로 2부 순서에 참여하는 것이어서 새롭고 좋았다. 양재기에 막걸리로 건배를 했다. 친구들은 이것을 짖는다고 했다. 아침 시간인데 손님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우리는 개들이다. 짖어야 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개들이 가만히 있으면 누가 우리의 정체성을 인정해 줄 것인가? 꼭 다리를 들고 영역을 표시하는 방법만이 아니라, 우리는 짖으므로 스스로 정체성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그래서 “58개띠 멍!”하고, 식전인데도 우렁차게 짖었다. 제법 큰 식당이 쩌렁하고 울렸다. 아주 잠깐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 야무지게 한 번 더 짖자고 했지만, 또 다른 친구가 이런 곳에서는 한 번만 짖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개들이지만 우리는 품위를 지키는 명견들이다.
세 번째 인화달에 참여했지만 나를 여전히 신입회원으로 소중하게 여겨준다. 친구들의 친절과 먼저 찾아와서 인사해주고 마음을 써준다. 고맙다. 모든 모임에서 비용은 1/n로 한다는 카페 헌법을 무시하고, 나는 처음 참석했으니, 밥값도 내지 말하고 했다. 카페법을 위반한 인화달을 중앙에서 알고 징계하면 어쩌지?
P.S |
첫댓글 일분씩만땡기면 가을에전설은
썹4로 쓰건네.
잼난칭구홧팅~!!
이런 속도면 썹2랑게!
친구야
니가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속도를 빨리하여 시간계측에
기준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뛰면서 좌우 이것저것
눈에 보이는 것과
머리에 생각과
어런저런 골통 굴리는
그런 잡다 한 생각을
완전하게 텅 비울수있는
시간과 거리의 증감에 있으며
그 빈 그릇에
아름다운 것들을 다시 넣는 양의 기준에
고수라 여겨 진다네. .
음... 복잡하고 어지럽고, 반세기 넘게 찌든 그릇을 포멧 후, 아름다운 것으로 재설치하면 고수로 가는 길이라는 거이지? 아라떠! 허벌나게 뛰면서 마구 흔들어 주면 잡것들이 걸러지겠지?
비교적 울트라에대한 정리가잘된거같네.....난53키로이상은해본일은읎지만....
6월 첫날,
버마 친구 글 보며 기분 좋게 출발하네....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힐링이고 힘이고 행운이지
첫 풀 언제할 지 모르지만
가을 중마에서 한다면 4시간 함께 뛰어보세~
맞아! 함께할 친구가 있다는 것은 내 인생의 행운이야...이 행운을 계속 키워가고 싶어.
장시간 글쓰느라 욕보았네....풀코스걱정하드만 장거리도 무난할듯하구나....버마~~힘.
어제 나 골인하고 잠시 후, 친구가 들어 오는 것을 보면서 같이 뛸 걸 하고 후회했어.
친구는 준비가 대단하네~~
멋진결과가 기다릴꺼야~
선재에 비하면 나는 깨갱! 꼬리를 감추며...
지금 먹은마음 변치말고 즐겁게 운동하자
그래야겠지? 흔들릴 때마다 네가 필요할 것 같아...
재미나게 읽었다..나도 조만간 동참할련다..난 써브 5로 만족한다.ㅎㅎ 근데 인화달이 무엇의 약자니? 버마야..인천..달리기?
인천 화요일 달림이를 인화달이라고 했는데, 요즘엔 화요일에 참석하는 친구들이 적어서 일요일에 모임을 갖지만, 명칭은 예전에 사용하던 대로 걍 쓰고 있는거라고, 앞선 멍들에게 들었어.
음...썹5라... 내가 초장에 너무 나대는 것은 아닐까?
@버마 판깔린곳에 즐겁게 놀아주능것도 나쁘지않타~^^
햄버거 일요일 대공원 나와 운동도
하고 얼굴도 익히자 이번 일요일 보자
@쾌속질주 핫도그도사와라~^^
서두루지말고 차근차근 훈련하다보면 몸이적응 한다 대공원 1회전도 적은것은 아니지만 하프만해도 전혀다르다 열심히 연습해서 하프 뛰어봐 대공원 2회전하면 되지만 그리 쉽지는 안을거야 날 좋을때 부지런히 연습해 ^^^
구래...거마워...
기록에 연연하지 말고, 언제가는 고장이 나니 천천히 달리자구
그래, 방배골 친구가 신신 당부하는 진심이 학시리 전달된다.
아~!!
방배골만아니엿으면
보낼수잇엇는데......
@김기원(월러러) 월러! 너!!
빨리 갈수있으면 가는게 맞지만 부상이라는 놈이 빠른 스피드와 친하더라.
평생 함께 해야할 운동을 아파서 쉰다면?
그 고통을 모르면 말을 하지말어.ㅎ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하다보면 답이 나올거야.
풀코스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걸 체험하는 그날까지 파이팅~!
풀코스를 4시간에 완주하려는 위험을 알려주고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브레이크를 밟아준 방배골, 동반자 고맙다.
13km 를 75분에 주파하려던 계획을 수정해야겠다. 일단 현재의 속도로 체력을 기르고, 완주를 성공한 후에, 속도는 생각해봐야겠다. 키167cm 78kg의 과체중을 생각할 때 배골이와 반자 친구의 조언은 신의 계시로 해석해야겠다.
너거덜! 언제 봤다고 이런 고급정보를 막 퍼주고 그러지? 나중에 요상한 청구서 보내는거 없기여!
@버마 연습을 충실히 하면 30km까지는 잘간다.
30km는 예비고사이고 나머지 12.195km가 본고사이거든.
빠른 시간안에 도전하지말고 연습 많이하고 본고사보는게 좋을거야~!
@동반자 12.195km 가 본고사구나?
길이만 조금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본고사 구간에는 특별헌 뭐가 있나보네?
@버마 말로는 설명하기가 쫌.ㅎ
30km까지는 어느정도 연습하면 가는데 그 이후의 고행은?ㅎ
@버마 많이 알면 다친다 아무것도 모르면
풀코스란놈과 친해게 지넬수 있단다
@쾌속질주 내 머릿속이 좀 복잡한가 보다. 일단 뛰면 해결된다고 받아 들여야 겠다. 자면서도 뛰는 방법은 없냐? 난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