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에 데뷔한 기업 중 절반이 공모가를 밑돌며 울상을 짓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규모와 실적에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한 데 따른 여파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증시에 상장된 27개 기업 가운데 13개(48.1%) 기업 주가가 공모가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27일 코스닥 상장을 앞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업체 씨에스엘솔라를 제외하고 올해 증시에 데뷔한 종목은 유가증권 7개, 코스닥 20개로 2008년(44개)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공모금액도 씨에스엘솔라(120억원)를 포함해야 겨우 1조원에 턱걸이해 2010년 규모(10조900억원)의 10분의1 수준에 머물렀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업체 중 공모금액 1000억원을 넘긴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의 CJ헬로비전(2932억원)과 휴비스(2001억원)뿐이다. 유럽 재정위기, 미국 재정절벽 우려 등 1년 내내 이어진 악재 탓에 국내 증시가 부진하자 IPO를 준비하던 '대어'들이 내년 이후로 증시 데뷔를 미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관계자는 "경기 부진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시장 침체로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낮게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하다 보니 상장을 연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렵게 IPO에 성공했지만 정작 웃음 지은 기업도 많지 않았다. 광학필름용 코팅장비와 2차전지 소재용 코팅장비 등을 생산하는 피엔티(7월 6일 상장, 공모가 대비 63.65% 하락)와 카메라 모듈 생산업체 엠씨넥스(7월 25일 상장, 공모가 대비 47.67% 하락) 등은 실적 악화로 인해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올해 'IPO 대어'라는 평가를 받았던 CJ헬로비전(11월 9일 상장, 18.75% 하락)과 코오롱머티리얼(4월 5일 상장, 25.17% 하락)도 체면을 구겼다. 공모 당시 일반 청약률이 200대1을 넘었던 사조씨푸드는 공모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주가가 공모가 대비 41% 넘게 하락했다. 지난해 GS리테일, 한국항공우주(KAI), YG엔터테인먼트, 현대위아 등 '알짜'로 분류될 만한 새내기주가 즐비했던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이윤형 하나대투증권 ECM실 상무는 "IPO 이후 주가가 제대로 형성되는 데까지 대개 3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 신규 진입 기업 주가 움직임을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공모주 투자가 무위험이라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금리와 증시 선진화가 맞물리면서 IPO를 통해 큰 이익을 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데뷔 후 '대박'을 낸 기업도 있다. 올해 2월 상장한 사람인HR는 공모가(5000원)의 2배인 1만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26일 1만4200원(공모가 대비 184% 상승)까지 주가를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