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두 번째 혁신위원장으로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를 임명했다. 최초 임명된 이래경이 천안함 폭침 발언으로 임명 9시간 만에 사퇴한 다음, 후임으로 임명된 김은경은 첫 일성부터 이래경과 다름이 전혀 없는 부적격자임을 드러냈다. 김은경은 송영길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라고 했으니 민주당 혁신위는 출범도 하기 전에 김빠진 사이다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김은경의 이 발언은 이재명이 혁신위원회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었을 당시의 상황을 깡그리 부정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한 달 전, 민주당이 혁신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작심한 배경은 송영길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이어 연속으로 터져 나온 김남국의 코인 투자 의혹에 대한 국민적 질책과 비판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불러오자 비상 탈출용으로 급하게 들고나온 것이 혁신위원회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돈 봉투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도 김은경이 검찰의 조작으로 몰고 가는 듯한 발언은 혁신은 고사하고 이재명이 감독하고 정청래를 비롯한 강성 친명계가 연출하는 시나리오대로 꼭두각시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자기 고백과 다를 바가 없다.
하기야 김은경은 문재인의 간택으로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냈고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에는 당무감사위원을 지냈으니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혁신위원장 감투는 성은(聖恩)이 망극할 지경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임명된 첫날부터 어깃장 놓는 소리를 보니 김은경이 교수라고 하지만 이념적 마인드가 좌측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좌파 먹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송영길 돈 봉투 사건은 검찰이 처음부터 인지하고 수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지낸 이정근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임의제출을 통해 확보한 전화기 4대에는 3만 건에 달하는 통화 녹음 파일이 저장되어 있었다. 따라서 송영길 돈 봉투 사건은 이정근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새로운 사실이었다. 이 사실은 한 종편에서 심층 보도된 바도 있었고 정황 증거 자체가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지낸 이정근의 녹취 파일에 있었던 만큼 걸핏하면 야당 탄압이니 표적 수사니 하는 민주당의 상투적 정치공세도 통할 수 없었다.
따라서 송영길 돈 봉투 수사는 범죄 혐의가 인지되면 수사하는 것이 검찰의 직무 원칙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직분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한 시선이다. 이처럼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이 사실을 혁신하겠다는 김은경이 검찰의 조작 늬앙스를 풍긴 이 발언은 엄연한 사실도 일단 부정하고 나서는 좌파진영 특유의 이념적 문화 현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김은경은 윤관석, 이성만에 대한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는 검찰의 입맛에 맞는 부당한 영장청구라고 했고, 불체포특권은 헌법상의 권리가 맞는다고 하여 국회 부결을 정당화한 것도 팩트를 부정하고 싶은 이념의 의식화가 우선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총체적 부실에 직면하여 난파 일보 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종 부패, 부정, 비리의 중심에 있다. 김은경이 진정으로 민주당을 혁신하겠다면 이재명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비판과 대표 사퇴 주장, 송영길 돈 봉투 사건의 철저한 검찰 수사 촉구, 윤관석, 이성만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비판, 송영길의 돈 봉투를 받은 의원들에 대한 자진 검찰 출두 촉구, 김남국 의원직 제명에 대한 확고한 의지표명, 개 딸들이 벌이는 팬덤 정치 부작용과 폐해를 근절하겠다고 주장해야 했고, 싱하이밍 중국대사가 막말하도록 멍석을 깔아준 이재명의 사과를 요구해야 했다.
또한,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삼중수를 핵폐수로 선동하고 핵과학자들을 돌팔이에 비유한 이재명에게도 따끔하게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명백한 부정을 저질러도,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도덕성이 실종된 정당이다 보니 툭하면 검찰의 야당탄압, 부당한 수사라고 물타기 하는 고약한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 민주당은 범죄 혐의자가 많아서인지 당헌 80조도 바꾸었다. 원래 당헌 80조는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된 법을 위반하여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는 기소와 동시에 직무를 정지하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되어 있었던 당헌 80조를 1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 직무 정지 여부를 결정하되 정치탄압 등이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최고위원회가 의결하면 징계처분이 취소되거나 정지할 수 있다고 개정했다. 또,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오더래도 대법원에서 무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오지 않으면 정지 효력이 상실되게 만들었다. 이른바 이재명 1인을 위한 당헌 개정이었다. 김은경은 당헌 80조를 원래대로 복귀시킬 강단과 소신이 있는가, 그렇다면 혁신은 성공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라면, 부뚜막 땜질도 못하는 며느리가 이마의 털만 뽑다가 종 쳤다는 오명만 남긴 채 민주당의 혁신은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