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K -1-
작성자 사랑튀김
퍽!
강한 타격 음이 뼈를 울리며 귓가에 들려왔다.
굉장한 충격이었는지 고개가 완전히 뒤로 제쳐지며 넘어질뻔 한 것을
간신히 버텼다.
"야. 이 x발놈아! 왜 까불어!"
퍽!
눈과 코가 시큼시큼 거리며 땡겨왔다.
손을 데어보니 코피가 흐르고 있었고 코에 강한 충격 때문일까?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다.
꿀꺽..꿀꺽..
흘러 넘치는 코피는 목구멍을 타고 뱃속을 흘렀다.
비릿한 피맛에 속이 울렁거렸다.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리를 굽힌 채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던 나에게 녀석은 뭐라뭐라 말을 하며 멱살을 잡았다.
언제 끝이 날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간절히 맴돌며
맞는 것에 대한 고통이 잊혀질 만큼의 시간이 지나자 녀석은 지친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헉..헉. x같은 새끼! 다음부터 까불지 마라!"
코피를 흘리며 온몸에 흙자국이 나있는 나를 뒤로하고 녀석은 담배를 입에 물곤 걸어가 버렸다.
일어서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또 왠지 일어서기도 싫었다.
그냥 그 자리에 누워서 좀 울고싶었다.
하지만 계속 흐르는 코피를 어찌할 수 없어서 쑤시는 몸을 일으켜 근처 화장실로 갔다.
학교 점심시간은 어디나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이런 몰골로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이 창피하기도 했다.
"야. 저자식봐 x나 맞았다."
"졸라 불쌍하다."
"쟤 이름이 뭐더라?"
온갖 관심과 눈길이 나에게로 쏠렸다.
x발.. 괜히 눈물이 흐르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억지로 참았다가
세수를 하면서 많이 흘려보냈다.
화장실에 휴지로 코를 틀어막을 때쯤 되니 코피가 멎었다.
짜증이 났다.
욕을 마구 퍼 붙고 싶었다.
x발..x같은 새끼..
하지만...
하지만.
나는 너무나 미약했다.
속으로 욕할 수밖에.. 마음으로 저주할 수밖에 없는. 내모습이
참 비참하고. 비굴하고.. 싫었다.
나름대로 몸과 옷을 정리하고 화장실을 나올 즈음되어 예비종이 울렸다.
수업이 곧 시작할 테니 교실 안으로 들어가라는 종이었다.
그러나, 이런 마음으론.. 이런 모습으론 교실로 들어갈 수 없었다.
수업 역시 받을 수 없었다.
나를 잡아끄는 선도위원의 손을 뿌리치며 교문 밖으로 빠져나왔다.
바지 주머니를 뒤져보니 나온 천 원짜리 두장, 백 원짜리 세개.
이천삼백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나는 먼저 책방으로 갔다.
"xzxcwerewr"
주인 아주머니의 형식적인 인사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들을 둘러보며 책방을 한바퀴정도 돌았다.
괜히 녹정기라는 만화책이 보고싶었다. 전에는 눈도 안 갔을 만화책이다.
내용이야 어찌됐건 조금 높은 곳에 꽂힌 책을 뽑기 위해 손을 올렸을 때
맞은 가슴부위가 아파 왔다.
"x발"
주인 아주머니가 살며시 눈치를 주고, 난 책을 뽑아 카운터로 갔다.
"삼칠공일번이요."
아주머니는 키보드자판을 두드리지 않고선 내 얼굴을 바라봤다.
"학생, 어디 맞았어?"
"삼칠공일번이요!"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이. x발!"
아주머니의 말에 난 짜증과 갑자기 소리를 지른 것에 창피했는지. 어쨌는지
순간 욕을 뱉어버리곤 책방 문을 발로 차버린 다음에 나와버렸다.
아. 짜증나!. 짜증이 났다!..
그러면서도 아주머니가 나를 불러 세울까. 쫓아올까.
걱정이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뛰기 시작했다.
전과 같으면 몇 분은 걸렸을 거리를 일분 체되기 전에 지나쳐버렸다.
자주 가던 pc방이 가까이에 있었다.
지하에 있는 pc방으로 들어가려고 첫째계단을 밟았을 때,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아.. 어차피 pc방에서 두시간 하면 삼백원 남을텐데 거기서 만화책 빌릴걸 괜히 나왔어..
라는 시답잖은 개코같은 후회였다.
"어서 오세요."
알바학생인지 주인인지 내미는 손에서 카드가 한장나왔다.
그것을 잡아들고 될 수 있으면 음산한 곳. 어두운 자리를 일부러 찾았다.
하지만 이미 그런 곳은 아저씨들이던지. 청년이던지 하는 사람들이 앉아버린 후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덜 어두운 가운데쪽 자리에 앉게 되었다.
곧 있으니 누군가가 물에 젖은 휴지가 놓인 재떨이를 가져다 주었고.
뭐.. 담배가 없는 나에겐 필요하지 않은 것이지만..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내가 자주 가는 몇 가지 사이트를 왔다갔다하니.
더 이상 할 것이 없었다.
더욱더 만화책을 빌리지 않은 것에 후회가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 버린 pc방은 정말 심심했다.
모니터화면에 보이는 시간은 한시사십삼분..
학교에서는 자고 있을 시간,
맞은 곳도 아프고 뻐근하고, 할 것도 없는 데 잠이나 자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키보드를 왼쪽 편으로 세워놓곤 팔을 베개삼아 눈을 감았다.
곧장 잠이 오지 않았다.
이 생각, 저 생각 온갖 잡생각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오늘 맞은 생각이 나자.
x발 x발 x발.. .. .
욕을 중얼거리는 나였다.
눈을 떠보니 정신도 없고 침도 팔뚝에 흥건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읏.."
맞은 부위가 상당히 아려왔다. 몸 곳곳이 쑤시지 않는 곳이 없었다.
"아이..씨.."
또 짜증이 났다.
찌뿌둥한 몸을 풀어주기 위해 두손을 모아 위로 뻗었는데
그러다가 아무 생각 없이 봐버린 시계는 네시삼십칠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순간에 눈이 크게 떠지고 혼란스럽던 머리가 한가지 생각으로 통일됐다.
큰일났다.
옷에 달린 주머니 이곳저곳을 뒤져봐도 내 전 재산은 이천삼백원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왼쪽 검지손톱을 이빨로 뜯으며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정리라 봤자, pc방에 낼 돈이 모자란다. 였지만..
이젠 해결방법이 필요했다.
몇 가지를 생각했는데. 첫째는 도망치는 것 둘째는 외상으로 하는 것
셋째, 넷째는 잡생각에다가 별 볼일 없는 것이라 중요치 않았다.
첫째방법은 너무나 위험부담이 크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곧장 pc방 카운터로 갔다.
그냥 외상한번 해달라지 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카운터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
입으로 불러봐도 누구하나 돌아보는 사람 없었다.
이 상황에서 나는 정말 수십 가지 생각을 했다.
가자..기다리자. 가자. 기다리자.. 똑같은 생각의 반복이었지만,
몇 초간의 갈등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가버리기로 했다.
있는 힘껏 계단을 올라가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아니, 나를 부르고 있었다.
"야 이 새끼야! 거기서!"
그때 섰으면 좋았을 뻔했지만.. 나는 계속 달리고 말았다.
무슨 큰일을 저지른 것처럼 달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시장에서 교복을 입은 체로 도망치고있는 내 모습은 못난 놈. 못된 놈. 등신..
이런 말을 들어 쌀만큼 만큼 바보 같았을 것이다.
한참을 달렸다. 버스노선으로 치면 한 세정거장 정도될만한 거리였다.
뒤에서 누군가가 뒤쫓아 왔는지 어쨌는지 잘은 모르지만.
일단은 뛰노는 아이들 몇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휴..."
옷은 땀으로 젖어 버리고 심장이 쿵쾅거려도
안심이 되니 참아왔던 숨이 한꺼번에 나왔다.
얼마간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니 버스를 타고 다닐 때 가끔 본 돌아다니진 않았던 곳이었다.
그래도 집까지는 무리 없이 갈 수 있을 것 같아 곧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걸으면 걸을수록. 아랫배가 땡겨오고.. 사타구니가 간질거렸다.
왜 일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집에 전화가 왔으려나 하는, 아니면 내일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맞을 걱정 때문일까?
도무지 알 수 없는 기분에 가슴이 두근두근하기도 하고 몸살난 사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병이 났을지도 모른다. 하며 빨리 집에 가서 따뜻하게 씻고 자야겠다. 는 생각이 들면서 뛰기 시작했다.
어느 새에 자주 다니던 사거리에 도달하니 안정이 되어 이상한 기분도 좀 나아진 것 같았다.
뛰던 걸음을 좀 늦추고 걸으니 맞은 부위가 다시금 아파 왔다.
그래도 집에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에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곧있어 집 대문 앞에 도착한 난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나 가진 것은 이천삼백원뿐, 열쇠를 찾을수 없었다.
지금이라면 집엔 아무도 없을 시간이지만
뭐.. 열쇠를 곧 잘 잊는 나를 위해서 현관문은 잠그지 않아 까짓 거 담 넘으면 되지 하고 걱정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벨을 눌렀다.
조용한 음악소리가 들리고 곧 아무런 응답 없이 문이 열렸다.
집에 누군가 있겠구나. 하곤 별생각 없이 몇안되는 계단을 올라 현관문을 열었다.
가족들이 내 맞은 얼굴을 본다면 화가 날거라는 생각이 들어 빨리 방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거실에는 전엔 한번도 보지 못한, 내가 전혀 모르는 남자가 소파에 앉아있있다.
방안으로 빨리 들어가려 했던 계획은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리고,
난 놀란 나머지 움직이지 못한 체 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웃는 얼굴로 나를 보며 일어서서 뭐라고 말을 하였는데,
그것은 외국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들어보지 못한 음성이었다.
"누구세요?"
내 물음에 정체 모를 남자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고개를 숙이곤 눈을 깜빡였다.
아까 전엔 당황하여 제대로 살피지 못한 그의 모습을 천천히 훑어보니,
베이지색 면바지와 남방, 남색 조끼를 입은 그리 남다를 것 없는 캐주얼 차림이었지만,
그의 훤칠한 키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잘생긴 얼굴이 그를 범인이 아닌 듯 보이게 했다.
다시 봐도 그의 얼굴은 너무나 잘생겨서,
자세히 말하자면.. 검정빛깔의 단정하게 내려온 머리카락과 깨끗하면서도 고운 동양적 피부.
쌍꺼풀이 진 커다란 눈과 짙은 눈썹.
오똑한 코, 너무나도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입술.
얌전하면서 귀여운 소년인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큰 키와 곧게 핀 허리
활짝 펼쳐진 어깨로 인해 멋진 남성과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정말이지 완벽해 보였다.
"아.."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고개를 들고선 눈웃음을 지으며 너무도 매력적인 입술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여긴 한국인가 보군요?"
한국어로 말한 그의 목소리는 너무도 아름다워서,
그 어떤 노래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편안한, 그러면서도 신비로운 기분이었다.
마치 부드럽고 감미로운 초콜릿이 입안에 맴도는 듯하고 코에는 향기로운 꽃내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어딘가 다른 세계에서 들려온 소리 같았다.
그 목소리에 취해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분간할 수조차 없는 동안,
그의 말이 이어졌다.
"당신의 이름은 김석영(金碩煐)이죠?"
다시 들은 그의 목소리는 보통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나는 순간 마약에서 깨어난 사람 마냥 변해버린 목소리에 무척이나 허무하고 슬퍼 져버렸다.
한번더 그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다.
"왜 말이 없으세요?"
그는 얼이 빠진 듯이 있던 나에게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그때서야 제 정신을 차린 나는 머릿속으로 급히 상황을 정리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다.
누구기에? 무슨 일이 길래?,. 이토록 완벽한 사람이 나를 찾는 걸까?
신비롭던 그 목소리도 다시 듣고 싶었지만 그의 정체 역시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네, 김석영이 맞는데요. 대체 누구시죠?"
많이 미흡한데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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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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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일상과는 다른 '사고'를 쳐버린 그와,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틀어진 유혹적인 일상.. 뒤는 어떻게 될까요? 궁금증이 생겨요.
일상, 일상, 일상. 다음 이야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