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주택' 있으나 마나…정부도 나몰라라
2010년 이후 인허가 실적 1건…시장에서 외면
정부관리 허술하고 책임부처 없어…이름만 복지시설
복지시설 분양하는 것 자체가 모순…"임대로 재편해야" 이데일리 | 김동욱 | 2013.03.27
http://media.daum.net/economic/estate/newsview?newsid=20130327111712032
실버타운 실패
#장면 하나
공무원으로 정년 퇴직한 A씨(혹은 군인, 교사 등 연금생활자인 한 노인)는 퇴직 후 몇 년간은 아내와 함께 작은 아파트에서 살다가 몇 해 전 아내와 사별했다. 다른 지방에 사는 아들과 며느리는 같이 살자고 했지만, 이제와서 한 집에서 같이 사는 게 왠지 불편할 것 같아 '실버타운'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장면 둘
그런데 여기엔 많은 문제가 있었다. 적당한 실버타운을 알아보는 일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나마 알려진 곳들은 어마어마하게 비싼 곳이었고 이조차도 몇 군데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라는 데 있었다. 비싼 비용에 비해 얼마만큼 만족도를 보장해 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최근 신문에 난 기사와 복지부 발간 책자에 나와 있는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이란 곳들 대부분은 노인은 드물고 일반인들이 모여사는 여느 아파트와 다름이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장면 셋
수도권의 이름난 한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B씨는 몇 년전부터 이 곳에서의 생활에 불만이 많다. 무엇보다 입주민들의 의견과 소비자로서의 권리가 수시로 무시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여러 불만을 관공서와 각 기관(공정위, 인권위 등)에 찾아가 호소하기를 몇 년...하지만 별 진전이 없다. 정부에서는 모두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B씨는 이러한 일들 속에서 자신보다 더 심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한 경우는 이러한 실버타운((유료)노인복지주택)을 분양받은 경우였다. 분양받은 노인들은 마음이 바뀌어 나가고 싶어도 제 때 나갈 수 없는 현실이었던 것이다. 일반 아파트처럼 자신이 알아서 처분해야 하지 정부나 실버타운 운영회사 어느 곳도 그 어떤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당초 기대했던 것과 내용이 달라도 참고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러한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유료양로원)을 '노인복지법'에 '노인복지시설'로 정해놓은 것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근본 문제는?
단지 이미지의 문제일까? 우리나라의 실버타운 사업이 대부분 실패로 귀결된 이유가 '실버'라는 이미지의 문제 혹은 부동산 시장의 영향 때문으로 보는 것은 애당초 무리가 있는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역시... 분양이 문제였다.
실버타운을 분양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결론내릴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는 우리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환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아파트도 아닌(건축법상 주택이나 공동주택이 아닌) 노인복지시설(우리나라 법에는 그렇게 나와 있다)을 너도 나도 서로 분양받으리라는 예상과 기대야말로 환상과 착각이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초호화판 실버타운이란 것들은 그 수요가 지극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상위 1%를 위한 특화된 상품에 불과한 것이다. 이 점은 삼성에서 직접 하는 용인의 노블카운티를 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삼성이 이 사업을 시작한지 어언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제2, 제3의 노블카운티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외 몇 몇 초호화판 실버타운이 있고 그 아래 단계의 실버타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중산층, 서민을 위한 시설이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대부분의 국민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이러한 실버타운(분양하는 노인복지주택이나 초호화판 고급 유료양로원)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나마 잘되고 있는 '노인복지관'을 중심으로, 고령자 주거정책의 판을 처음부터 다시 짜보는 것은 어떤가?
공공영역(각 지자체의 노인복지관, 보건센터, 체육센터, 문화센터 등)과 연계한 민간영역(노인들을 위한 고령자임대주택(아파트), 시니어코하우징 등)으로 말이다. 여기에 한 가지 필요한 것은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여러 유형의 '재가노인복지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반민간영역(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의 형태)일 것이다.
조금만 신경쓰면 할 수 있는 일들을 안 하고 그저 세월만 보내고 있다. 누가?
우리사회의 고령화문제는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