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550) - 제6회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일본기행록(8)
1.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고향 오카자키
5월 9일(화), 흐리고 비교적 선선하여 걷기 좋은 날씨다.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인데 사정상 투표할 수 없어 유감이다. 지금까지 40년 넘는 선거에 불참한 적이 없었는데. 나고야에서 오카자키까지 걷기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니 여섯시가 가깝다. 투표마감시간을 살피니 오후 8시, 6시까지의 투표율이 72%라는 내용을 확인(최종 투표율 77.2%)하고 저녁 식사하러 나갔다 돌아오니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재인 41.4%, 홍준표 23.3%, 안철수 21.8%, 유승민 7.1%, 심상정 5.9%. 밤 12시 넘어 당선자가 결정될 것이라는데 대체적인 예상대로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당선 즉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되는 새 대통령의 앞날에 서광 있으라.
오전 7시에 나고야의 숙소를 출발하여 7시 16분에 나고야 역에서 기차를 타고 그제 도착했던 나루미 역으로 향하였다. 오늘 코스는 나루미(鳴海)에서 오카지키(岡崎)까지 도카이도(東海道)를 따라 29km, 출발 행사 때 홍보담당 가나이 씨가 제10차 조선통신사가 이 지역을 통과할 때의 일화를 말한다. ‘통신사 일행에 앞서 대마도 번주가 새벽 5시에 먼저 출발, 한참 후 호위무사를 보내 통신사 일행의 동향을 살피게 하였다. 통신사 왈, 비가 오고 아침 식사 전이니 천천히 가자. 꾸물거리다 발행한 것은 오후 1시, 계속 비가 내려 가마 안까지 흠뻑 젖은 상태로 오카자키에 이른 것은 다음날 새벽 3시다. 도착 후 통신사가 한 말, 이렇게 고생스런 행정은 처음 겪는 일이다. 다행히 오늘은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으니 걱정하지 마시라.’ 이어 민단 아이치지부장 임창호 씨는 한일관계가 서먹한 때 신의와 평화를 주장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고향 오카자키로 가는 일정이 의미 있다며 평소 걷기를 연습한 적이 없지만 오카자키까지 완주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일행 모두 웃음으로 호응하며 가벼운 발걸음을 뗀다. 나루미 출발시간은 8시 반, 20여명의 당일참가자를 포함하여 50여 명의 대원이다.
나루미를 벗어나 400년 전통의 옛 상점가 아리마쓰(有松)지역에 이르니 지역주민들이 아리마쓰∙나루미 교회관(絞會館) 앞에서 환영의 구호를 외친다. 걷기를 계속하니 도요메이(豊明)시에 접어든다. 휴식을 겸하여 찾은 곳은 오케하지마 옛 전장(桶狹間古戰場), 아직 세력이 미약했던 오다 노부나가가 이곳 전투에서 이마가와 요시모도를 이겨 역사의 흐름을 바꾼 유명한 전장으로 국가지정 사적(事跡)이다. 후쿠오카에 사는 마유미 지혜코 씨는 평소 이곳을 꼭 와 보고 싶었다며 기뻐한다.
10시 반쯤 도요야케(豊明)시를 지나 가리야(刈谷)시로 접어든다. 도린지(洞隣寺)에서 휴게, 잠시 후 지류(支立)시에 들어선다. 11시 35분, 도카이도 굴지의 유명신사라 칭하는 지류신사(112년 창건)에서 휴식을 취한 후 잠시 걸으니 안조(安城)시가 나타난다. 수백 년 자란 소나무 길이 운치 있고 안조(安城)북부소학교의 수령이 백년이라는 하얀 꽃나무가 일품이다. 소학교에서 10여분 거리의 로코엔이라는 레스토랑이 점심장소다. 도시락이 깔끔하고 떡과 커피도 곁들이는 품위 있는 식사에 일행 모두 만족스런 표정이다. 호스트는 이 지역에 사는 니시가와 아라이(87세) 씨와 아스코 부부, 일찍이 일본과 한국일주를 한 걷기 선배다. 조용히 동호인들을 격려하는 베테랑의 호의에 감사드린다. 아무쪼록 건승하시라.

2천년 역사를 지닌 지류신사에서 휴식 후 다시 걷기에 나서는 일행들
오후 3시, 오카자키 시에 들어선다. 도로 입구에 ‘家康公과 三河武士의 고향 岡崎에’라고 크게 쓴 표어가 눈길을 끈다. 오카자키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그를 따르는 무인들의 본거지임을 자랑하는 뜻이리라. 어제 나고야 성 탐방 때 나고야 들어서기 전의 이나자와가 오다 노부나가, 나고야는 도요도미 히데요시, 오카자키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출생지인 것을 살폈다. 이 지역을 걸으며 전국시대를 풍미하던 사무라이 3걸이 나고야를 중심으로 가까운 곳에서 생장한 것을 제대로 새기는 셈이다.
오카자키 시가지로 접어드는 다리를 건너니 ‘핫조미소(八丁味憎)의 고장’이라는 미소공장이 나타난다. 오카자키의 관광명소 중 하나, 안에 들어가 미소를 시음하고 내부를 돌아본 다음 시내로 향하였다. 다음에 이른 곳은 오카자키 성과 오카자키 공원, 성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공원으로 향하니 오후 4시 반에 시계탑 문이 열리며 3분여 도쿠가와 이에야스 형상의 인형이 일행을 환영하듯 여러 동작을 펼치는 모습이 볼만하다. 오카자키의 상징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인 것을 확인하기 위함인가.

익살스런 모습으로 탐방객을 환영하는 시계탑의 도코쿠가와
최종도착지 동오카자키 역에 이르니 5시가 가깝다. 당일참가자들에게 완보증을 수여한 후 이곳까지 함께 걸은 당일참가자들과 작별인사, 민단 나고야 지부장 임창호 씨는 다짐대로 막판까지 걷느라 다리를 절뚝이며 금일봉을 전하고 떠난다. 며칠간 함께 걸은 요시무라 코스리더와 차이 씨도 안녕.
* 개표결과 문재인 41.1%, 홍준표 24.1%, 안철수 21.4%, 유승민 6.4%, 심상정 6.2%의 득표율로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었다. 엊그제 끝난 프랑스 대선에서는 39세의 마크롱이 역대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선택은 국민의 몫, 주권자의 뜻을 잘 받드는 일꾼이 되시라.
2. 오카자키(岡崎)에서 도요바시(豊橋) 가는 길
5월 10일(수), 전날에 이어 흐리고 선선한 날씨다. 호텔의 아침식사가 화식과 양식 중 선택이다. 대략 반반, 양식을 택하였다. 토스트, 달걀 프라이를 곁들인 야채, 커피, 음료 등 간단한 메뉴다. 8시에 동오카자키 역에서 출발식, 다른 날보다 당일 참가자가 줄어서 단출하다. 가나이 씨의 통신사 이야기, ‘옛날의 통신사도 오늘 코스인 오카자키(岡崎)에서 도요바시(豊橋)를 하루 일정으로 이동하였다. 오카자키에서 해 뜰 때 출발하여 아까사카 솔밭에서 점심을 먹고 도요자키에 도착하면 저녁이 되었다. 일행 중에는 재능을 지닌 20세 이하의 소년들이 있었다. 통역, 춤, 장기자랑 등이 그들의 임무인데 이를 기다리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서 분위기에 압도당할 정도다. 도요하시에 오진사라는 격이 높은 절이 있는데 전쟁 때 소실되어 통신사 관련 자료도 없어져서 아쉽다. 사찰 중 가장 많은 자료가 보존된 것은 며칠 후에 가는 시즈오카의 세이켕지(淸見寺)가 대표적이다. 오늘 점심은 통신사들이 먹었던 소나무 숲에서 들게 된다.’ 오늘의 코스리더는 이 지역에 사는 오자와 씨, 이번에 서울에서 충주까지 함께 걸었다.
8시 10분 쯤 동오카자키 역을 출발하여 도카이도를 따라 걷는 동안 길이 꺾어지는 곳마다 굽은 길이라는 표지가 있다. 굽은 길을 여러 번 돌아 한 시간쯤 걸어가니 몇 백년 묵은 소나무들이 품격 있게 자란 도로들이 나타난다. 후지가와숙(藤川宿) 등 도카이도 길손의 유숙지인 宿을 여러 개 지났다. 걷는 길에 도쿄(에도)까지 78里(1里는 4km), 교토까지는 48里라 적힌 팻말이 서 있다.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된 도카이도 옆으로는 국도1호선이 뻗어 있다. 차량통행이 많은 간선도로, 옛길과 새 길이 공존하는 모습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

휴식 차 후지가와숙(藤川宿)이라 이름붙인 가게에 들어간다
고바야시 카츄이치 씨가 다가와 녹음이 우거진 산야를 가리키며 말을 건넨다. 이런 풍경이 新綠의 薰風이라고. 한국에도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라는 노래가 있다며 맞장구를 치기도. 그와의 대화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 일본의 평화와 전쟁노선 등 정치문제로 번진다. 우리는 평화주의자임을 확인하며. 이틀 전 나고야의 현대의 조선통신사 대표도 평화를 강조하며 아베 총리가 평화보다 전쟁을 추구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 뜻밖이기도 하였다.
도요가와(豐川) 시에 접어들어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도카이도 옆 고유쪼 공원에서 오후 1시에 도시락으로 점심을 들었다.(조선통신사들도 그곳에서 들었을까?) 점심을 들고 출발하자 4년 전에 점심을 들었던 가게가 눈에 익는다. 그 집 주인이 임진왜란 때 귀화한 일본 장수 사가야(김충선)를 흠모하여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있는 그의 서원(녹동서원)을 자주 찾는다는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던 사연이 깃든 곳, 지금은 그 가게를 다른 사람이 경영하여 그와 관계없는 곳이 되었다. 혹 그를 만나면 4년 전 이곳을 지나며 쓴 기록을 전해주려 하였는데. 정황을 말하니 지금도 교분을 나누고 있는 가나이 씨가 이를 전달해 주겠다고 말한다.
오후 4시 경, 도요가와방수로(豐川放水路)라고 적힌 큰 다리를 건너니 규모가 큰 도요바시 어시장을 지나 40여분 만에 도요바시 역에 도착한다.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예보와 달리 구름만 끼어 34km의 먼 거리를 비교적 수월하게 답파하여 뿌듯하다.

도요가와와 도요하시 사이로 흐르는 넓은 강이시원하다
역에서 가까운 숙소(뉴 동양 호텔)에 여장을 풀고 호텔에서 만찬을 가졌다. 우리 일행 외에 조선통신사 연지 연락협의회 임원, 엔도 대표의 친구가 합석한 자리, 엔도 대표의 친구 이토 씨가 일본 전통연극 가부키의 한 장면을 1인극으로 특별히 시연하여 좋은 문화교류의 시간이 되었다. 조선통신사 연지 협의회 임원은 며칠 전(5월 5-7일) 부산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축제 팸플릿을 가져와 정보를 교환하고. 열심히 걷고 잘 먹으며 문화교류도 나눈 알찬 일정, 내일도 좋은 날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