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反민주 왕실모독죄’ 폐지 여부 촉각
43개 군주국가 중 가장 엄격 적용
여론 억압-쿠데타 정당화 근거로
제1당 대표 “법 개정 타협 없어”
“총선으로 방콕의 봄 왔다” 평가도
14일 태국 총선에서 젊은 층 지지를 앞세운 ‘전진당’이 제1당을 차지하면서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군주제 개혁’이 실현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승리가 확정된 15일 새벽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는 “시대 정서가 바뀌었다”며 “형법 112조(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에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겠다”며 개혁 의지를 거듭 다졌다.
태국은 세계 43개 군주국(입헌군주제, 전제군주정) 가운데 왕실모독죄를 가장 엄격하게 처벌하는 국가로 꼽힌다. 형법 112조에 따르면 현 국왕, 왕비, 후계자나 섭정(攝政)을 모욕하거나 위협하면 최고 15년 징역형에 처한다. 모욕의 정의와 범위가 명시되지 않고, 재판 과정에서 보석이 거부되거나 비공개 또는 군사 재판에 처해지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의 검열 강화에 활용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2016년 왕위에 오른 와치랄롱꼰 국왕(라마 10세)은 왕실모독죄를 근거로 자신을 향한 부정적 여론을 억압해왔다.
왕실모독죄는 군부 쿠데타에 정당성을 제공하는 근거로 작용하기도 한다. 2006, 2014년 군부는 민주정부의 군주제 개혁 시도를 막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형법 112조 개정 전망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려면 상·하원 전체 750석(하원 500석+군부 지정 상원 250석)의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전진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하원 의석은 292석에 불과하다.
이번 총선 결과가 태국 민주화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가도록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라찻 밤룽숙 쭐랄롱꼰대 정치학과 교수는 15일 “이번 총선으로 ‘방콕의 봄’이 왔다”며 “군부는 (총선에 대한) 자신감에 차서 탱크에서 내려와 유세 트럭에 올랐지만 유권자들이 이(군부의 승리)를 저지했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