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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실화소설 [화려한 주식사냥]
- 제13회 -
소액 투자자들을 등쳐야 승리한다(4)
“회장님, 작전 세력이 따로 존재한다고 상상하지 마세요. 집중 투자 종목이 결정됐을 때 다른 전주들이나 큰손을 끌어들이면
그게 바로 작전 세력이 됩니다.”
박상민은 최 회장의 과욕을 간파하고 그렇게 맞받아쳤다.
“맞는 말이군…….”
최 회장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하지만 박상민은 최 회장의 입술에 알 듯 모를 듯 꿈틀거리는 미소를 훔쳐보고 있었다.
박상민은 죽어도 남에게 호락호락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지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남에게 가치가 있는 존재가 되면서,
그만한 대가를 충분히 얻어 내는 거래의 상대가 되고 싶었다.
“알맹이 없는 상장 회사, 자본 잠식이 진행된 엉터리 회사의 주식으로 재미를 보기도 한다던데?”
“자본금이 적은 부실 상장 기업의 주식을 매집할 경우엔 단기 승부가 필요합니다. 작전세력과 손을 잡고 꾸준히 루머를 생산하
면서 주가를 끌어올린 뒤 단숨에 처분하지 않으며 실패하기 십상이죠.”
“우리 로얄건설을 작전 세력의 투자 종목에 편입시킨다면 금상첨화가 되겠지. 필요에 따라선 우리 로얄그룹 내부에 작전 세력
을 만들어 둘 작정이야. 그때 가서 당신은 그 팀장을 맡아야 하네. 아니 벌써부터 팀을 만들기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어.
주식부 엄창수 차장은 간사 역할을 담당할 거구 …. 다소 무식하고 멍청하긴 해도 매우 충직한 녀석이 바로 엄 차장이야…….”
“엄창수 차장, 김혁 전무님과 함께 오래 전에 사전 조율을 끝냈습니다.”
박상민은 초장부터 최 회장을 안심시키려고 들었다.
“내가 만일 동의하지 않는다면?”
“회장님이 원하는 것을 저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박 차장,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누가 그 작전의 비밀을 미리 누설했냐구?”
“저어…….”
“난 급하게 선수를 치는 녀석들이 싫어. 그 문제만큼은 내가 알아서 추진할 테니…내게 맡겨 두라구.
제발…보안을 철저히 유지해! 넌 네가 관리하던 작전 세력과의 유대 관계를 조심스럽게 점검하다가 슬슬 움직여도 늦지 않아!”
“……”
박상민은 조금 지나쳤다 싶어 얼른 입을 다물었다. 최 회장의 말을 차근차근 신중하게 해석하지 않으면 언젠가 당할지도 모른다
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최 회장의 약간 얇은 입술이 갑자기 굳게 다물어지는 것을 보면서 박상민은 진저리를 쳤다.
사실 박상민은 얼마 전부터 증권사를 그만두고 편하게 살려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최 회장이 3억 원을 쥐어
주며 유혹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대안증권으로 옮겨 온 터였다. 젊은 나이에 목돈을 모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어영부영하며 살
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이왕 대안증권에 입사했으니 대충 1년 정도 고생하다가 뉴질랜드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날 참이
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큰손들의 간곡한 요청이 있을 때마다 주가 조작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요즘은 그 골치 아픈 일에서 어
느 정도 손을 떼려던 참이었다. 요즘은 예전처럼 쪼들리지 않기 때문에 의욕이 줄어든 것이다. 아니, 솔직히 이젠 지쳐 버렸다.
사실 돈이라는 악마는 항상 같은 상태로 같은 자리에서 오래도록 머무르지 않는다. 세상의 형편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돈은 항상 차가운 모래처럼 서민들의 손아귀를 빠져 나가, 끔찍하도록 냉혹한 부자들 앞에서 한없이 쌓여 가게 마련이다.
주식 시장에선 그 불운의 논리가 거의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돈의 노예가 되어 그 돈의 뒤를 따라가며 탐욕의 시선을 번뜩이는 돈 많은 사람들.
오늘날 세상은 돈이 돈을 부르며 만들어 낸 풍랑 속에서 돛을 잃고 말았다.
바로 파멸의 구렁텅이에 들어선 것이다. 이제 그 수렁에서 탈출할 시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박상민은 생각했다.
“아무튼 말이야. 넌 너무 머리가 좋아. 그래서 그런지 내 맘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어.”
“아닙니다. 회장님을 편히 모시려면 부족한 점을 하루 빨리 보충해야 합니다.”
박상민은 엄숙한 얼굴로 최 회장을 바라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과 나 사이에 핫라인을 개설해야 해. 둘만 통화할 수 있는 직통 전화를 개설하는 거야.”
단 둘만의 대화와 점조직 관리를 즐기는 최 회장으로선 당연한 조치였다.
“오늘의 혼란스러운 경제 상황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주가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어.
나는 대기업을 일구기 위해 내 청춘을 몽땅 바쳤어. 경솔하게 대처하다간 지금까지 이룩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어.
당신이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내겐 악재가 되는 경우도 많을 거야. 내 뜻을 미리 읽으려고 무리하게 애쓰지 마라.
무조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걸 알아 두라구.”
“명심하겠습니다.”
로얄그룹의 최 회장과 대안증권의 박상민 차장, 두 사람의 가장 확실한 공통점은 주식 사냥꾼이라는 것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돈맛을 즐기려는 세련된 사냥꾼이 그들이었다. 서로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둘 다 주식 투기 요령을 알고
있었다. 최 회장도 박 차장 못지않게 소액 투자자 등쳐먹기의 귀재였던 것이다.
“정말 난 놈이야. 조심해야겠어.”
박상민이 돌아간 뒤에 최 회장은 중얼거렸다. 이미 자신의 목적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므로 하수인을 다루는 데 보다 신중
을 기할 일이었다.
최 회장이 박상민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3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그를 이용해 주식 내부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작전 세력이나 큰손들과 연계하여 수백억 원대의 시세 차익을 올리려는 야심을 가
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3억 원이라는 입도선매 비용은 그다지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었다.
작전 세력을 만들어라(1)
오늘도 김혁 전무는 창백한 얼굴로 회장실에서 나왔다.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누가 봐도 낙담과 불안이 거미줄
처럼 뒤엉켜 일그러진 모습이었다. 비록 30대 말부터 대기업의 임원으로 행세했지만 오직 불쌍하고 가련한 장년의 샐러리맨에
불과해 보였다.
김 전무는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며 긴 한숨을 뱉었다. 최종길 회장이 등을 보이고 돌아서던 순간, 겨울바람이 휘몰아치는 느낌
이었다. 며칠 전에도 어렵사리 조성한 비자금을 들고 회장실에 들렀다가 꾸중만 듣고 돌아선 적이 있다. 도대체 어떤 문제가 어
떻게 꼬이기 시작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지난 며칠 동안 주식부 엄창수 차장과 함께 공들여 주물렀던 ‘작전 세력 운용 계획’을 당장 실행에 옮겼으나 최 회장의 불만이 가
슴을 찔렀다. 너무 욕심 많고 고집불통이고 지긋지긋하게 까다로운 사내, 최 회장의 그 철두철미함이 몸서리치게 싫었다.
엄 차장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명색이 전무라는 놈을 그토록 무참히 박살내다니, 정말이지 참을 수 없도록 원망스러웠다.
당시의 주식 투기를 돕겠다고 나선 녀석을 고맙게 생각하기는커녕 호되게 나무랄 때마다 사직서를 던지고 싶은 오기마저 꿈틀
거리곤 했다. 가뜩이나 요즘은 선수를 치는 엄창수 차장 때문에 심사가 뒤틀려 있던 터였다.
“예컨대, 여러 은행의 여러 지점에 10여 개 차명 계좌를 만들어 놓고 현찰로 바꿔야 정상 아냐? 그게 어렵다면 단자 회사에 부탁
해 입금시킨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치든지……. 돈에 꼬리표를 붙이다니? 네가 경리쟁이야, 뭐야?”
최 회장의 문책은 김 전무의 가슴에 칼질을 해대고 있었다. 사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돈의 출처와 비자금 조성 흔적을 없애려
면 가 · 차명 계좌를 통해 돈 세탁을 거쳐야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로얄건설 주식을 사들이는 데만 매달렸으니 힐난을 들어
도 할 말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앞으론 깔끔하게 처리…….”
“너, 그 말 잘했다. 소위 경리 담당 전무라면 달인의 경지에 올라야 되는 거 아냐? 돈 세탁에 관한 박사 논문을 써야 할 녀석이
저 지랄하고 있느니… 세 살 먹은 어린애 대하듯 사사건건 잔소리를 애야 하다니…….”
말끝을 흐리면서 혀를 차는 최 회장의 얼굴에 격정적인 적의가 번득였다.
“돈세탁에 대한 대책이 있으면 어디 좀 들어 보자.”
“앞으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고 입출금 거래가 전산화되면 자금을 은닉할 수 있는 방법은 차명 계좌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수표 세탁만큼은 어렵지 않습니다. 증권사나 단자사 투신사 등 제2금융권의 영업 점포에서 전표를 작성하지 않고 수표
를 바꿔치기 하는 식으로 세탁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말은 청산유수군…….”
최 회장의 눈빛에는 연민이 실려 있었다.
엄 차장이 알아서 처리하기만 했어도……. 김 전무는 한숨을 쉬었다. 엄 차장이 예전처럼 스스로 알아서 돈 세탁 과정을 거친 줄
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최 회장의 책사 역할을 자처하는 엄 차장이 일부러 전무를 골탕 먹이려고 한 짓이 분명해 보였다.
이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로얄그룹 내에 작전 세력을 구성하겠다고 나서면서 나름대로 고생 좀 하지 않았
던가. 보험 · 증권 · 신용금고 · 호텔 · 호텔 · 골프장 등 자금 사정이 좋은 계열사들을 골랐고, 경리 담당 임원들을 작전 세력의 조
장으로 임명했었다. 그 조장들은 많은 물량은 아니지만 소문이 나지 않도록 로얄건설 주식을 조금씩 매수하기 시작했다.
물론 최 회장의 주식 내부거래에 무임승차하고 있던 로얄건설 본사 임원들도 작전세력에 합류시켰다. 그 중역들은 갑자기 떨어
진 작전 명령에 당황하면서도, 하룻밤 사이에 주식 투기의 하수인이 되도록 강요당하는 처지를 충분히 이해하는 듯했다.
“회장님께서 우리 여덟 명의 무임승차를 알고 난리 법석을 떠셨어요.”
주식 투기에 가담했던 중역들을 소집시킨 모임에서 김 전무가 공포 분위기부터 조성했다. 하지만 조금은 무기력한 목소리였다.
“아니? 말도 안 돼!”
총무 담당 전무가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외쳤다. 다른 부서 중역들도 경악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쳐
다봤다.
“심지어 사임서를 받아야 한다고 팔짝팔짝 뛰셨습니다.”
“설마……. 엄 차장이 고자질한 건 아닐 테지?”
그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경리 담당 김수영 상무가 엄 차장을 힐끗거리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어떻게 제가 감히……. 상무님, 정말 너무하십니다.”
엄 차장이 도전하듯 볼멘 어투로 응수했다. 함께 앉아 있던 대부분의 중역들이 놀랍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럼, 누가 알을 깠단 말이야?”
“정말 이러지들 마세요. 여기 계신 분들 하나같이 대안증권 창구로 거래하는데… 보안 유지가 가능할 거 같아요?
그 동안 혼자 누명을 쓰고도 침묵하며 마음 고생한 거 어느 누가 보상해 줄 수 있겠습니까?”
기가 죽을 줄 알았던 엄 차장이 오히려 인상을 썼다.
“엄 차장, 농담으로 던진 얘길 거야. 당신이 이해하라구.”
한숨만 내쉬는 김수영 상무를 곁눈질하다 못해 총무 담당 전무가 끼어들었다.
그 순간 내심으로 중역들의 편을 들며 지켜보던 김혁 전무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회장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셨어요…….
그 대신 저는 우리들이 회장님을 위해 일정 부분 기여할 몫이 없나 며칠 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결론을 내린 게 있어요. 우리들이 직접 작전 세력으로 참여하는 겁니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주식부 엄 차장이 설명하
겠습니다.”
김혁 전무가 말을 마치자 중역들이 일제히 엄 차장을 바라보았다. 엄 차장이 좌중을 둘러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계열사 임원들도 참여한 마당에 큰집 임원들이 팔짱 끼고 구경만 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전을 단순히 회장님의 재테크를 위한 것으로 오해한다면 무리하게 참여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어느 상장 기업에서든 전사적인 차원에서 주가 조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무임승차를 비난만 하시는데 이는 옳지 못
합니다. 작전 세력으로 참여하는 분들에게 그만한 보상은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개인적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다는 뜻인가?”
홍당무처럼 빨개진 얼굴로 공사 담당 상무가 물었다.
“두 말 하면 잔소리죠. 과거에는 대안증권 창구로 집중되었지만, 앞으론 사정이 전혀 달라집니다.
여덟 분의 중역들이 여덟 개 증권사로 나뉘어져 거래하기 때문에 무임승차만큼은 예전과 달리 어느 정도 비밀이 보장되거든요.”
그제야 좌중에서 웃음꽃이 잔잔히 피어올랐다.
“하지만……. 무임승차를 하신 분들 중에서 상승 추세의 주식을 남 몰래 중도에 처분하시면 배신자로 간주됩니다.”
“……”
좌중은 갑자기 물을 끼얹은 듯 침묵에 휩싸였고 선뜻 입을 여는 중역이 없었다.
잔뜩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만 눈에 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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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실화소설 [화려한 주식사냥]
- 제14회 -
작전 세력을 만들어라(2)
“주가 끌어올리기가 성공해야 자본 증자도 가능하고 자금 조달에도 자질이 없게 됩니다.
다 아시겠지만…,
주가가 형편없이 낮거나 액면가를 밑돌게 되면 유상 증자, 회사채 발행, 금융 기관 차입이 어려워지는 게 당연하지요.
회장님의 당부 말씀이 또 없더라도 중역 여러분들의 각별하신 협조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작전 세력에 힘이 부치는 상황이 벌어지면 대안증권에서 강력한 뒷받침이 있을 겁니다.”
“작전 개시 일자는 언제야?”
“보안을 유지하면서 대기하세요. 제가 다시 통보 드리겠습니다.
우선 1차로 자금을 배정할 테니 가 · 차명 계좌부터 챙기셔야 합니다.
모든 명령 하달과 진두지휘는 김혁 전무님이 맡으실 겁니다.
회장님의 당부가 아니더라도, 이번 작전에 개인과 회사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걸 명심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엄 차장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사무적이었다.
“가 · 차명 계좌는 누구 이름으로 하는 거야?”
“이미 준비가 완료됐으니 염려하지 마세요.”
“이를테면 우린 꼭두각시이자 세포 조직인 셈이군.”
누군가 이죽거렸지만 키득거리는 사람은 없었다. 웃음소리가 사라지다 보니 좌중엔 무거운 침묵만 다시 흐르고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단 한 사람의 배신자도 없이, 사지 오퍼와 팔자 오퍼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실패하지 않습니다.
가라 오퍼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주가 조작은 아주 치밀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김혁 전무는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덧붙여 설명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돈 세탁을 소홀히 하여 최 회장의 분노를 산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그뿐인가. 도상 연습을 실시한답시고 중역 여덟 명이 소형 주식에 집중 투자해 작전 세력의 능력과 충성심을 입증시켰다.
납입 자본금은 50억 원이었지만 누적 결손금이 30억 원에 가까운 동북철강 주식을 주당 420원에 2백만 주를 사들였다.
여덟 명의 차명 계좌를 통해 8억 4천만 원을 투자한 셈이었다.
그리곤 작전 참여자 여덟 명이 각자 하수인들을 내세워 주식 시장에 루머를 퍼뜨렸다. 유언비어의 위력은 역시 대단했다.
남미에서 수주한 철구조물 공사가 3억 달러에 이르고 대유그룹이 조만간 경영권을 인수할 뿐만 아니라 대유철강에 흡수 합병된
다는 소문이 돌았다. 예상대로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달렸다.
동북철강 주식이 상한가 퍼레이드를 벌인 것은 루머의 영향도 있었지만 주가 조작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여덟 명이 여덟 개 증권사 창구의 서른두 개 거래 계좌를 통해 꾸준히 몇만 주씩 상한가로 사고 파는 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마침내 액면가 500원을 밑돌던 주가가 그 두 배인 1,000원대로 치솟자, 여덟 명의 중역들은 김혁 전무의 사인에 따라 망설이지
않고 몽땅 팔아버렸다. 결국 충성스러운 하수인들은 로얄건설 주식의 매집 작전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최 회장에게 8억 원 이상
의 단기 매매 차익을 안겨 줬다.
최 회장은 자신이 명령했을 때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로봇들을 데리고 있다는 사실이 흐믓했다. 하지만 더 멋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한등 완벽한 관리 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금의 흐름을 은닉시킴으로써 말썽의 소지를 차단
할 수 있는 돈 세탁 창구와 제삼자 명의의 차명 계좌들이 분명하게 정비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대안증권 본사 4층 조사부 사무실은 비교적 전망이 좋은 편이었다. 창문을 통해 수목이 울창한 남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박상민 차장은 그 아름다운 남산의 풍광을 즐기며 속으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어쨌든 대안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춘 결정이었다. 중앙증권에서 긴밀히 거래하던 작전 세력과 큰손
들도 이구동성으로 멋진 결단이라고 추켜세우곤 했다. 그 때마다 느껴지는 기쁨이 승리자의 희열처럼 다가왔다.
엊저녁 명동의 룸살롱 ‘희락’에서 들이킨 술기운이 아직 남아있어 약간 어질어질했지만 컨디션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중앙증권을 떠난 뒤로 모처럼 즐겁게 마신 술이었다.
“어이, 박 차장. 정말 오랜만이야.”
룸에 들어서자 희멀건 얼굴에 고운 피부의 중늙은이가 손을 내밀었다. 이쪽에서 먼저 제의한 술자리였음에도 박상민은 황병걸
을 짐짓 외면했다.
“선배님들은 나를 이용만 했지… 이 후배에게 해 준게 뭐요?”
“이거 왜 이래? 언제 내가 맨입으로 거래한 적 있어?”
아니나 다를까. 황병걸은 이왕 증권사를 옮겼으니 한 건 하자고 꼬드겼다. 요즘은 사냥 종목을 고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박상민의 정보가 긴요할 뿐더러, 그 수고비는 충분히 보장하겠다고 나왔다.
“좋습니다. 아주 따끈따끈한 정보를 드리죠. 우리 최종길 회장이 너무도 확실한 부당 내부 거래를 시작했어요.”
“진짜?”
공인회계사파의 좌장 격인 황병걸에게 정보를 줬을 때,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돈 봉투를 꺼냈다. 그 자리에서 펼쳐 조니 예상대
로 3천만 원이었다.
“선배님이 선금을 좋아한다는 소린 들었지만 너무 빨라서 질릴 지경입니다. 당연히 세탁이 완료된 수표겠지요?”
“물어 보면 바보!”
“이번 작전은 사실상 로얄그룹 전체가 동원됩니다.”
“정말 믿어도 돼?”
“로얄그룹 안에서 이미 작전에 돌입했어요. 로얄건설의 중역 여덟 명을 비롯해 계열사 다섯 곳이 참전하고 있거든요.”
“그럼 후방 예하 부대를 투입하는 시기가 늦었잖아?”
“아니죠. 내일부터 토끼몰이 작전에 들어갑니다.”
“박 차장, 당신 같은 보배를 알고 있다는 게 꿈만 같아.”
황병걸의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졌다. 그는 대학 후배 박상민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으리라. 마치 사귄 지
얼마 안 되는 내연의 여인을 만난 듯 마냥 들뜬 표정이었다. 박상민은 지그시 이를 악물었다.
만약 최종길 회장이 스카웃의 손길만 뻗치지 않았다면 지금쯤 뉴질랜드에서 이민 생활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새로운 자
리로 옮긴 이상, 다시 한 번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최 회장이 핫라인 전화로 작전 명령을 내린 것은 어제
오후였다. 특유의 코먹은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박상민, 잘 들어. 우리 작전 세력의 리허설이 끝난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내일 모레 개장과 동시에 작전을 개시한다.”
“알고 있습니다.”
“알긴 뭘 알아? 당신은 내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여야 한다는 경고를 잊었어?”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저런!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내가 너무 경솔했어…. 박상민은 자신도 모르게 한 손으로 입을 막았다.
“다른 작전 세력에게 정보를 노출시키면 모두 파멸이야. 너무 폭넓게 작전 범위가 확대될 경우 그물에 걸려들 수도 있어.”
“회장님, 제발 노파심은 접어 두십시오.”
대꾸는 그렇게 했지만 최 회장이 안심할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박상민은 이미 자신과 연계된 작전 세력들인 서울상대파, 공인
회계사파, 세무사파, 청진상고파 등은 물론이고 다른 몇몇 큰손들에게도 언질을 주고 대기시켜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만큼
은 공인회계사파만으로 작전 참여를 제한시킬 작정이었다.
“주식부 엄창수 차자의 오더가 있을 때마다 민첩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이번 작전에 한해 당신이 맡을 곳은 오직 대안증권뿐이야. 가볍게 처신하면 곤란해."
박상민은 최 회장이 일단 자신을 테스트해 보려고 작전 계획의 일부만 노출시킨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박상민은 모른 척하
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박상민이 작전의 전모를 모를 리가 없었다. 이미 그와 동업자 관계로 돌아서 주식부 엄 차장이 더 상
세한 정보를 들려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창수는 털털한 겉모습과 다르게 의외로 영악하지만, 새롭게 결탁한 동업자 박상민
을 마음 속 으로 신뢰하고 있을 것이었다.
엄창수는 그 동안 증권가를 드나들면서 박상민에게 진 신세를 갚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주식 사냥을 즐기겠다는 각오로 덤벼
들었다. 초 회장에게 짓밟히는 처지를 보상받기 위해선 그 방법이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었다.
“박 차장, 앞으로도 화끈하게 도와 줘. 그 대신 이민 가기 전에 한밑천 잡도록 지원할 테니까.”
공인회계사 황병걸이 박상민의 오른손을 쥐고 힘껏 흔들었다. 그 은밀한 밤의 데이트는 두 사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날 따라 두 사람의 파트너들은 젊고 매력적이며 애교가 흘러 넘쳤다.
박상민은 열두 시가 넘어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만취 상태에서도 그는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 들었고, 짐작컨대
최 회장도 속으로는 이 같은 곡예를 간절히 원하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 * *
로얄건설 주식에 대한 매집 작전을 시작하기 무섭게 전화를 걸어오다니, 그야말로 귀신도 예측하지 못할 정보력이었다.
로얄그룹 계열사 중역들과 로얄건설 주식부의 엄창수 차장이 발설하지 않으면 보안 유지가 오래도록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영철이 기습적으로 허를 찔러댄 것이다.
“로얄건설 주식에 작전이 걸렸다면서?”
지영철 사장이 다짜고짜 던진 말이 그랬다.
“금시 초문입니다.”
박상민 차장은 점잖게 잡아뗐다.
“지난해 당신 말만 믿고 건설주에 투자했다가 죽을 쑨 사람이 나나. 이번에 확실하게 도와 주면 사례비 듬뿍 줄게.”
“도대체 어떤 근거로 작전이라고 단정하십니까?”
“여러 가지 악재성 재료가 시장에서 흐르고 있는데도, 지난주와 다르게 서서히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몰라?
증권 도사님께서…….”
“또 개미 군단과 핸드백 부대만 죽어나겠군요.”
“시치미 떼지 마. 박 차장… 당신이 모르면 누가 알아?”
“작전이 틀림없다고 판단되면 그 작전 종목에 집중 투자하시지 그래요?”
“그래서 전화했어. 우선 백만 주를 사줘.”
“전 조사부 소속이지 영업부 차장이 아닙니다.”
“이거 왜 이래? 내가 바본 줄 알아?”
“좋아요. 그러면…….”
지영철의 매수 오퍼를 받아 주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예전처럼 바로 촌지가 올 것 같아서였다.
박상민 역시 거래가 뚝 끊긴 이후 지영철의 행방이 무척 궁금하던 터였다.
명동 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성한다는 소문이 있었고 보면 이제 본격적으로 작전 종목을 고를 것이 분명했다.
“알았습니다. 실탄부터 넣어 주세요.”
“이미 출발시켰어. 모쪼록 도사님의 솜씨를 기대하겠습니다.”
“어쨌든…알아서 하세요.”
“처분하는 타이밍을 절묘하게 맞춰 주면 이익의 30퍼센트를 당신에게 줄 작정이야.
당신 믿고 실탄을 보냈으니 이번에야말로 진짜 신경 좀 써 줘.”
“그건 그렇고… 일임 매매니까 나중에 원망하진 마세요.”
그러면서 박상민은 씨익 웃었다. 엄 차장의 낯 두꺼운 얼굴이 어른거린 탓이었다.
그 친구가 아니면 지영철에게 정보를 흘릴 사람이 없어 보였다. 박상민은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고민에 잠겼다.
그 동안 엄 차장의 행적을 되살려 보기 위해서였다.
엄창수 녀석이 가끔 지영철의 하수인들과 접촉하는 눈치가 보였고 때로는 술자리를 갖는 것으로 정보망에 포착되곤 했었다.
엄창수도 박상민과 다르지 않게 작전에 무임 승차하거나 그 정보를 팔아 돈을 불리고 있었다.
엄창수의 주변을 맴도는 큰손들이 자주 눈에 목격되는 것으로 미루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엄창수의 그 같은 궤적이 드러날 때마다 박상민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그의 행동 반경을 관찰하곤 했었다.
확신하건대, 지영철은 박상민과 엄창수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친 채 일거 양득의 소득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두 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해 번갈아 돈질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계속) -------------------------------------------------------------------------------------------------- 장편 실화소설 [화려한 주식사냥] - 제15회 - 작전 세력을 만들어라(3) 마침내 로얄건설 주식에 대한 매집 작전이 개시되었다. 많은 물량은 아니었지만 여기저기서 사자 주문이 꿈틀거렸다. 작전 세력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였다. 건설주에 투자해 재미를 보지 못한 소액 투자자들은 미미한 움직임을 수시로 체크하 며 동요하는 낌새였다. 가격도 조금씩 오르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로얄건설 주식의 거래량이 늘어나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던 일반 투자자들이 팔자 주문을 내기 시작했다. 그건 개미군단 과 핸 드백 부대의 속성이다. 값이 쌀 때는 적극 권유해도 일반 소액 투자자들은 매입하려 하지 않는다. 상투 잡을 시기가 왔다고 판단 될 때는 권유하지 않아도 스스로 매입하려고 머리를 싸맨 채 덤비는 것이 그들의 생리다. 사실 그 개미 군단처럼 비싸게 매입해 서 싸게 파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큰손들과 작전 세력들이 재미를 보는 것이다. 주가가 갑자기 폭락 장세에 돌입하면 일반 투자자들은 당황한 끝에 앞 다투어 주식을 팔게 된다. 반대로 전문 투자자들이나 기 고나 투자자들은 싼값으로 여유 있게 매입한다. 이것이 폭락 장세에서의 일반적이 매매 형태다. 초보자들의 투자 심리는 이처 럼 장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데서 출발한다. 주가가 며칠씩 계속해 상한가를 치면서 올라가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그 주식을 사려고 덤빈다. 남들은 다 사는데 나중에 나 만 못 사면 어떡하나, 나만 손해를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일단 사고 본다. 주가가 이미 천장에 이르렀는데도 무리하게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바로 과욕 탓이다. 좀 더 오를 것이라는 욕심이 주식을 매입 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잠시 관망하거나 손을 떼고 쉬는 여유를 가져야 할 때 냉정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큰손 지영철은 상투를 잡는 일이 없었다. 바닥에 사서 미리 팔 값을 정해 두고 기다리곤 했다. 살 때는 하수인들을 동원해 악성 루머를 퍼뜨려 낮은 가격에 매입했고, 처분할 때는 호재성 루머를 만들어 높은 가격에 팔았다. 갑자기 거래량이 줄어들면 하락 할 징조로 보고 과감히 팔아 버릴 줄도 알았다.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큰손 최종길 회장도 지영철 못지않은 지락가였다. 주식부 엄 차장을 간사로 내세우고 여덟 명의 중역과 몇몇 계열사들을 작전 세력으로 구성한 최 회장은 오직 자신의 개인 이익만 추구했다. 작전의 열쇠를 혼자 쥐고 있었기 때문에 주식을 처분하는 시기 역시 오직 그에게 결정권이 있었다. 손해를 보거나 매매 차익이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계열사들은 최 회장의 개인 투자 주식을 처분한 뒤에나 팔자 주문을 내도록 약속되어 있었다. 최악의 경우 최 회장의 주식을 대안증권에서 사들이는 방안도 마련되었다. 주가를 끌어올린 상황에서 사자 주문이 뜸할 때 대안 증권이 신속하게 매입함으로써 최 회장의 안전 투자를 보장하려는 속셈이었다. 결국 작전에 동원된 계열사들은 아무런 준비나 대책도 없이 최 회장이 지시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저 혹시…….” 엄창수가 객장에서 얼씬거리길래 박상민이 조용히 불러서 물었다. “지영철 사장의 끄나풀과 만난 적 없습니까?” “왜 그런 오해를 하시지요?” “내 예감은 못 속여요.” 박상민은 잔뜩 의심이 간다는 눈빛으로 엄창수의 등을 쳤다. “그 사람 같은 큰손이라면 갑자기 증가하는 거래량을 보고도 짐작 못 하겠어요? 아니, 지영철 사장놈이 내가 발설했다고 그럽디까?” “아, 아니라면 됐어요. 난 그저 궁금해서…….” 박상민 차장은 그 심사를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다. 돈이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작전 정보를 흘리고도 남을 인물이 엄창수였으니까. “너무 빨리 작전이 노출됐으니 문제야.” 몹시 거슬리게 들리는 박상민의 목소리였다. “쓸데없는 고민! 뒤를 받쳐 주는 세력이 있어야 탄력을 받지.” “웬만큼 올랐을 때 지영철 같은 큰손들이 선수를 쳐야 매도하고 빠져 나가면 작전은 실패하고 말 거야.” “지영철 그 사람이 또 한 번 엄창수 이름을 팔면 가만 두지 않겠어. 나를 호구로 보는 거야, 뭐야.” 엄창수가 공격적으로 나왔다. “사실과 달라요. 내가 지레짐작으로 물어 본 것뿐이오.” 박상민이 재빨리 되받았다. 짧지만 무겁게 느껴지는 침묵이 조사부 사무실을 짓누르고 있었다. 생사를 같이 하기로 약속한 엄창수가 벌써부터 마각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박상민은 불안하기까지 했다. “난, 사실… 박 차장이 의심스러워요.” 고, 엄창수마저 큰손 지영철에게 작전 계획을 노출시켰으니 작전의 성공 가능성은 날로 줄어들고 있었다. 박상민은 공인회계사파에게 어느 정도 이익이 나면 미련 없이 즉각 처분하라고 말해 줄 생각이었다. 최 회장의 작전에만 기대다가 처분 타이밍을 잃으면 자신에게 돌아올 몫이 줄어들 우려가 다분하기 때문이었다. “주가가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팔자 물량이 쏟아지면 최 회장이 펄쩍 뛸 텐데…, 엄 형은 그런 상황을 어떻게 감당하려구 그래요?” “피장파장 아닙니까?” 점잖게 몰아붙였더니 짐작대로 엄창수가 침착하게 대꾸했다. 이미 그쪽에서도 박상민의 음모를 알아차린 것만 같았다. 엄창수는 현명하고 영악한 동업자였으니까. “박 형, 나만 물고 늘어지면 대숩니까. 최악의 사태를 모명하기 위해선 박 형도 대비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정보를 더 이상 흘리면 우리 모두 다치게 돼요.” 엄창수는 숫제 협박투였다. 낮술을 마셨는지 옅은 술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 * * 늦은 밤이었다. 최종길 회장은 샤워를 하고 나서 파자마 차림으로 서재에 들어갔다. 오늘 현재까지의 주식 투자를 중간 결산해 보기 위해서였다. 우선 긴장을 풀겠다는 생각으로 언더락스 잔에 얼음을 채우고 위스키를 부었다. 몇 모금 홀짝거렸더니 오늘 따라 술맛은 쓰고 밍밍했다. “나쁜 놈들! 배은망덕한 새끼들!” 욕설을 뱉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전신을 덮치는 초조감이 갈수록 흥분을 증폭시켰다. 이건 음모야, 음모라고! 어떤 녀석 이 무임승차 때문에 골탕을 먹고 있는 거다. 물론 배신자의 장난을 딛고 무사히 위기를 탈출할 수도 있을 거야. 난 언제나 운 좋 게 주변의 협공과 음모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차근차근 생각을 좀 해 보자. 작전 세력 안에서 어떤 자식이 배반한 걸까……. 최종길 회장은 손에 쥔 언더락스 잔을 부서질 듯 움켜쥐었다. 어제 후장이 끝날 무렵, 무려 3백만 주에 가까운 로얄건설 주식을 팔아 버린 녀석들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작전이 노출되 었거나 하수인들 중에서 몇 놈의 배신자가 나온 것으로 추측되었다. 최 회장은 계산기로 주가를 환산했다. 900원대에서 6백만 주를 샀으니까 투자비는 약 54억 원, 현재 1,400원대로 올랐으니까 시 가 총액은 84억 원, 시세 차익은 이제 겨우 30억 원… 목표 순이익 40억 원에 미치려면 1,600원대에 팔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어느 못된 녀석이 물을 흐리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말이지 예상도 못 했던 돌출 사고였다. 사실 당초의 주가 끌어올리기 목표는 2,000원대였고 시세 차익은 66억 원으로 잡았었다. 하지만 시황이 좋지 않아 도중에 1,600원대로 수정한 터였다. 투자한 돈의 두 배 이상을 회수하면 일단 손을 털고 기다리겠다는 생각이었다. 최 회장은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눌렀다. 신호음이 떨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엄창수의 꺼끌꺼끌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계속) (저자 ; 김성길)
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지켜지는 비밀은 없는 모양이었다. 잘 알고 지내던 작전 세력 공인회계사파에게 박상민이 정보를 흘렸
첫댓글 학교를 정년퇴직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정직하지 않은 돈을 벌려고하는순간부터 사기적인 마음이라고...그래서 망할 수도 있는거라고...주식!! 사기는 아니나 일종의 도박??일수도 있다는 생각!! 저도 반토막난 돈을 놓고 목하 고민중이랍니다^^
그래서 몇가지 룰를 만들어 놓고 그 룰만 지키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느다라는 밀이 있던데.....근데 사람의 욕심이라는게...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