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삶의 속도가
한쪽 다리로 멈추어 서서 서성이는 황새처럼
느릿 느릿한 나에게
'친구'들을 만나느라
조금은 바쁜 토요일이였다.
신촌의 오래된 카페에서
그 카페의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빛나던 순간들의 친구들에 대해
빛났던 순간들을 이야기하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어떤 교차점에서 서로 지나치며
어떤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라고.
그리고 또 서로의 갈길을 가며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록 지금은 소원하지만
좋았던 순간들에 감사하며
열어놓으며 그 삶들에 축복하자고
그리고 그 시간들을 견디어
남아있는 친구들에 대해
감사하며 끊임없이 노력하자고
이야기 하며 돌아오는 길에
몇몇 친구에게 전화해서
엊그제 나의 의도한 또 의도하지 않은
말로 저지른 무례함을 사과한다.
술 없는 향연에 술보다 취하는 말로 가득한
저녁, 저마다 지혜로운 이들 만연한 세상에
바보처럼 묵묵하게 자기 길을 가는 친구가
언젠가는 그 또한 익숙해져 무뎌질 지 모르지만,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처음으로 넘어서는 어느 문턱을 지켜보며
'진심'으로 축하한다.
다음 주 금요일 동사서독 리덕스로 번개를 치고 싶은데
확인하니 개봉관이 별로 없고 상영시간이 맞지를 않는다.
호빗으로 바꿔야 하나 하는 고민 중이다.
어제 집으로 돌아오며
들국화 음반을 샀다. 두 장 샀다.
간절한, 오랜, 기다림은
결국 보상받는 법이다.
세상의 모든 새들이
하늘로 올라갈 때
그 그림자를 쫓아
숲으로 가는 소년처럼
늦 봄, 텅 빈 방 안
부유하는 먼지 같은
부시시한 일요일 오전
담담한 기쁨을
글 한 줄 적어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