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부엉이는 왜 밤에 눈을 뜰까 ●지은이_이영숙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5. 6. 17
●전체페이지_128쪽 ●ISBN 979-11-91914-85-6 03810/ ●신국판변형(127×206)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3,000원
현실 삶에서 진아(眞我)를 찾아가는 수행과 묵상의 시
이영숙 시인의 최근 시집 『부엉이는 왜 밤에 눈을 뜰까』는 제목에서 보여지듯 일상적으로 진아(眞我)를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문학과 철학이 잘 드러난 시편들이 빼곡하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삶 속을 걸으며 자신이 희망하는 ‘나’를 꾸려가는 과정이다. 아테네 부엉이 혹은 미네르바 부엉이는 로마신화 미네르바와 함께 다니는 신조(神鳥) 부엉이를 말한다. ‘부엉이’는 미네르바의 심부름꾼, 전령이다. 부엉이나 올빼미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상징하는 고대 예술품 등에서 아테나와 함께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부엉이가 지혜의 상징인 것처럼 이영숙 시인의 시편은 이 미미한 행성에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들을 80억이나 쏟아놓고 이렇듯 고열 앓는 지구 어머니를 위해 습관적으로 전등 하나를 끄고 이틀 치의 쌀을 안치는 수행과 묵상 그리고 실천의 시편으로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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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프롤로그·04
제1부
지금은 나를 채록할 시간이다·15
부엉이는 왜 밤에 눈을 뜰까·16
나는 내가 그립다·18
외딴섬은 저 홀로 깊었다·19
모래 위에 뜬 달·20
딱정벌레의 역사·21
원형 인간·22
흰 몸·24
밥그릇을 헹구며·26
땅속에 묻힌 정의·28
지루한 날들도 있었다·30
겨울 냉이·31
심장의 궤도·32
바로 그 길·33
칸트 나무·34
제2부
오렌지 시장·39
오장환, 그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40
나는 네가 내일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42
잃어버린 마을·43
51구역의 비밀·44
모두 남이 되는 세상·46
변기의 말·47
꿀벌 조문·48
산 감나무의 교훈·49
사월의 흰 봄·50
아침 밥상·51
누가 어른인가·52
우린 다시 그 겨울을 보지 않을 것이다·53
하이데거의 눈·54
불꽃·56
향기·57
제3부
겨울 강가·61
봄은 마중해야 온다·62
민들레·63
읽지 못한 편지·64
시인은 나무다·65
북 카페·66
별·67
아직도 어머니·68
사라진 고향·70
문 닫힌 하늘 정원·72
육거리 시장에 가면 엄니가 있다·74
본향 열차·76
가마리 능안 고개·78
부부·81
니체의 부엌·82
제4부
사라진 행성·87
큰어머니, 창백한 푸른 점·88
쇠별꽃·89
무심천·90
아늑한 별·91
물의 기억·92
목련 철학·93
겨울나무·94
빈집·95
상당산성 그곳에 가면·96
마지막 유목민·97
4차 인간·98
들뢰즈의 손·99
가장 작은 것이 가장 큰 것이다·100
우린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다·102
시인의 산문·105
에필로그·123
■ 시집 속의 시 몇 편
무작정 걷다 보면 알게 된다 그토록 그리워한 사람이 나였다는 것을 내가 나를 만나지 못해 외로웠고 내가 나를 위로하지 못해 고독했던 길 무심히 넘겨버린 것들이 내 삶의 옆구리였다는 것을 해 뜰 녘의 동살과 해 질 녘의 석양이 또 하나이듯 지금 걷는 이 낯선 길이 살아온 길과 맞닿은 반사된 길이라는 것을 북쪽을 향해 돌아가는 쇠기러기 철새의 날갯짓을 본 후에야 내 삶의 저편 주름진 시간을 읽는다
바싹 마른 갈댓잎 어깨를 툭 치고 길가의 모난 돌덩이 가는 길 막으며 그동안 안팎 없는 삶이 어땠느냐 애쓴 날들을 물으면 그때는 습하게 쌓아 올린 인생의 공든 탑들 내려놓고 정오의 빛으로만 내 몸의 대륙을 횡단할 것이다
돌이 말 걸어 올 때까지 걷다 보면 낯익은 단내가 그림자처럼 누워 있다
―「지금은 나를 채록할 시간이다」 전문
고요에 갇힌 깊은 밤
스르륵 눈을 뜨는 부엉이
빛의 소멸 속에 깨어나
바닥에 웅크린 채 어둠 속에서만 숨을 쉰다
사내의 칼날과
빛과 소음으로 가득 찬 대낮의 이야기
그곳에서 밀려난 여인들의 흔적은
별빛 아래 은밀한 그림자로 기운다
부엉이는 묻는다
누구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누구의 눈물이 흐르는가
밤의 고요 속에서만 피어나는
그 침묵의 목소리들이 큰 눈으로 껌벅거린다
칭기즈 칸이 달리던 초원이 낮이라면
흉노로 끌려간 왕소군의 변방은 밤이다
낮의 세계가 못 본 온전한 세계에서
부엉이는 밤을 안고 눈으로 말한다
내 시선은 밤의 것
지워진 이름과 침묵한 목소리들
수많은 몸을 읽느라 눈을 뜬다
―「부엉이는 왜 밤에 눈을 뜰까」 전문
어른은
키가 큰 사람도
나이 많은 사람도 아니다
제 삶의
가파른 폭포와 계곡, 묘지를 뛰어넘고
해 질 녘 골목길을 지나면서 내일을 염려하고
때로 길을 잃고 넘어져도
그럼에도 다시 일어날 줄 아는 사람이다
참말로 어른은
스스로 밥을 벌어 입에 넣고
나를 내 인생의 주인으로 세운 사람이다
크게 빛나지 않아도
자신의 삶을 단단히 여미는 그런 어른이다
―「누가 어른인가」 전문
고층 빌딩 첨탑 위
수북한 새똥 무더기
그 질펀한 빈정거림
난다 긴다 하는 인간 종들
덮어버린
창백한 흔적
뜨거운 불장난으로 끝나버린 지구
그들의 신들도 머무를 순 없었다
―「사라진 행성」 전문
저렇듯 고열로 끓고
식은땀을 퍼붓는 데도
아무도 돌보는 자식 없어
홀로 앓는
45억 살 어머니
제 몸 갉아 먹을
자식들인 줄도 모르고
80억이나 쏟아놓고
산열 앓는 큰어머니
창문 두드리는
지구 어머니의 눈물을 보고서야
가스 불을 끈다
화형을 멈춘다
―「큰어머니, 창백한 푸른 점」 전문
■ 프롤로그
지금 여기, 어떻게(How) 읽는가
해 질 무렵 갑자기 일상적이고 도구적인 것들이 낯설다. 우리가 이름 붙인 것들이 자신의 그림자를 만들며 다가온다. 해, 의자, 빗자루라고 써 놓고 익숙한 언어를 파쇄한다. 마틴 하이데거(1889~1976)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존재가 언어를 통해서 드러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언어가 존재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기에 침묵 자체를 문학으로 강조할 수도 있다. 하이데거는 이 시대를 존재를 망각한 궁핍의 시대로 보지만, 가난한 시인은 기꺼운 홀로움의 고독 속에서 존재와 마주하는 따뜻한 정인들이다.
얼마 전 한강이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밝힌 소감문이 우리 시대를 대변한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자본주의 체제 불안과 폭력이 인간의 주된 정서라면 간혹 평안과 행복은 선물처럼 주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평안과 행복의 공급처는 죽은 자나 과거가 아니라 지금, 여기 내 의식 또는 인식 방법에 있다.
이름이라는 그릇에 갇히기 전
무봉의 알이었던 나
딸도아니고아내도아니고엄마도아니고며느리도아닌
에덴의 이브, 그 원죄에서 벗어나면 나는 누구일까
모든 언어의 입말 털어내고
아무런 존재의 옷도 걸치지 않는 그 순간
사람이니까 외롭다는 말, 그립다는 말
그것만이 내가 이 세상에 갖고 온 나의 본질일까
육체에 갇혀
평생 그리워한 사람
마지막 기차를 타고 올 손님, 결국 나였다
―「나는 내가 그립다」 전문
이브 공식에 갇혀 내가 되지 못한 내가 부엉이 존재자를 알게 된 것은 어쩌면 여성의 금기를 깬 반 전통적 접근이다. 플라톤의 이데아 모상에 시간을 두었다면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물, 불, 흙, 공기 등 4원소가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려는 자연적인 운동 안에서 ‘지금’이라는 찰나의 순간을 시간의 본성으로 둔다. 즉 플라톤은 하늘, 아리스토텔레스는 과학과 자연의 시간, 여기에 둔다.
그렇다면 서양 철학 전체를 플라톤의 아류로 본 니체는 어떠한가. 니체는 그 어떤 형상을 모두 부정하고 이미 만물 자체로 완전을 주장한다. 지금 여기 나 자신의 사랑하는 것을 진리로 본다. 지금을 제대로 살지 못하면 영원 회귀, 욕망의 카르마는 영원히 반복된다는 의미다.
이 시집은 지금 여기 자연계 안에서 현존재(Dasein, 있음을 읽는 자)인 인간이 전존재를 용재자로 들어 올리는 하이데거식 작업이고 그 안에서 물아일체의 나로 회귀하는 정신의 승화 과정이다.
산다는 일은 내가 나를 이해하고 나를 기억하려고 애쓰는 진아 찾기의 과정이다. 작은 단어 하나 짧은 문장 하나에서 경이와 진리를 찾으며 날것 상태의 흰 몸을 만들어 가는 것, 인식하는 주체로 살아가면서 사물이 직접 드러난 현상 혹은 존재를 읽고 이해하는 범아일여(梵我一如)의 과정이다.
■ 표4(약평)
어둠의 숲에서 활동하는 아테네와 미네르바 부엉이
아테네 부엉이 혹은 미네르바 부엉이는 로마신화 미네르바와 함께 다니는 신조(神鳥) 부엉이를 말한다. 부엉이는 미네르바의 심부름꾼, 전령이다. 부엉이나 올빼미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상징하는 고대 예술품 등에서 아테나와 함께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 헤겔이 그의 저서 『법철학』 「서문」에 “미네르바 부엉이는 황혼 녘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라는 은유적 표현을 씀으로 오늘날 부엉이나 올빼미는 지혜의 상징인 철학 조(鳥)로 고착된다.
고요에 갇힌 깊은 밤/스르륵 눈을 뜨는 부엉이/빛의 소멸 속에 깨어나/바닥에 웅크린 채 어둠 속에서만 숨을 쉰다//(…)//칭기즈 칸이 달리던 초원이 낮이라면/흉노로 끌려간 왕소군의 변방은 밤이다/낮의 세계가 못 본 온전한 세계에서/부엉이는 밤을 안고 눈으로 말한다//내 시선은 밤의 것/지워진 이름과 침묵한 목소리들/수많은 몸을 읽느라 눈을 뜬다
―「부엉이는 왜 밤에 눈을 뜰까」 부분
유대 외경에 나오는 릴리트는 지적, 성적 능력을 고루 갖춘 여성이다. 양수들의 세계에서 밀린 그녀는 빛의 세계를 떠나 어둠의 숲으로 들어간다. 빛과 소음으로 가득 찬 대낮의 이야기가 주류로 관측되고 양수에 눌려 밤의 세계로 들어간 음수들이 미네르바와 아테네의 부엉이로 활동하는 상징적 의미이다._「시인의 산문」 중에서
■ 이영숙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4년 『창조문학』으로 등단하고 시집 『우리가 눈물을 흘리지 않아 강물도 심장이 마른다』, 『사자는 짐을 지지 않는다』, 『마지막 기차는 오지 않았다』. 독서 에세이 『낮 12시』, 『융합의 식탁』. 평론집 『오장환과 데카당스 문학』이 있다.
첫댓글 이영숙 시인의 최근 시집 『부엉이는 왜 밤에 눈을 뜰까』가 시와에세이에서 출간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사랑(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등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