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명문클럽인 벤피카의 홈구장 입구엔 동상이 하나 서 있다.잔디를 심어 놓은 3평 정도의 공간에 한 선수가 힘차게 슈팅하는 포즈를 동상으로 만든 것이다.밤에도 잘 보일 수 있도록 조명까지 설치해 놓았다.보통 동상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세우지만 이 동상은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다.
동상의 주인공은 포르투갈의 축구영웅 에우제비오(58)다.66년 잉글랜드월드컵 득점왕인 그는 현역생활 전부를 벤피카에서 보냈다.유럽 각국의 명문클럽으로부터 거액의 몸값에 입단제의를 받을 때마다 "나는 벤피카 팬들을 버릴 수 없다"며 거절했다.현재 벤피카의 명예홍보대사인 에우제비오는 사망할 때까지 벤피카로부터 매월 3000달러의 급여를 받는다. 벤츠사의 신차가 나올 때마다 벤피카에서 무상으로 교체해 줄 정도로 예우를 받고 있다.
에우제비오는 비단 벤피카 팬들 만의 스타가 아니다. 포르투갈 축구의 최고스타는 바로 에우제비오이고 그 다음이 유로2000에서 활약했던 루이스 피구(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다.포르투갈 국민들은 군부독재와 정쟁으로 시끄러웠던 70년대 전후 에우제비오의 시원한 골세레모니를 보면서 고통을 잊곤 했다.국민들은 그를 '에우제비오'란 이름 대신 '킹(King)'이라고 부른다.
그는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잉글랜드월드컵 북한과의 준준결승전서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4골을 연속으로 뽑아내 5대3 역전승의 발판을 만든 게 바로 에우제비오다. 에우제비오는 지난 70년 9월 한국을 방문해 국가대표팀과의 두차례 경기에서 신기를 뽐냈고,89년 제18회 대통령배국제축구대회때에는 벤피카의 코치로 한국을 찾았다.에우제비오는 포르투갈 태생은 아니다.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모잠비크 출신으로 축구를 하기위해 귀화했다.그는 포르투갈이 스페인을 제치고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데도 큰 공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