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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읽기
내가 함께 있을게
저자 볼프 에를브루흐
"죽음이 있어 삶이 의미 있다."
죽음을 이야기할 때 많이 거론되는 그림책이다.
누가 내머리에 똥 쌌어? 로 유명한 볼프 에를부르흐가 쓰고 그렸다.
어느날 오리는 느낌이 이상함을 느낀다.
내 뒤를 슬그머니 따라다니는 넌 누구냐? 라는 질문에
죽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와, 드디어 내가 있는 걸 알아차렸구나.
나는 죽음이야"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죽음을 알아차린다는건 죽음에 대한 의미를 떠올렸다고 할 수 있다. 삶의 끝은 죽음이고 인간은 누구나 그 끝이 있다. 단절이 있어야 시작이 있는 법.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은 죽음을 향해 한 발짝 더 가까이 가고 있다는 것, 즉 그 둘은 단짝과 같은 것이다. 죽음이란 삶, 즉 일상과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개념이란 것을 머리로는 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죽음을 떠올리면서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러한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작가는 한 문장으로 툭 던진다.)
이후로는 죽음과 오리의 동거가 시작된다.
함께 연못에서 자맥질을 하고,
오리가 알고 있는 죽음에 대한 재잘거림을 들어주기도 하면서.
(죽음만 아니라면 꽤 괜찮은 친구라 여긴 오리는 죽음과 연못에도 가고 잠도 같이 자고 나무에도 올라가는 등 늘 해왔던 일들을 지속해 나가며 대화를 나눈다. 감기나 여우와 같이 오리에게 죽음을 떠올리는 것들에 대해, 오리의 삶의 일부분인 늘상 지내는 연못에 대해, 그리고 죽음 이후에 대해. 그저 담담하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
보드라운 눈이 하늘에서 나풀나풀 내리는 날
추위를 느낀 오리는
"추워, 나를 좀 따뜻하게 해 줄래?"
오리가 죽음에게 부탁합니다.
(오리는 자기가 죽으면 혼자 쓸쓸하게 외로이 있을 연못을 생각하자 해골은 말한다.
"네가 죽으면 연못도 없어져. 적어도 너에게는 그래."
······
"그렇다면 안쓰럽게 여기지 않아도 되겠네. 만약······."
"그래, 만약 네가 죽으면······."
죽음이 말했습니다. 죽음도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죽음이 오리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숨도 쉬지 않고 조용히 누워있는 오리를 조심스럽게 물위에 띄우고 살짝 밀어줍니다.
(마침내 오리가 보이지 않게 되자 죽음은 조금 슬펐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삶이었습니다.
죽음은 삶을 따라다닌다. 죽음도 삶이다.
죽음은 나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교만함이 삶을 허비한다.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른다.
모르기에 두렵게 느껴진다.
오리처럼 죽음을 친구처럼 동행하며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할 필요없이 따뜻하게 죽음을 맞이할 때 죽음도 우리에게 친절을 베푼다.)
'죽음이 있다'로 시작해서 '그것이 삶이다'라고 맺고 있는 볼프 에를부르흐. 이 책은 죽음을 설명하기 위해 철학적 명제나 현학적 언어로 설득하지 않는다. 오리와 해골의 특별한 것 없는 대화들 속에서 독자 각자가 죽음의 의미를 다르게 읽을 수 있도록 한다. 아이에게는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어른에게는 어른이 곱씹을 수 있는 수준에서 말이다. 나는 죽음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탁월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가는 이제껏 보지 못했다. 초판 발행일을 보건데 환갑을 앞두고 펴낸 책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 책을 쓰지 않았으리라.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죽음에 대한 수많은 줄거리에서 덜어내고 덜어냈을 그를 생각해본다. 죽음을 아는 사람들은 삶을 가득 끌어안는다. 삶은 유한하기에 찬란한 것. 생의 끝이 있기에 하루를 누릴수도, 견뎌낼 수도 있다. 직접 책장을 넘기며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빼앗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내용만 올렸다. 여유가 된다면 소장해서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으면 참 좋은 책이다.
죽음을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