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뱃멀미 없이 비행기 타고 가요”… 92인승 시범 비행
브라질 제작사 ‘엠브라에르’
소형 제트기 울릉도 선회 비행
2025년 신공항 개항 앞두고
ATR 여객기 등 경쟁 달아올라
15일 경북 포항경주공항에서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E190-E2’ 항공기가 비행 준비를 하고 있다. 포항=변종국 기자
브라질 항공기 제작사 엠브라에르(Embraer)의 소형 항공기(리저널제트) ‘E190-E2’가 한반도 상공을 시범 비행했다. 울릉도와 흑산도, 백령도 등 도서·산간 지역에 들어설 신공항 건설에 앞서 리저널제트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엠브라에르는 서울 김포공항을 출발해 동해안을 도는 ‘데모 플라이트(시범 비행)’를 실시했다. 전날에는 경북 포항경주공항을 이륙해 울릉도 상공을 도는 시범 비행을 했다. 엠브라에르는 보잉과 에어버스에 이은 글로벌 3대 항공기 제작사로 100인승 안팎의 항공기를 주로 제작한다.
E190-E2는 96∼114인승으로 좌석 운영이 가능하도록 제작된다. 이날 비행을 한 항공기는 총 92석(비즈니스석 12석, 이코노미석 80석)으로 인증받은 항공기다. 항속거리는 약 5200km로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주력 기종인 B737-800 항공기와 비슷하다.
엠브라에르가 시범 비행을 한 건 2025년 완공 예정인 울릉도 신공항 취항에 적합한 항공기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울릉공항은 현재 1200m의 활주로를 계획하고 있다. 엠브라에르 항공기는 터보프롭(프로펠러) 항공기가 아닌 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항공기로 이착륙을 위해서는 1250m 정도의 활주로가 필요하다.
엠브라에르 측은 승객과 승무원 약 80명을 태우고 포항경주공항을 이륙해 울릉도 상공을 선회하는 비행을 했다. 포항=변종국 기자
엠브라에르 측은 약 80명의 승객을 태우고 포항경주공항(활주로 1200m)에 착륙할 때 활주로 1000m 지점을 앞두고 멈추는 운전을 했다. 1200m 활주로에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엠브라에르 측은 “항공기 무게 및 좌석 수를 조절하면 비가 오거나 활주로 상태가 좋지 않아도 안전한 이착륙이 가능하다”며 “E190 항공기는 국내 공항뿐 아니라 일본과 동남아시아까지도 날 수 있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소형항공기 시장을 노리는 또 다른 항공기 제작사로는 ATR이 있다. ATR은 1981년에 설립된 프랑스와 이탈리아 합작사다. ATR 42와 ATR 72등 90인승 미만 터보프롭이 주력 제품이다. 국내에선 하이에어가 ATR 항공기 4대를 운영하고 있다. 수용 인원이 적어서 이착륙 거리가 1200m면 충분하다는 것이 ATR 측의 설명이다. ATR은 지난해 11월 코리아데이를 열고 ATR 알리기에 나섰다.
소형 항공사 설립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 항공 스타트업은 ATR을 앞세워 소형 항공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한 중견기업은 엠브라에르 항공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북도는 ‘경북형 항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는 15일 엠브라에르와 공항 및 MRO(정비) 협력, 항공산업 활성화 등을 위한 ‘항공산업 업무 협약’을 맺었다.
항공업계 한 임원은 “새로운 항공기가 들어오면 기존과는 다른 항공사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며 “공항이 새롭게 건립되면서, 업계에서 다양한 방식의 항공 서비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