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관련 글은 블로그에 일기체로 쓰고 있는지라 평어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형/언니/동생 분들의 친절한 양해 부탁 드립니다~ ♥
※ 스토커 스포주의 !!!!!!!!!!!!!!!!!!!!!!!!!!!!!!!!!!!!!
같은 내용이라도,
누가 만드냐에 따라 과정이 달라지고 겉으로 보여지는 모냥새가 달라진다.
박찬욱의 스토커 역시,
만약 할리욷 거대 자본이 픽업했다면, 극의 전개나 표현 방식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지도 모를 일.
엄청난 여킬러의 탄생 프리퀄 정도랄까?
당 영화에 대해 좀 더 굵직굵직하고 쉽게쉽게 얘기해 보자.
(이 얘기를 어느 헐리욷 블록버스터의 줄거리라 생각하고 읽는다면, 좀 더 팍팍 와닿을 것이다.)
===========================================================
① 스토커 가문에는 기본적으로 명민함(뛰어난 지능)이라는 우성 인자가 흐르고 있는데,
간혹가다, 포식자(뛰어난 오감과 순발력, 살육자로서의 본능 등)로서의 유전자가 발현되는 경우가 있다.
===========================================================
Ex) 영화 중반부에, 17세 소녀인 인디아가 교내 운동부 주장같이 생긴 시키의 주먹질을
카운터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도 연필을 쥔 조막만한 손으로 상대의 주먹에 곧장 카운터로 찌르는데,
이는 왠간한 담력과 동체시력, 순발력, 근력 등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
===========================================================
② 여기서 포식자란, 이를테면 "뱀파이어" 같은 개념이다.
아무도 뱀파이어를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라고 여기지 않는다.
뱀파이어는 그냥 인간보다 상위에 있는 포식자일 따름.
===========================================================
Cf) stalker는 슬그머니 접근하는 사냥꾼이란 뜻이며,
stoker는 드라큘라의 저자 브람 스토커의 성이기도 함.
===========================================================
③ 現 스토커 가문에서 포식자로서의 인자를 가진 사람이 둘 있는데,
첫째가 찰리로, 어린 시절 질투심에 눈이 멀어 동생을 죽인 사고로 인해 정신병원에 구금됨.
둘째가 인디아인데, 아버지인 리차드가 그 본성을 일찍이 캐치하여,
그 본능이 억제될 수 있게끔 공을 들여 인디아를 양육한다.
===========================================================
===========================================================
④ 그 양육 방식 중 하나가 사냥이었는데,
사냥은 인디아가 지니고 있는 살육의 욕망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 내에서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담당,
리차드는 사냥을 통해, 딸이 지닌 포식자로서의 본능을 사냥감을 죽이는 것에 의한 대리 만족 수준에 머무르게 유도,
또한, 사냥감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를 가르침으로서 (욕망) 충동 조절에 대한 교육을 사사,
BUT!!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러한 양육(교육)이 인디아로 하여금, 훗날 더 완전한 킬러가 될 수 있게끔 기반이 되어 준다.
===========================================================
★ 인내할 줄 알며, 자신의 욕망을 조절할 줄 아는 뱀파이어라 생각해 봐라. 그래, 블레이드 같은 거다.
===========================================================
⑤ 인디아가 성년이 되는 해,
찰리가 정신병원을 나와 형인 리차드를 죽이고, 인디아의 집에 입성함.
미친놈은 미친놈을 알아본다는 유명한 격언처럼,
찰리는 인디아 역시 자신과 같은 핏줄임을 느끼고,
오랜 계획 하에, 인디아가 성년이 되는 해 의도적으로 각성시켜
그녀를 이른바 마왕의 신부처럼 "설계"하려 한다.
===========================================================
☆ 영화가 이 쯤 오면, 인디아의 마미는 뱀파이어 둘 사이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한 가련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불쌍불쌍
===========================================================
⑥ 아버지로부터 가로막혀 있던 본능이 삼촌인 찰리에 의해 서서히 해방되자,
인디아는 찰리로부터 묘한 욕망과 동족 의식을 느끼지만,
찰리 이 시키가 정신병원에 구금됐었던 미친놈이란 사실과
그 미친X가 자신이 사랑한 유일한 "인간"이었던 아버지를 죽였단 사실을 알게 되자, 그를 죽여야겠다 결심한다.
즉, 그 순간부터 인디아는 찰리를 동반자가 아닌, 사냥감으로 인식하게 된다.
===========================================================
===========================================================
⑦ 그 시점에서 분명 포식자로서의 능력은 찰리가 우위였겠지만,
대신 인디아에겐, 찰리에겐 없는 두 가지 강력한 무기가 있었음,
바로, 아버지로부터 사사받은 인내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여성성
인디아는 엄마인 이블린을 미끼로 둔 채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을 믿는(사랑하는) 찰리의 방심을 틈타 결국 한 방에 그를 끝내버린다.
===========================================================
Cf) 여성미는 킬러에게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여성은 남자로 하여금 방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며, 유혹이나 미인계란 옵션 역시 부여한다.
또한, 남자보다 섬세하며, 연기에 능하고, 끝맺음이 더 칼같다.
(여자와 아이는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 란 중국 옛 속담도 있음)
당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장면은 이거다.
아버지의 벨트, 어머니의 블라우스, 삼촌으로부터 선물받은 하이힐
배트맨에겐 재력과 격투술, 모건 프리만이 있고,
스파이더맨에겐 거미같은 운동신경이
아이언맨에겐 천부적인 두뇌와 과학기술이 있는 것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자연 앞에 고고히도 우뚝 서 있는 인디아의 저 모습에서 우리는,
최상위 포식자이자 수퍼킬러로서 그녀만이 지니고 있는 차별적인 "3대 무기"를 확인할 수 있다.
-+-+-+-+-+-+-+-+-+-+-+-+-+-+-+-+
① 아버지의 벨트 : 인내력과 충동에 대한 자제력, 절제의 미덕
② 어머니의 블라우스 : 여성미와 성숙함, 섬세함, 기품과 매력
③ 삼촌으로부터 선물받은 하이힐 : 스토커 가문에서 대물림되는 포식자로서의 치명적인 능력
-+-+-+-+-+-+-+-+-+-+-+-+-+-+-+-+
삼촌인 찰리처럼 대놓고 미친 포식자가 아니라,
시크하고, 조심성 있으면서, 누구보다도 영리한,
동시에, 아름다움과 기품마저 지니고 있는 치명적인 여자 암살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스토커는, 퍼스트클래스 여킬러의 서막을 알리는 (어느 있지도 않은 히어로 시리즈물의) 프리퀄 같은 영화인 것이다.
마블에서 판권을 사서, 인디아를 <어벤져스>에 처넣는다면,
적어도 블랙위도우보단 더 멋진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할 것 같긴 한데....
<다이하드>에 악역으로 투입하면, 다이하드를 6에서 끝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제목은, Die, Finally??)
뭐, 이레저레 여러가지 상상을 가능하게 해 준 열린 영화였다라 생각.
한편, 조금만 더 쉽고 심플하게 풀어갔으면 어땠을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 무명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hsune
첫댓글 글 잘봤습니다. 유독 이 영화는 비스게에서 안다뤄지는 것 같네요 ㅋㅋ 해외에서의 반응도 궁금하네요
흠 보고싶은 영화인데 아직 기회가 없네요...
대박. 무명자님 글은 항상 재밌는데 이 글을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최고입니다.
와우..굉장히 흥미롭게 잘 봤습니다^^
영화가 호불호가 갈리던데 전 너무 좋더라구요ㅎ
재미있게 본영화엿는데.. 글 시간가는줄모르게 너무 잘 봤습니당!!!
와우.... 끝에 해석이 죽이네요
오오 이런해석이
감탄입니다.. 저에게는 뭔가 지루한듯 하면서도 끌리는 매력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정말 좋은 리뷰네요ㅎㅎ 벨트 치마 하이힐이 뭔가 했더니. 니콜 키드먼이 하나도 안보일정도로 찰리와 인디아의 연기력이 쩔었던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