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 AI 위험성 인정하며 규제 촉구… “자사 챗GPT 시장 선점 의도” 분석도
[민주주의 위협하는 AI]
美 상원 청문회서 3시간동안 답변
저커버그-베이조스 설전과 대조
“올트먼이 인공지능(AI) 대표주자로 도약했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사생활·기술·법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38)을 두고 뉴욕타임스(NYT)가 내린 평가다. AI 기술 개발을 주도하면서 동시에 위험성을 인정하며 규제 필요성을 촉구하는 모습에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CEO(39),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52) 등 기존 테크 리더와는 다른 유형의 인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청문회에서 올트먼 CEO는 의원들과 일일이 시선을 맞추며 쉬운 언어로 AI에 관한 각종 질문에 차분히 답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커버그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은 과거 청문회에서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지만 이날은 정중하고 따뜻한 대화가 오갔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올트먼 CEO의 설득력을 주목한다. 2014∼2019년 액셀러레이터 기업 ‘Y콤비네이터’ 대표 시절 에어비앤비 등 초창기 스타트업의 코칭과 투자에 힘을 쏟으며 소통과 협상의 중요성을 알았다는 것이다. 오픈AI를 창업한 뒤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0억 달러(약 13조3850억 원) 깜짝 투자를 따오기도 했다. NYT는 “올트먼은 엔지니어도, AI 연구자도 아니다. 계약을 유치하고 어젠다를 설정하는 경영자”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올트먼 CEO가 규제 필요성을 촉구한 것이 일종의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생성형 AI에서 경쟁사에 앞선 오픈AI가 자사의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AI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규제 논의를 앞당김으로써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오히려 자신들에게 유리해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얘기다.
올트먼은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자퇴하고 2005년 18세에 창업한 위치기반 소셜미디어를 2012년 4340만 달러(약 581억 원)에 매각했다. 오픈AI에는 소유 지분 없이 연봉 6만5000달러(약 8700만 원)만 받으며 일한다. 올트먼이 정치 대신 AI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권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2014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주최했다. 2017년에는 민주당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로도 거론됐다.
이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