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모터스>를 보러 영상자료원에 갔다
예전에는 이런 자리에서 아는 사람 한 둘은 꼭 만났는데 하다
정말 한 명 만났다.
영화 어땠어요?
좋았어요. 재미있었어요. 영화가 계속 되었으면 했어요.
몇 번째 보시는 거죠?
두 번째요? 형은요?
처음이요. 몇 번 더 보고 싶네요.
영화에 관한 영화로 보았어요. 다양한 장르들을 막 집어넣더라구요(웃음)
나중에 노래부르는 거 보면서 기어이 뮤지컬도 하는구나 했어요(웃음)
그러면서 삶 자체가 연극이다 라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우리 모두 여러 가지 역할들을 하잖아요.
누군가의 아들로, 아버지로, 상사로, 남편으로, 친구로, 고객으로..
영화는 그 많은 면을 기승전결이라는 형식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하루라는 시간축을 타지만 큐비즘처럼 매순간
하나의 세계들을 드러내지요. 그리고 그 하나의 세계 조차 어떤 때는
연극처럼 어떤 때는 행위예술처럼 드러내잖아요.
그런 면들이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음악도 좋았고 레오 까락스 특유의 광기와 미장센도 너무 좋았죠.
그리고 드니 라방이 일생일대의 명연기를 펼친것도 동의하구요.
형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꼭 오셔요.
사탄 탱고 강추입니다. 8시간짜리인데 꼭 보셔요. 그리고 작은 마을의 봄도요.
저는 로버트 알트먼의 롱 굿바이, 존 부어맨의 엑스칼리버, 존 포드의 아일랜드의 연풍이
끌리네요.
봉준호의 마더 흑백 버전은 벌써 매진되었네요(웃음)
예전에 이런데 오면 친구들 많이 만났는데 요즘은 통 보기 어렵네요(웃음)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분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나눈다.
이야기 할 것이 있는 영화를 보고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과 함께 있다.
이 정도면 지극히 행복한 하루가 아닌가 잠시 생각해본다.
어떤 영화는 소모되고
어떤 영화는 생성한다.
홍상수의 <극장전> 마지막 대사.
생각을 해야 한다..생각을..
그것이 어디 영화 뿐이겠는가.
첫댓글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네요.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