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2. 불날. 날씨: 따사로운 봄날이다. 그늘에 있으면 쌀쌀하다.
[뿌리샘 공부와 움집]
어제 하루 쉬는 날이라 어린이모임 선거 벽보를 출근하며 봤다. 빙그레 웃음이 났다. 네 후보 특색이 잘 드러나서 저절로 어린이들 얼굴이 떠올라서다. 선거 홍보물을 만드느라 얼마나 애썼을지 가늠이 된다. 선거 벽보를 보며 공책에 꼼꼼하게 공약을 적는 어린이를 봤다. 공약을 잘 보려는 그 마음에 나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공통 공약과 특별한 공약을 찾아냈다. 급식과 새참, 몸놀이 공약이 공통인 게 많다. 선거 으뜸 구호도 멋있게 정한 어린이도 있다. 다음 주 30일 선거 날까지 선거 열기가 뜨겁겠다.
아침열기 아침 산책으로 부모님들이 거름넣고 뒤집어준 텃밭을 모두 둘러보고 농사를 가늠해보았다. 지난주 낸 모종판에도 물을 주었다. 마을을 둘러보며 마을 속 교육과정으로 잡은 마을 지도 그리기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린이들의 발과 손으로 만들어갈 마을 지도가 기대된다. 교실로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고 피리를 불었다. 3월 줄곧 불고 있는 고향의 봄과 비발디 사계 가운데 봄을 아주 잘 분다. 호흡도 좋다.
나는 모둠을 맡을 때마다 부모님들께 부탁드리는 게 있다. 어린이들처럼 우리 어른들도 일기를 쓰자는 제안이다.아주 오래전 부모님들이 번갈아가며 쓴 일기장은 아직도 지니고 있다. 이번 뿌리샘은 지난주 부터 시작했는데 드디어 부모님들 뿌리샘 부모하루생활글장(부모일기장) 첫 글이 왔다. 어린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귀를 쫑긋 세우며 듣는다. 날마다 어린이들이 쓰는 일기처럼 우리 뿌리샘 부모님들도 일기를 쓰기로 했다. 물론 한 주에 집마다 한 편씩 집마다 번갈아가며 쓴다. 그래도 어린이 삶을 가꾸는 글쓰기 공부에 큰 도움이 되는 활동이다. 학부모님들의 애씀 덕분이다. 참 고맙다. 물론 선생도 당연히 일기를 쓰고 어린이들에게 읽어줄 것이다.
우리 뿌리샘에는 긴 이야기와 수업 중간에 알람처럼 끝날 때를 알려주는 어린이가 있다. 덕분에 공부 시간 조절이 아주 잘 된다. 아침 공부인 수학 시간에는 선그리기로 원과 사각형을 만났다. 선그리기 활동 뒤에는 여러 형태 사각형도 다시 그려보고 도형의 성질을 정리하고 있다. 어찌 그리 척척 기억하는지 어린이 수학 영재들이다. 속도는 다르지만 아주 멋지다. 큰 수의 곱셈도 점점 더 속도가 붙는다. 애씀을 알기에 더 고맙다.
낮 공부인 우리나라 알기 시간에는 움집을 만들었다. 구석기 시대 공부할 때는 돌망치, 돌도끼를 만들었다면, 신석기 시대에는 움집이다. 농사의 시작, 정착 생활, 움집, 빗살무늬토기, 목축, 간석기, 불평등의 시작, 신석기 시대를 설명하는 책을 함께 돌아가며 차례로 읽은 뒤 활동이다. 움집은 두 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첫 번째는 나무젓가락을 재활용해서 만들어보고, 두 번째는 숲속 놀이터나 우면산쪽에 큰 움집을 지어보기로 했다. 선생이 해날 미리 챙겨놓은 바닥판 위에 수업 때 쓰려고 일부러 모아놓은 나무젓가락으로 움집 형태를 잡아보는데 이게 쉽지 않다. 여러 번 애써서 어린이마다 고무줄과 실, 목공풀을 쓴 끝에 저마다 움집 뼈대를 모두 완성했다. 재료가 더 원시스러웠으면 했는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간다. 만드는 모습도 참 달라서 즐겁다. 다음에 실로 두르고, 버려진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를 찾아 입히면 멋진 움집 형태가 되겠다. 진짜 움집 지을 때는 원의 크기를 어림하거나 3.14놀이로 배운 잠깐의 지름 크기로 이야기를 나누고 몸을 쓰며 땀흘리면 또 재미날 것이다. 움집 속에 모두 들어가 오늘처럼 우가우가 마가마가를 노래하며 키득키득 쿡쿡 웃는 어린이들 모습이 떠오른다.
코로나 확산세가 아주 가깝게 다가왔다. 여러 의견들이 들어와 한 번 더 방역지침을 살피고 더 애쓸 것들을 찾아보았다. 교사회와 넓힌운영일꾼들이 한참을 살펴 제안드렸다. 함께 가꾸고 더 너그러이 서로를 이해하며 이 때를 넘길 것이라 믿는다.
첫댓글 우가우가 마가마가!!!
다른이가 보낸 하루를 읽는 것, 같은 하루을 보냈다 해도 다른이의 눈으로 본다는 것~ 재미있고 따뜻해져서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