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봄이 오나 했더니 여름이 오고 있다. 이렇게 무더울 수가!!
정수란가..? 누군가 노래했던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 수록 정이 드는 산과들~'이 생각난다. 그러나 지금은 뚜렷한 두계절과 희미한 두계절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남동생이 오늘 춘천 102 보충대에 들어갔다.
덕분에 최근 덩달아 잘먹었었다. 오늘 춘천까지 따라갔던 것도 실은 춘천의 명물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기 위함이었다.
갔노라! 먹었노라! 맛있었노라!!
연병장인지 행사장인지에 모여서 간단한 행사를 한다기에 앉았다가.. 눈물은 안나는데 더워서 땀나 죽는지 알았다.
말이 어눌한 몇 장교들이 나와서 뭐라뭐라 떠들었다.
남들은 논산 훈련소니 의정부 306으로 가는데 왜 내 아들만 춘천으로 오는가?? 라고 생각하시는 부모님을 위해서는 누군가 강원도를 지키기는 해야한다는 명쾌한 답을 내어놓고, 남들은 여름에 피서다 겨울에 눈썰매다 해서 오는 이곳에 내 아들은 항상 있구나 좋구나!! 라고 생각하면 맘이 편하지 않겠냐는 해결책도 던져주는 것이다.
그리고는 아울러 절대 강원도 이외의 곳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더군. 함경도로 보내지 않는 이상 강원도는 최악이지 않은가?!
스탠드의 중앙으로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가진 애들이 착착 줄서고 사람들은 아들 얼굴 한번 더 보려고 마주보이는 운동장에 서서 움직일 줄을 모른다. 그사이 우린(아빠랑 언니랑 나) 빨리 나가야 덜 밀릴때 도로에 나간다고 서둘렀다.
유독 정 많은 아빠랑 언니, 그리고 냉정한 나는 간간히..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뒤를 돌아보곤 남동생을 확인했는데 유난히 잘생긴 것도 아닌 그녀석 얼굴에서 안광이라도 나는 것처럼 또렷하게 다른 얼굴들이랑 구분이 되는지..
맘이 아팠던건 나보다 더 냉정하고 세상의 모든 질질 끄는 것을 증오하는 것을 푯대로 삼는 남동생이 그때만큼은 우리가 돌아보는 족족 눈을 마주치며 번쩍 든 손을 흔들더라는 것이다.
남동생은 군입대에 대해서 매우 무덤덤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불안했을 것인데.. 그걸 확인한 것 같아서 맘이 아팠다.
어젯밤, 마지막으로 자신이 컴을 장악하겠노라고 얘기하던 남동생에게 어림없다며 괴롭혀 컴 자리를 빼았고, 맛있는거 다 남동생 주는거 샘내며 뺏아먹느라 정신없던 나는 더 맘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