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오지로 간다.
오랜만에 전라도 내륙인 정읍과 순창에 걸쳐 있는 회문산과 하늘길 데크로 섬진강의 경치가 잘 보인다는 용궐산이다.
일시 : 11월 27일 12:00 무박 동서울 출발
산행시작 : 04시 20분 옥정호 인근 용학사
1부 산행코스 : 용학사 -> 용두봉 -> 장군봉 -> 회문산 -> 회문산 자연휴양림. 점심
2부 산행코스 : 용궐산 치유의숲 주차장 -> 하늘길데크 -> 용월산 -> 석전 오후 3시 30분 종료
강남으로 이사를 온 후 동서울로 가는 길이 훨씬 짧아졌다. 가까운 만큼 이제는 시간을 꽉 채워 도착하는 빈도가 잦은데, 오늘은 수인분당선과 2호선이 연결이 안되어, 마지막 전철을 겨우 타고 가까스로 동서울에 도착했다. 헐~~ 아제들 4명만이 히죽 히죽 하고 계신다. 다들 어디간겨? 버스가 도착하자 여기 저기서 팀원들이 나타난다. 아마 추위를 피해서 곳곳에 흩어져 있었나 보다.
오지버스는 기다림없이 바로 출발한다. 숫자 9. Number 9. 조금 모자라지만 꽉 찬 숫자다.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부탄 가스가 모자랄 텐데. 오뎅을 못 샀는데. 아침에 먹을 것이 없는데. 오만가지 잡 생각으로 머리는 빙빙 돈다. 강제로 눈을 감는다. 여산휴계소 부터는 앞자리 다올님과 일본 토요트레일러의 전설적인 인물 가와모토상에 대한 이야기와 일본 한국 중기특장차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새벽 3시 30분 오지버스는 조용히 멈춘다. 엔진소리, 도로주행소리 없으니 적막하다. 잠시라도 눈을 붙이려고, 오늘만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된 버스 뒷자리에 눕는다. 뒤척이는 소리, 코고는 소리, 잠시인지, 찰라인지, 버스전등은 켜지고 출발을 독려하는 오모님의 목소리가 멍하니 들린다.
전라도 산행은 오지팀에서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산행코스인 것 만은 분명하다. 왜일까? 거리가 멀어서? 아니면 식생이 나빠서? 이 기회를 통해 오지 선배님들께 물어본다. "전라도 산행이 드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라도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전라도 산행은 항상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차게 한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전라도 하늘아래서 꼭 들어 보리라. (결국 오지팀원들의 어설픈 사투리만 하루 종일 들었다). 전라남도 오지산행에 가장 큰 어려움은 맹감나무를 포함하여, 듣도 보도 못한 각종 가시나무들이다. 찢기고, 베이고, 걸리고. 모두들 하나 이상의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빽빽한 산죽과 가시덤불을 헤쳐 가느라 여간 힘든게 아니다. 오늘 따라 장어가 먹고싶다. 뿔쑥 장어가 먹고싶다.
이제 등 뒤로 빠알간 것이 툭 솟아 오른다.
용두봉은 올랐는지 지나왔는지 기억이 없다. 가시나무들 피해서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였는데, 장군봉 부근 부터는 성가신 잡목들이 사라지고 임도와 등로등 제법 길다운 길이 나타난다. 장군봉에 오르니 경치가 절정이다. 파란 하늘로 인해 대기 전체가 쪽빛으로 물들고, 눈부시게 펼쳐진 산들의 향연이 그저 아름답니다.
여기 저기 산의 위치와 이름을 설명해 주시는 대간거사님의 도움으로 이름 모를 산들이 이제 이름으로도 다가온다.
이렇게 아름다운 전라도 산들입니다. 앞으로 더 자주 오고 싶습니다.
장군봉에서 인근 산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제 회문산으로 향한다. 더이상 성가신 맹감나무가 없어 쭉 쭉 내딛는다.
이렇게 1부 산행을 끝내고 휴향림 주차장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잡목 헤친다고 힘들었는지 다들 배고파한다. 그런데 일보님은 도시락을 내어 주시고 식사를 하지 못하셨다.
오늘 기대되는 2부 관광산행을 위하여 용궐산 주차장에 도착하였으나, 주차요원과의 시비로 썰렁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영희언니, 대장님, 오모, 다올, 무불은 배낭없이 물하나 챙겨 가볍게 시작한다.
용궐산 하늘길 데크길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민간인들과 같은 속도로 올라갈 수 없는 오지인들의 특성상, 무불이 먼저 치고 나간다. 민간인들분께 불편을 드리지 않도록 최대한 예의를 지켜가며, 가벼운 복장으로 용궐산을 한달음에 오른다. 정상이 가까워 질때 쯤 신가이버대장님의 거친 숨소리가 뒤로 들린다. 또 그 뒤로 오모님, 대간거사 총대장님, 다올님이 따른다. 심장이 떠질듯이 달려 정상에 올라, 대장님과 물한잔 나누어 마신다. 속 속 도착하는 오지의 정예 멤버들. 하지만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일보님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2부 관광산행이 갑자기 극기산행으로 바뀌면서 왠지 일보님께 미안함이 커서인지 관광.극기 산행의 창시자인 오모리더는 산 정상 초입에 서서 초조하게 일보님과 비비안님을 기다린다.
드리어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용궐산 정상에 다들 도착 했다. 극기 산행으로 마무리를 하고,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야지. 새벽 부터 무불과 다올은 장어 한 메뉴로 정주행을 했다. 산행 내내 오늘 장어를 먹어야 하는 이유를 주변 상황에 맞추어 계속 이야기 하였다. 섬진강 굽이가 장어를 닮았다는 둥. 섬진강은 장어가 유명하다는 둥. 장어먹기 좋은 날씨라는 둥. 서울 경기도 장어 맛집들도 나열하고.
순천 어치리 석전마을 방향으로 빠르게 내려온다. 빠르게 올랐고 더 빠르게 내린다. 극기산행으로 1시간으 당겼으니, 오늘은 여유있게 서울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메뉴는 임실에 있는 민물매운탕이다. 장메기, 장빠가사리, 장~~. 오늘 장어를 먹지 못하는 아쉬운 무불과 다올에게 오지팀선배들이 그나마 유머로 아쉬움을 달래어 주신다. 더덕주와 매운탕으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집으로 가는 오지버스에 오른다.
보기 드물게 화창한 날씨와 쪽빛 조망 덕분에, 오지 단톡이 아주 뜨거웠던 하루였다. 참석은 하지 않으셨지만 장어 맛집 찾아 주신 솔잎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오지를 ~~ 위하여~~~
첫댓글 위원장님! 이렇게 못간 사람 염장을 지르는 멋진 산행기를 올려도 되는겁니까? 오지분들 정말 즐거워하는 저 표정은 또 뭡니까? 가뜩이나 못가서 아쉽고 마음이 불편한데 상처에 소금을 뿌리시는군요. 애고 쓰려라 ㅎㅎㅎ 산과 사람 모두 멋집니다!!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하루였어요. 앞으로 전라산행 적극 추천하려 합니다. 사진은 영희언니. 모닥불님. 대간거사님. 다올님 사진들 입니다.
회문산에서의 조망이 장관, 대관 넘어 특관입니다.^^
예전에 우리가 갔을 때는 비가 주룩주룩 내렸었는데…
영희언니의 이 사진이 산행기에서 빠진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됨.ㅋㅋㅋ
이 사진도.
대장님도 무심히시지 무불님이 섬진강물이 장어처럼 보인다는데 ㅋㅋ 그래도 그지역 특산물(삼겹살) 안먹은게 어디 입니까
10년전 회문산,강천산에 갔을때 산진이님 사진이에요
그땐 날이 안좋았는데 다행이네요
조망이 끝내준 산행이었네요,,,우리도 다음날 왕방산에서 조망을 즐겼습니다..^^
여기도 조망이 아름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