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성금요일이다. 물론 상징적인 날자이다. 그런데 마치 정말 그 날을 회상하게 하려는 것처럼 아침부터 날씨가 우중충하다. 농도짙은 황사의 습격과 더불어 9시가 지나면서 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차 안에서 대기하며 계속 설교를 듣게 된다. 우연히 10여년전의 선한목자교회 추수감사 간증을 듣게 된다. 도미니카와 인접한 아이티를 오가며 사역했다고 하였다. 귀에서 계속 피가나오는 독특한 질병과 간경화라고 하였다. 선교사 부부는 자신들이 너무나 한것이 없어서 부끄럽다고 하였다.
선교사들의 간증은 크게 두종류로 나뉜다. 첫째 유형은 자랑에 가까울 만큼 풍성한 보고이다. 듣는 자들이 모두 기뻐하는 보고겸 간증이다. 둘째 유형은 너무나 한것이 없어서 부끄럽다는 보고이다. 내 아내도 자신이 원하는 목회를 포기하고 선교지로 나간 남편을 공격할 때 써먹는 18번이 "우리가 선교지에 한 일이 뭐 있느냐"이다. 아내의 논리는 교회를 세우기를 했느냐 학교를 세웠느냐 그렇다고 자랑할만한 제자들을 양육했느냐는 것이다. 즉, 보여지는 열매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면 의미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현장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논리이다. 선교사라는 직분 조차도 숨기고 살아야 하고 목사라는 호칭조차 공개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평신도처럼 살아가야 하는 현장이다. 그런 곳에서 나 잘났다는 식으로 나서는 사람들은 1년을 넘기기 힘들다. 그래서 지혜가 필요하다.
하나님은 나에게 재능을 주셨다. 처음에는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신학교재 개발및 보급이었고 초고속인터넷의 활성화가 이루어진 뒤에는 중국 정부가 차단한 믿음의 사이트들을 접속하기 위한 네트워크 사역이었다. 중국내 거주하는 수천명의 한인선교사 중에 그런 IT분야에 헌신하는 사역자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내세울 것 없고 자랑할 것 없지만 그렇다고 선교비 재정만 축냈다고 책망받을 이유도 없다.
사역의 구체적인 내용을 아는 분들은 특수한 사역이라고 극찬을 하지만 그렇다고 그 칭찬에 부화뇌동 해보지도 않았다. 그저 부끄러울 뿐이라는 생각이다.
해마다 한번씩 교단소속 선교사들의 총회가 열린다. 한국에서 강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역보고를 하게 된다. 첫번 참석했을 때 나를 놀라게 하는 후배의 사역보고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해마다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었다. 대단히 지혜로운 사역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주님께서 그렇게 하라는 마음을 주시지 않는다. 그러니 누가 나를 후원해 주겠는가! 주님과 동행하는 사람은 고난의 길이고 때로는 십자가를 지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