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식’ 즐겨먹는 사람, 의외로 심장병·뇌졸중 위험 낮다
입력2024.11.27. 오후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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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매운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광시의과대 연구팀이 성인 5만174명을 대상으로 매운 음식 섭취와 심혈관 건강의 상관관계를 약 10년간 분석했다. 참여자들의 매운 음식 소비 데이터는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됐다. 참여자들은 매운 음식 섭취 빈도에 따라 ▲전혀 먹지 않거나 거의 섭취하지 않음 ▲주 1~2회 ▲주 3~5회 ▲주 6~7회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지역 질병 및 사망 등록부, 건강 보험 시스템을 활용해 참여자들의 건강 상태를 추적 관찰했다.
분석 결과, 1주일에 세 번 이상 매운 음식을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혈관 막힘을 겪을 가능성이 20% 낮았다. 1주일에 매운 음식을 한 번 이상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허혈성 뇌졸중 발병 위험이 13% 낮았다. 여성은 매운 음식을 주 1~2회 이상 섭취하면 뇌졸중 발병 위험이 낮아졌고 남성은 주 3~5회 이상 섭취하면 낮아졌다. 연구팀은 성별에 따른 호르몬 차이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단핵구 활성화를 막아 혈중 염증 수치를 줄이고 혈관 내피세포의 콜레스테롤 축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매운 음식을 섭취하면 에스트로겐과 캡사이신이 함께 심혈관계 보호 효과를 낸다.
연구팀은 매운 음식 속 캡사이신 성분이 신진대사를 촉진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캡사이신이 체내에 들어오면 캡사이신 수용체(TRPV1)가 활성화돼 혈관 내피세포의 염증 반응이 줄어들고 혈관이 확장돼 혈액순환이 잘 된다. TRPV1은 심혈관계, 뇌 등 체내 여러 조직에 널리 분포하기 때문에 뇌졸중 외에 기타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연구팀의 이전 연구에서 고추가 포함된 음식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26% 낮았다.
매운 음식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비만인 사람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캡사이신이 신체가 에너지를 소비하는 속도를 약 8% 증가시켜 체중 감량을 돕는다고 분석했다. 내장 지방 조직의 아디포카인은 염증을 유발해 뇌졸중을 비롯한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데, TRPV1이 활성화되면 아디포카인 생성량이 줄어들고 지방 산화 및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단, 이번 연구는 심혈관 보호 효과를 내기 위한 매운 음식의 정확한 섭취량을 정량화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매운 음식에 흔히 첨가되는 소금 함량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소금 등 나트륨은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캡사이신의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려면 맵고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고추 등 신선한 천연식품을 식단에 포함해 적정량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