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던한 선으로 구성된 지붕과 깔끔한 스터코 외벽. 여기에 한옥식 툇마루가 어우러져 독특한 이미지를 갖는 주택의 정면이다.
패시브하우스란 빠져나가는 열이 없도록 꽁꽁 묶어두는 집을 말한다. 완벽한 패시브하우스를 지으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건축주는 집의 규모를 줄여 그 비용으로 단열 요소들을 더해 세미 패시브하우스를 만들었다.
공동육아 모임에서 만난 일곱 가족은 탈도시를 꿈꾸며 2004년 공동택지를 마련했다. 본거지인 충남 천안과 가까운 아산 지역이었다. 그 후 2007년 필지를 분할하고, 그 중 세 가족이 작년에 집을 지었다. 친환경적인 삶에 대한 지향점이 같았기에 건축 역시 함께 했다. 설계는 '저에너지 농어촌 표준 설계도'로 유명한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가 맡았다.
초기 벽난로가 있는 170㎡(약 50평)대 집을 구상했던 부부는 설계를 시작하며 집의 규모를 크게 줄였다. 건축가는 "면적은 네 식구가 살기 충분하면 되고 부족한 점은 좋은 설계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설득했고, 부부도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자는 취지에 동참하기로 했다.
부부교사인 건축주는 "에너지 절감형 주택에 대해 어렴풋이 아는 정도였지만, 설계를 진행하면서 점차 확신을 가졌다"며, "지난겨울을 보내며 축열 효과에 놀라고, 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쾌적한 공기를 누릴 수 있어 흡족하다"고 말했다.
(주)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김용미
문화재와 한옥 등 전통 건축에서 현대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하는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는 최근 에너지 절약을 화두로 한 건축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용미 대표는 문화역사사업의 일환으로 외암민속마을 작업을 하던 중, 바로 옆에 위치한 대지의 주택 설계를 의뢰 받았다. 그 계기로 저에너지 농어촌표준설계도를 기반으로 한 세미패시브하우스 3제를 선보였다.
↑ 천장을 가로지르는 보 안쪽으로 조명을 삽입했다.
단열과 기밀 높인 밀폐용기 같은 집
아산주택은 저에너지 설계의 핵심 기법을 빠짐없이 적용했다. 우선 주택의 배치는 남쪽을 주향으로 택했다. 지역의 기후데이터를 토대로 바람길을 설정하고, 일사량과 도로와의 관계를 따져 남남서향으로 배치했다.
남측창은 최대화하고, 동?서향의 측창은 최소화했다. 단, 여름철 냉방에너지 절감을 위해 남북으로 자연환기가 될 수 있도록 북쪽에도 맞통풍용 창을 계획했다. 창은 알루미늄 보다 열전도율이 낮은 플라스틱 시스템창을 택했다.
경량목구조는 외단열에서의 열교와 내단열에서의 결로 발생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구법이다. 여기에 집의 기밀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붕과 벽에 수성연질폼과 글라스울을 이중으로 시공해 단열성을 높였다. 바깥쪽으로는 통기층을 두고, 투습방수지를 설치해 단열재에 생길 수 있는 결로를 예방하는 조치를 했다.
저에너지 설계 디테일 뿐 아니라, 건축 디자인의 완성도도 놓치지 않았다. 지붕은 지형지세와 건축주 요구사항을 반영해 전통적인 물배의 박공지붕으로 계획했다. 지붕자재인 컬러강판이 2층 벽면까지 타고 내려와 표정있는 집을 만들어 준다.
벽체는 외기에 면한 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게 요철이 심한 평?단면으로 짰고, 처마는 여름철 내부로 유입되는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하여 태양광 입사각도에 맞춰 길이를 산정했다. 그 아래는 데크가 아닌 툇마루를 설치해 한옥의 분위기를 차용했다. 바비큐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넓은 데크는 주택 측면에 배치해 프라이버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 식당과 이어진 우측 데크는 가족들이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사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바람직한 배치다.
↑ 주방과 거실 사이에는 가벽을 설치하고 포켓도어를 두었다. 창을 통해 주방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INTERVIEW]
"집짓기는 가족 모두를 위한 이벤트"
아파트에 살 때는 집에 와도 피곤이 계속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주택은 전혀 달라요. '쉬러 갈 수 있는 집'이 있다는 생각에 퇴근길이 즐거워졌어요. 6개월에 달하는 설계 기간에 가족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서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도 크게 기억에 남아요. 가족 하나하나의 성향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이처럼 가치관까지 바꿔놓는 특별한 일이랍니다.
↑ 중학생 딸아이와 함께 한 건축주 부부. 큰 아들은 인근의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머물며 주말에만 다니러 온다.
↑ 사면에 모두 마당을 두어 각기 다른 용도로 쓰고 있다.
가족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실내 구조
실내는 거실과 주방의 오픈 구조로 개방감을 살렸고, 중간에 가벽의 포켓도어를 설치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점이 돋보인다. 다소 좁은 면적의 주방을 보완하기 위해 보조주방, 데크는 같은 동선에 배치했다.
거실은 TV가 없는 서재 형식으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실 아래를 책장으로 활용했다. 구조용 목재가 노출되어 목구조의 분위기를 살려냈고, 벽면은 깔끔한 화이트톤으로 단정하다.
북쪽으로는 안주인의 전용 공간인 사랑채가 있다. 단 차이를 만들어 독립적인 공간임을 표현하고, 실내는 한식으로 꾸며 색다른 이미지로 연출했다.
↑ 외부인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일정 부위를 유리로 만든 현관과 중문
POINT 01 안주인을 위한 비밀 공간
안주인이 오랜 시간 꿈꾸었던 혼자만의 공간. '비밀의 방'은 일부러 다른 공간과 바닥 높이를 달리해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임을 암묵적으로 표현했다.
↑ 1F
↑ 2F
↑ 딸아이의 방
↑ 출입구와 가까운 외부 화장실 겸 욕실
↑ 주말에 오는 고등학생 아들을 위한 2층방
POINT 02 태양열 집열장치와 난방비용
액티브 계획요소로는 풍력, 지열, 태양열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있으나 투자비 대비 회수효율이 높은 태양열 집열장치만 설치하였다.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의 지원을 받아 4인 가족의 온수를 공급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태양열 면적을 늘려 난방에너지까지 절감하게 할 수도 있으나, 여름철 남는 열은 하자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순수하게 온수만을 사용하도록 했다.
현재 주난방은 LPG가스로 해결하고 있으며, 추위가 심했던 지난겨울은 한달에 20만원 내외의 난방비가 나왔다. 주변 같은 면적의 집들이 40만원 이상 되는 난방비를 내는 데 반해 절반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건축주는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는 아파트식 습관을 없애면, 더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POINT 03 숨은 조명과 열회수 환기장치
거실등은 목재 사이에 조명을 끼워 깔끔하게 연출했다. 우측 벽면의 폐열회수환기장치는 저에너지 주택의 필수 요소다. 겨울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경우 엄청난 열손실이 발생할 것을 고려해, 효율이 좋은 폐열회수환기장치를 설치했다. 실내의 덥고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이고, 신선한 공기를 계속 공급함으로써 24시간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POINT 04 격자무늬 한식 창호
플라스틱 소재의 시스템창호는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다. 이중 좌식방은 내부에 격자여닫이 창을 하나 더 내어 달아 전체적인 분위기를 맞췄다. 외부의 낮은 데크, 툇마루와 잘 어울리는 요소다.
HOUSE DATA
대지위치 :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강당리 대지면적 : 633㎡(191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113.67㎡(24.4평) 연면적 : 125.05㎡(37.8평) 건폐율 : 17.96% 용적률 : 19.75% 주차대수 : 2대 공법 : 기초 - 콘크리트 줄기초 / 지상 - 경량목구조 창호재 : 플라스틱 시스템창호(LE코팅 복층유리, LE코팅 3중유리) 단열재 : 바닥 - EPS 200㎜, 벽 - 수성연질폼 50 + R-19, 지붕 - 수성연질폼 50 + R-30 외벽마감재 : 스터코 스프레이 / 페인팅 내벽마감재 : 친환경 수성페인트, 실크벽지 지붕재 : 컬러강판 설계 : (주)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김용미, 김아원, 유태규 www.gsarchi.co.kr
난방비 결정은 창호가 한다
일반적으로 창문이 많은 집은 장식적인 효과가 높아서 외관이 멋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보이는 것에만 치중했다가는 집의 성능을 결정짓는 '단열'을 놓칠 수 있다. 단순히 생각하면 외벽에 단열재 대신 창문이 많이 들어간다면, 당연히 그 집의 단열값은 떨어진다. 그렇다고 창문을 배치하지 않을 수도 없기에, 창호재의 선택과 배치는 집의 성능을 좌우할만큼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시스템 창호의 종류와 특징
↑ 미국식 시스템 창호
↑ 독일식 시스템 창호
주택에서 사용되는 창호는 대개 '미국식'과 '유럽식'으로 나누어 불리는데, 이들을 아울러 '시스템 창호'라고 한다. 시스템 창호는 일반 창호의 단점인 창틀과 유리 사이의 틈을 없애기 위해 특수한 프로파일(Profile)을 사용한다. 개폐 방식도 Tilt & Turn방식, Parallel 방식, Sliding & Tilt 등 다양하게 개발되어 창틀과 문틀 사이의 틈을 최대한 없애 기밀성, 수밀성, 단열?방음성?내풍압성을 탁월하게 개선시킨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가격은 일반 이중창보다 훨씬 높게 형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에너지 비용 때문에 창호 파트에 건축비를 투자하는 비율은 날로 늘고 있는 추세다.
주택 성능을 높여주는 창호 시공성
일반적인 이중창은 단창으로 만들기 때문에 프로파일 두께가 상당히 두껍다. 반면, 시스템 창호는 단창이긴 하지만 이중유리(Pair - glass)를 사용한다. 하나의 창문에 두 장의 유리가 겹쳐져 중간에 공기층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단창보다 훨씬 높은 단열값을 가질 수 있으며, 일반 이중창보다 창문 프로파일 두께는 얇아지는 이치다. 또한 시스템창호에는 '네일핀'이 있다. 이는 창문 프로파일 외곽선을 따라 날개같이 펼쳐져 있는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목조주택을 시공할 때 이 네일핀에 피스나 못을 박아 창문을 고정시키고, 기밀테이프나 창호용 테이프로 밀봉을 한다. 이는 찬 공기가 창문 틈새를 통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므로 주택의 기밀성과 방수성을 한 단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비닐프레임 창호와 LOW-E 유리
그렇다면 시스템 창호 중에서도 어떤 창호를 택해야 할까? 현재 일반주택의 80~90% 정도가 적용하고 있는 비닐프레임 창호는 프로파일이 PVC 소재로 된 것이다. 이 비닐프레임 창호도 두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바로 '로이(LOW-E)'창호냐, 아니냐가 그 기준이다. 로이란, 일반적인 유리가 아니라 복층유리 사이에 들어가는 유리를 특수 금속막(매우 얇고, 투명한 은과 흡수성이 강한 산화금속을 여러 겹 유리 위에 코팅한 제품)으로 코팅하여, 단열성을 극대화시킨 유리를 일컫는다. LOW-E 창호와 일반 페어창호와의 단열값은 큰 차이가 나므로, 같은 비닐프레임 창호라도 그 가격차가 매우 크다. 저렴하게 시공되는 주택에서는 일반 페어창이 달린 시스템 창호를 많이 사용하지만, 좀더 시공비의 여유가 있는 현장은 LOW-E 창호를 선택하고 있다. 더 고급 사양은 외부 프레임이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고, 내부는 원목으로 된 알우드 창호가 대표적인데, 높은 가격로 인해 보급률이 높지는 않다.
창호에너지효율등급제 시행 이후
사실 일반 건축주가 창문의 성능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2012년 7월부터 제도 차원에서 '창호에너지효율등급제'가 시행되고 있다. 자동차, 가전제품처럼 창호에도 에너지 효율등급이 5단계로 나뉘어 라벨이 붙어 판매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창호의 열관류율과 기밀성, 유리 성능 등이 표기되어 건축주는 자신의 취향과 건축 상황, 예산에 맞춰 비교?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국내에서 제조되는 제품은 물론 수입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 창호에 부착하는 라벨. 열관류율과 기밀성능, 유리와 프레임 재질을 명시하게 되어 있다.
출처 : 1억원대 집짓기 워너비 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