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성모 신심 미사]
오늘 12월 첫 토요일 성모 신심 미사 중에, 방금 읽은 복음 말씀은, 성탄대축일 자정 미사 말씀과 똑같은 말씀인 터이기에, 오늘은 그저 성모님의 입장에서 바라본 성탄 현장에 대하여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성모 어머님은 가브리엘 대천사를 통한 하느님의 뜻을, “보십시오, 저는 하느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는 응답과 함께 받아들이심으로써, 구원의 역사를 이 지상에 끌어들이신 분입니다. 처음에는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몹시 당황하셨으나, 그것이 하느님의 뜻임을 확인한 순간, 순수한 믿음으로, 능동적인 자세로 받아들이신 분입니다. 하느님의 뜻 앞에 당신을 한없이 낮추신 성모님의 그 순명 정신, 그러나 수동적 자세가 아니라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신앙 자세를 먼저 배웁니다. 성모님의 이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신앙 자세는, 아드님의 구원사업 내내, 십자가의 길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끝내는 제자들이 성령의 사람들로 거듭날 때까지 고스란히 함께한 신앙 자세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성자를 잉태하시고, 해산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성모님의 마음은 또 한 번 무너져버릴 것 같으셨을 겁니다. 출산의 장소, 성탄의 장소 때문에 말입니다. 그 장소는 너무나 차갑고 지저분하고 고약한 냄새로 찌든, 노새 또는 당나귀의 주거 공간이었던 곳입니다.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뉠 곳도 이 집짐승들의 밥통이었던 구유였습니다. 차갑고 지저분하고 역겨운 외양간, 그리고 구유!
그러나 성모님은 아기 예수님을 구유에 누이는 순간, 차가움과 지저분함과 역겨움이 사라져버리는 신비, 따뜻하고 깨끗하고 향기로운 장소로 변하는 신비를 체험하셨을 것입니다. 그것조차 하느님의 뜻이라 믿고 비로소 마음이 편하셨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배고픔과 목마름과 헐벗음으로 차가운 이 세상, 탐욕과 시기와 질투로 지저분한 이 세상, 불의와 불목과 증오로 역겨운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아기 예수님을 모시기에 정말 부족한 존재라 하더라도, 아직도 차갑고 지저분하고 역겨운 존재라 하더라도, 그러한 나를 당신 성탄의 장소로 택하여 내려오시기를 성모님께 전구하면서, 조금 더 기도하고 준비하여, 우리 자신을 따뜻하고 깨끗하고 향기로운 구유로 바꾸어 나갈 것을 다짐하며, 이 하루 고마운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하는 하루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