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책임론’ 커지자… 野 뒤늦게 김남국 제소, 黨조사는 중단
[김남국 코인 의혹]
‘엄정 조사-징계 결의문’ 사흘만에
국회 윤리위에 조사-징계 떠넘겨
“李대표가 강하게 제소 주장” 강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왼쪽)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윤리특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60억 코인’ 의혹으로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이훈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코인 논란’으로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17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김 의원의 비협조로 당 자체 진상조사가 불가능해졌다’는 이유를 내세워 뒤늦게 국회 차원의 윤리 기구에 조사 및 징계를 맡기기로 한 것. 김 의원에 대한 “엄정 조사·징계 원칙”을 밝힌 의원총회 결의문을 낸 지 3일 만이다. 결의문에는 정작 의총에서 분출된 “윤리위 제소” 요구는 빠졌었다.
당 안팎에선 “당 지도부가 사태 초기부터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이재명 책임론’이 거세지니 그제야 뒤늦게 윤리위에 제소했다”며 “민주당에서 공천해 국회의원이 된 김 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마저 윤리위로 떠넘긴 셈”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 민주 “당 차원 조사는 중단”
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며 “징계 사유는 국회법에 따른 국회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 의무,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징계안에서 “김 의원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가상자산 보유 여부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의정활동을 해 공정을 의심받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2023년 3월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시간에 가상자산 거래를 하는 등 국회의원의 품위를 유지하며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도 적었다. 민주당은 이날로 김 의원을 대상으로 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과 윤리감찰단 활동은 중단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윤리위 제소 방침이 이재명 대표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하게 주장한 결과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최고위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김 의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때문에 당의 진상조사에 한계가 있으니, 더 지체하지 않고 윤리위에 제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비공개 회의에 참석한 다른 의원도 “윤리위 제소에 반대하는 의원도 있었지만 이 대표가 강하게 제소 필요성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뒤늦게나마 윤리위 제소 카드를 꺼내든 건 민주당이 김 의원의 꼬리자르기식 탈당을 용인했다는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14일 열린 쇄신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원이 ‘윤리위 제소’ 방침을 결의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종 결과물에서 빠진 것을 두고 당내 반발이 심상치 않은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처음부터 김 의원의 탈당을 ‘징계 회피 목적’이라고 규정하고 당에서 제명했어야 했는데 지도부가 타이밍을 놓쳤다”고 비판했다.
● 與 “곧바로 징계” 민주 “절차 준수” 공방
여야는 이날 열린 윤리특위 회의에서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윤리특위 산하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회부 절차를 생략한 채 곧바로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여야 공방 속에 윤리특위에서 김 의원 관련 의혹이 제대로 논의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 국회 윤리특위에는 김 의원 건 외에도 ‘닥터카 탑승 논란’의 민주당 신현영 의원, ‘4·3 망언 사태’의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 등 38건의 징계안이 줄줄이 계류된 상태다. 유명무실한 ‘식물기구’라는 비판 속에 김 의원은 지난달 윤리특위를 상설 특별위원회로 규정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당시 “윤리특별위 구성이 지연되는 등의 이유로 의원 징계안의 장기 계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회의원 전원이 취득·보유한 가상자산 현황을 관련 기관에 자진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안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