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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이 같은 지역인지라
이 사진속의 여인처럼 이쁘게 차려입고 시댁에 간 적이 있었던가
오직 한번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뿐이었던 까마득한 기억.
며느라기로 살아온 30년 넘은 시간의 명절엔
오로지 일복을 입고 가서 일했던 시간이다
저 사진 속의 이쁜 여인처럼 허리를 두두리며
전을 부치고, 식구들 먹을 음식 만들고, 설겆이 하고
다음 끼니 때까지는
이방 저방 누워있는 남정네들 피해
한 구석에 끼어 쉬는 것도 눈치받을 지경이었다.
왜냐, 며느리는 쉬면 안되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남정네들(그 집 아들들) 간식 먹을 것도 챙겨주고
자기네 집에서 쉬는 데 불편함 없게 살펴보는게
주요업무라고 여기는 어른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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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 함께 웃는 명절이라.
온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는 명절이 과연 존재할까?
여자들의 고된 노동이 바탕에 깔려있는 명절인데
웃는 사람은
당연히 노동에서 배제된 사람들 몫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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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상을 차리기 위해
이박삼일을 분주했다
시장 보는 날, 하루
제사음식 만들며 모인 가족들 밥해 먹이는 날, 이틀
명절날 제사상 차리고 차례지낸 후 가족들 밥해먹이는 날, 사흘
이렇게 삼일동안 잔걸음질 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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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깢 3일짜리 노동
명절 2번에
제사 몇번을 가지고 뭘그리 힘든척 하냐구 반문하는 남정네들이 있을 수 있다
한번만 해 보면
다음시즌 다가올 명절이나 제사가
얼마나 공포인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을 만들어 주고 싶다.
제사 음식 만드는 일 뿐만 아니라
명절에 시댁에서 지내는 며느리들의 생활을 고대로 체험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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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설부터 우리가족은 이제 두번의 명절과 세번의 제사를 간소화했다
산소에 직접 찾아가 성묘로 하기로 했다.
성묘 후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찻집에서 차 한잔 하는 행사로 진화시켰다.
우리보다 앞서 간소화한 집들을 보면 마냥 부럽고
우리집은 아직 요원한 일인것만 같아 앞길이 캄캄했었는데
이제 우리도 누군가의 부러움을 사는 선구자적인 가족대열에 들어선 것이다
모든 전통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화의 과정을 걷는 거 아니겠는가
성묘란 무엇이던가
다과와 포, 술을 가지고 가서
묘 앞에서 예를 다하고
산소도 돌보고
도란도란 과일 깎아 먹으며
돌아가신 분들도 추억하고 살아가는 이야기 하는 행사 아니던가
딱 그만큼의 행사로 하기로 결정했을 때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한 건
이 시대 며느리로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들이 느낄 수 있는 마음이지 싶다.

우리집 남자들이 무척이나 완고한 듯 해서
쉽게 개선되지 않을 듯하던 일들이 조금씩 변화해온 과정이
새삼 역사처럼 다가온다
이집안 며느라기의 역사
전을 사서 쓰기로 결정했을 때의 가벼움(당연히 남자들의 동의하에)
몇년 지나
제사나 명절엔 모든 식구들 모여 저녁밥까지 지어 먹이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각자 저녁 먹고 만나 제사를 지내기로 했을 때의 가벼움
물론 며느리들은 모여 제사음식을 만들어야하지만
따로 저녁상까지 차려야하는 번거로움이 없으니
일이 1/3로 줄어든 것 같았다.
그렇게 몇년 후
과감하게 성묘로 결정했을 때는
이제 히말라야 정상에라도 오른 듯 두 손울 번쩍 들어올리며
함성을 지르고 싶었다.

전을 부치며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명절 전날에
시댁 조카부부와 골프장에 간다.
이날은 유난히 골프장에 여자들이 적다
조카와 삼촌
두 남자가 더 돋보이는 시간
우린 이런 열린사고를 가진 선구자의 길을 걷는다구요.

간소와 이전에도 조카부부와는
명절 지낸 후 골프장으로 향하긴 했었다
명절 행사처럼 자연스럽게
수고한 나에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한테도 찾아가
시간을 보냈다
큰 딸 손이 나처럼 엄마손을 닮았다
셋이서 손을 내밀어보니
3대 여인의 손이 비슷하다
주름살만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

딸들과 카페 가기 좋아하는 여인
신정호 부근 카페나들이도 한다.
오늘은 카페 '밀레니엄'으로

이름처럼
카페안의 사람수가
밀레니엄해요
아재개그 또 한번 날리고

커피한잔씩 들고 대화를 하는 시간이 난 좋다
딸들의 이런저런 애피소드도 듣고
속마음도 서로 들여다보고 좋은 시간이 된다
카페에서의 시간이
난 참 좋아요

명절에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영화관람
타짜를 선택했는데
타짜는 갈수록 잔인함이 더해진다
1,2,3 다 봤는데
이젠 4가 나와도 보게될 지 갸웃해진다

오래전부터 이어오던
명절 다음날 칼국수타임은
여전히 지켜가기로 했다
시댁식구들과의 명절 마무리는
역시나 따끈한 국물이 있는 칼국수가 최고다.
추석다음날 영업을 하는 집으로 자주
분당칼국수집이 선택된다
갓김치가 아주 맛난 집이다.

그래그래 기분 최고지?
엄마가 짓고 싶은 표정 대신해 줘서 고마워!
명절이 와도
제삿날이 와도
이제 우리집 며느리 표정은 늘 이럴거야
이씨집안 며느라기는 이렇게 간소화한 명절을 시작으로
늘 가볍고 웃음이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은근 기다려지는 시간으로 바뀔 것 같다.
앞서가는 이씨집안 남자들
시대의 변화를 잘 받아들일 줄 아는 남자들
많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