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햐흐로 1987년 9월쯤 추석 무렵
경기도 파주군 적성면 마지리 육군 제 25사단 공병대 1중대 취사장 뒤편 샤워장...
문제사병으로 취사병이 된
육군병장 안병장은 도끼를 들고 어두컴컴한 샤워장안에서 200근쯤 되는 돼지와 마주했다.
매년 명절이면 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을 가져다 돼지을 키우는 동네 양돈장아저씨가 한 마리씩 부대에 기증하는 덕에 좋던 싫던 취사병들은 매년 명절이면 돼지를 잡아야 했다.
해보면 알지만 돼지는 아무나 잡는게 아니다.
고참병장이라고는 해도 만18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지원해서 85년도에 입대한 안병장은 이제 같 20세을 넘긴 풋내기고 그의 취사장졸병들 또한 나이만 서너살 많을뿐 대학에서 공부만 하다온 책상물림들이 아닌가...
그래도 안병장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시골에서 닭서리해서 소주꽤나 죽였던 경험도 있고...군대라는 곳이 본래 총칼을 들고 인마살상술을 배우는 군인정신이 필요한 곳이고...나이많은 후임들한테 기죽기 싫었던 여러 가지 이유로 도끼를 들게 된 것시었다.
먹고살기 어렵던 어린시절......명절때면 마을사람들이 모여 돼지를 잡던 시골에서 기술좋은 어른이 망치하나로 돼지 정수리를 내리쳐 기절시킨다음 멱을 땄던 것과 지난취사병 선임이 했던 것을 본적이 있는 안병장은 정수리를 향해 용기있게 도끼를 날렸는데....
생명에 위협을 느낀 돼지 정수리는 도끼를 기다려주지 않고 좌우로 흔들흔들.하다..
빗 맞았다. 꽥!!....괴성을 지르며 200근 돼지가 샤워장 문을 박차고....연병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어이쿠 큰일났다..“. 저놈! 잡아라!! ”
맨앞에 놀란 돼지가 뛰고...그뒤에...
취사병의 흰 위생까운.. 흰모자...흰 앞치마..흰장화을 싣고 도끼를 든 안병장이 뛰고....
그뒤에 흰까운을 입은 안병장 두후임 취사병들이 왕싸꾸나 칼 같은 것을 들고 뛰고...
추석에 돼지고기를 못먹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한 공병부대원들은 자발적 총동원으로
삽자루 같은 것들을 주워들고 돼지를 쫓아 줄줄이 연병장을 내달리게 되었다
대행히 군부대라는 것이 사방철조망이 쳐져있고...위병소만 막으면 돼지가 탈출하기 어려운 구조라...돼지는 다시 생포되어 ...병사들의 추석식판에 오를수 있었다... 아마도...돼지를 도살한 것은 그양돈장 아저씨의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기억된다. 일격필살로..돼지를 잡지 못한 20살 어린 취사장 왕고는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고......
제대한지.. 25년이 흘럿지만...지금도 삼겹살을 먹을때나..순대국 먹을때나... ....
특히 고사상의 돼지머리를 보게되면...생각난다
부끄러운 트라무마로....마치 동화의 한 장면처럼... ...
힌 까운에 도끼를 들고 돼지를 쫏아 연병장을 줄줄이 내달리던 부대원들의 우스광스런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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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6일 05시50분경.....
희양산아래 희산이네 논...
예비역은 밤사이 멧돼지들이 다녀간 거의 폐허가 된 논을 보며.. 혀를 끌끌 찻다.
텐트 치고 지킨다고 몇날몇일 창을 세워놓고 지켰지만....역시나.. 저수지 아래 첫논은 돼지들이 하룻밤에 대여섯마리씩 다녀가 놈들에 운동장이 된 뽄세로 이제는 거의 수확할게 없어 보인다...
적개심에 불타는 예비역이 논을 반바퀴 돌 무렵 “꽥” 돼지의 괴성이 들렸다.
이놈...걸렸구나.. 창을 앞세우고 근처로 가니...올무을 뒤집어쓰고 도망가다 나무에 걸린 한 120근쯤 돼보이는 멧돼지가
예비역을 노려보고 치받으려 달려든다... 무섭더라...이장님을 부를까..하다..
일단 1대1로 맞서고 싶었다. 창끝을 앞세우고 급소에 창을 밀어넣었다. "빠각" 뼈에 붙딪치는 소리가 나며 안들어 가더라 ...돼지는 더 사납게 달려들고 ........
다시 힘껏....표현이 안된다...창끝에서 전해지는 그 전율감이라니....
비슷한 덩치의 한생명이 생을 마감하며 온몸을 요동치며 전해주는 그 기운에 살과뼈가 녹아내리는 것 같더라........윽윽....................하여......
놈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예비역은 오줌을 쌀 뻔했다.
...........
현행법상 야생동물을 잡는 것은 모두불법이다. 다만..농작물피해를 입는 곳에 한해 잡은 행위를 용인해 주고 있다. 생태계가 정말 위기라는 반증이기도 하고 ... 자기농산물은 자기가 지키라는 것이고.....
총과사륜차와사냥개가 있는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년 4개월간 레져라는 명목으로 면죄부를 주긴 하지만....
인류의 조상이 수렵생활을 해왔고...가축을 기르기 전에 동물성 단백질을 사냥으로 충당하던 것이 불과 몇십년 전 우리아버지세대까지...어려서 시골에서 토끼며..고라니며...너구리까지..
안다 예비역도. 공장식 축산이 자리잡은 대한민국에서 고급레스토랑에서서 스테이크를 써는것이 돼지 멱을 따는 것 보다 결코 우아한 일이 아니란 것을.....그리고...마트에서 산 삼겹살과 직접멱딴 고기의 차이를.....
돼지들아..내쌀 먹었으니...너희들도..고기내놔.... 미안하다 돼지야...미안해..
.....여러가지로
살생을 저지르고...자기변명을 하게 되네요!.
공지합니다. 9월 8일 일요일 오후5시 작목반에 모이세요.
방위 출신들은 술을 준비하고..
면제자들(여성분들?)은 요리를 하고...
용감한 현역출신들은 괴기를 준비하겠습니다.
첫댓글 와~
부럽다!
쌀 농사 보다 멧돼지 사냥이 훨씬 낫다는...
크흐흐흐... 드디어 잡으셨군요.
아이구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혼자 읽기 아까워서 솔아 있다 이거 읽어봐~
마지막 세줄의 글 아주 좋네요.
이참에 멧돼지 한 서너마리 더 잡으세요 마을 잔치하게~
맷돼지 고기라 바베큐 하는겨? 그나저나 형 글 맛깔나게 잘쓰네요잉!
속상하고 슬픈 이야기인데 글솜씨 땜시 웃습니다.
지금 쯤 그 용맹스런 멧돼지 여러조각으로 흩어져 헛헛한 속으로...
물푸레, 몸 보신하겄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