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부벽루에서
이색(李穡 : 1328~1396)
어제 영명사 절을 지나
잠시 부벽루에 올랐더니
평양성 빈 하늘엔 조각달 하나 떠 있고
바위는 늙거 구름은 천년 세월 떠 있네
기린마는 가서 돌아오지 않는데
천손은 어느 곳에서 노니는가
바람 부는 돌다리에 의지해 읊노라니
산은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浮碧樓(부벽루)
昨過永明寺(작과영명사) 暫登浮碧樓(잠등부벽루)
城空月一片(성공월일편) 石老雲千秋(석노운천추)
麟馬去不返(인마거불반) 天孫何處遊(천손하처유)
長嘯倚風磴(장소의풍등) 山靑江自流(산청강자류)
[어휘풀이]
-浮碧樓(부벽루) : 평양 대동강변 모란대 밑 절벽 위에 있는 누각으로, 물 위에 떠 있는
듯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부벽루는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조선시대 3대
누정으로 꼽힌다.
-永明寺(영명사) : 평양에 있는 절.
-麟馬(인마) : 고구려 건국 영웅 동명왕(고주몽)이 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麒麟馬(기린마).
-天孫(천손) : 동명성왕을 말함.
[역사 이야기]
이색(李穡 : 1328~1396)은 고려 공민왕 때의 문신이며 학자로 호는 목은(牧隱)이다. 포은(圃隱) 정몽주, 야은(冶隱) 길재와 함께 삼은(三隱)의 한 사람이다. 1348년에 원나라에 가서 국자감의 생원이 되어 성리학을 연구하였으며 그곳에서 높은 관직에 올랐다. 1389년(공양왕 1년)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우왕(禹王)이 강화로 쫓겨나자 조민수와 함께 창왕(昌王)을 옹립하여 즉위하게 했다. 명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창왕의 입조와 명나라의 고려에 대한 감국(監國)을 주청하여 이성계 일파의 세력을 억제하려 했다.
이색의 문하에서 고려 왕조에 충절을 지킨 명사와 조선 왕조 창업에 공헌한 사대부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정몽주, 길재, 이숭인 등은 고려 왕조에 충절을 다하였고 정도전, 하륜, 윤소종, 권근 등은 조선 왕조 창업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색, 정몽주, 길재의 학문을 계승한 김종직, 변계량 등은 조선 왕조 초기 성리학의 주류를 이루었다.
출처 : 한기와 함께하는 우리나라 역사 『노을빛 치마에 쓴 시』
지은이 : 고승주. 펴낸 곳 : 도서출판 책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