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18 (수) 한동훈, '내홍 속 퇴진'… "탄핵 찬성 후회 안 해"
"여러분 저는 이 나라가 잘되게 하는 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틀 만인 12월 16일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당 대표로서 마지막 퇴근길을 배웅하기 위해 나온 수십 명의 지지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자신의 사퇴에 슬퍼하고 분노하는 지지자들을 진정시키고 안심시키는 동시에 정치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차량에 탑승하러 이동하는 한동훈 전 대표의 곁엔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윤상현 의원, 박정하 의원, 한지아 의원이 있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차량 앞에 멈춰 선 뒤 권성동 권한대행의 어깨를 두드리며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카메라를 바라보며 "당을 잘 이끌어달라.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달라. 고맙다"며 90도 인사한 뒤 차에 올라탔다.
한동훈 전 대표의 차량을 얼마 못 가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지지자들은 눈물을 보이거나 한동훈 전 대표의 사퇴에 억울함, 분노를 표했다. 지지자들이 울먹이며 "대표님 지켜드리겠다" "한동훈 화이팅"을 연호하자 한동훈 전 대표는 닫았던 차 문을 열고 "여러분 저를 지키려고 하지 말라"라며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날 준비했던 한동훈 전 대표의 기자회견문이 적힌 종이를 한 유튜버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한동훈 전 대표가 "난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한 건 이 다음이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지지자들이 떠나지 않자 한 번 더 문을 열고 나와 "여러분 추운 날 나와줘서 고맙다"며 이처럼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를 태운 차량은 그렇게 국회를 떠났다. 한동훈 전 대표가 떠난 뒤 일부 지지자들은 "배신자 박정하" "배신자 장동혁 어딨어"라며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에게 화가 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박정하 의원과 한지아 의원, 서범수 의원은 "그런 것 아니다"며 지지자들을 진정시켰다.
◆ 한동훈 "탄핵 찬성, 가슴 아프지만 후회하지 않아"
"잠깐 많은 생각이 스쳐 갔고, 마음이 아픈 지지자들을 생각하면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에서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내 의원들의 사퇴 압박을 받았을 때 한 기자로부터 '탄핵 찬성을 후회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던 일을 회상한 뒤 이같이 말했다.
한동훈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돼 더 이상 당 대표로서 정상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62.84%의 득표율로 제3대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146일 만의 사퇴다. 앞서 지난 12월 14일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한동훈 대표는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며 버티기를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팀한동훈'이었던 장동혁·진종오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한 데다 직접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는 것은 여권 내 유력 대권 후보로서 더 버티는 것은 향후 정치 행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대표는 "탄핵이 아닌 이 나라에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며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을 저지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의힘은 12월 3일 밤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다"며 "저는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반대하고, 당 대표 사퇴·탈당을 촉구하는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대표는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이 위대한 나라와 그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이 투입된 것과 여권 일각에서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것을 겨냥해서도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나 극단적 유튜버 같은 극단주의자에 동조하거나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서도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와 범죄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이재명 대표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 곧 비대위 체제 전환… 내홍 여전
한동훈 대표가 사퇴하면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5번째 비대위를 맞게 됐다. 이미 국민의힘 전국위원장을 맡은 이헌승 의원도 전날 비대위원장 임명 절차를 밟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야당이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응을 시작한 상황에서 국민의힘도 당을 수습하고 후보를 내기 위해서는 더 늦출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3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당내 수습책과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위한 논의를 한다.
새 비대위원장에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권영세 의원,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기현 의원 등이 폭넓게 거론되고 있다. 의원총회에 앞서 4선 중진의원들은 오전 11시에 회의를 열고 수습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비대위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민의힘의 내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결 당론을 고수했던 친윤(친윤석열)계와 대구·경북(TK)·중진의원 등 주류세력이 탄핵 찬성을 촉구한 한 대표와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 저지선(100명)이 무너지더라도 찬성표를 던진 최소 12명을 당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전히 여권 내 유력 대선 후보인 한 대표가 대선권가도에 올라탄다면 당내 갈등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부 친한계와 원외 인사들은 이들의 발언을 "인민재판"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신지호 조직부총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에서 "인민재판, '개딸 전체주의'적 모습이다. 단순히 배신자 프레임으로 하는 건 헌법정신과 국회법에 어긋난다"며 "사고는 대통령이 쳤는데 책임은 당 대표에게 뒤집어씌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종철 국민의힘 성북구(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한동훈 대표에 대한 비판을 삼가야 한다. 한동훈 대표를 치욕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며 "비상계엄 날 한동훈 대표가 한 행동이 보수를 구했다는 것을 모르겠다는 말인가. 지난 2주간 한동훈 대표가 보여준 리더십 덕분에 그나마 보수가 다시 설 실낱같은 희망이 존재하게 됐음을 모르겠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당내 수습을 위해 혼란을 야기하는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탄핵소추안과 윤석열 대통령 출당·제명 조치에 강하게 반대해온 윤상현 의원은 이날 SNS에 "탄핵을 막지 못한 우리 모두가 탄핵의 부역자라는 자성을 해야 할 판에, 찬탄(탄핵 찬성) 투표자를 부역자로 낙인찍고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은 우리가 신봉해온 보수의 가치와도 어긋나는 일"이라며 "우리가 윤석열 대통령을 지울 수 없듯이, 찬탄 의원들 역시 우리 가슴에서 지울 수 없는 동지들"이라며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헌재, '윤석열 탄핵심판' 절차 시작… “주심 영향 없을 것”
헌법재판소는 12월 16일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한다”고 밝혔다. 심리에 속도를 내 빠르게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본격 심리는 현재 공석인 재판관 3명 자리가 채워진 이후인 2025년 1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변론준비기일은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12월 14일)한 지 13일 만인 오는 12월 27일로 잡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리 때도 헌재는 사건 접수 13일 만에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이후 세차례 변론준비가 이어졌고 본격적인 변론 절차는 2017년 1월 3일부터 시작됐다. 본격 심리가 이뤄지는 변론기일은 일주일에 평균 두차례 열렸고 17차 변론기일을 거쳐 심리가 종결됐다. 이런 속도로 심리가 진행된다면 윤석열 대통령 사건 역시 늦어도 3월 중에는 헌재의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쟁점이 비교적 간략해 오래 걸리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오지만,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다툴 것을 예고하고 있어 지연될 수도 있다. 헌재는 수사기관의 수사기록도 변론준비기일 안에 확보하겠다고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이의신청 등으로 심리가 지연될 가능성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당시 △수사기록의 방대함 △절차적 정당성 부족 △대통령의 방어권 침해 등을 이유로 헌재가 수사기록을 요구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헌재는 이날 컴퓨터 무작위 추첨을 통해 주심 재판관을 지정했고, 정형식 재판관이 주심이라는 사실이 전해졌지만 헌재는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진 않았다. 헌재는 “내규에 따른 비공개”라고 했지만 과거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주심을 공개했다는 점에선 이례적이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공지를 통해 “변론준비기일은 수명 재판관 2명이 공동으로 관여하고, 변론기일은 재판장 주재하에 재판관 전원의 평의에 따라 진행되므로 주심 재판관이 누구냐는 재판의 속도나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탄핵심판은 헌재 소장이 이끄는 전원재판부에서 재판관 전원이 심리에 참여하기 때문에 주심 재판관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진 못한다. 정형식 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12월 6일 그의 처형인 박선영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해 ‘탄핵심판 보험용 인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헌재가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주심 지정을 비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주심 재판관이 공개되면 심적 부담과 함께 관심이 집중됨으로써 압박감을 받을 수 있다.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심 재판관을 비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헌재가 본격 심리에 나설 채비를 마쳤지만, 본격 심리는 공석인 재판관 3명의 자리가 채워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리 7인 정족수’ 조항의 효력이 잠시 중지돼 재판관 6명 심리도 가능하지만, 6인 체제에서 우선 변론이 진행됐다가 3명의 재판관이 새로 들어온다면 변론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새 재판관들이 이전 변론들을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애초 여야는 새 재판관 후보자 3명 인사청문회를 오는 12월 23일부터 실시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재판관 임명을 지연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헌재의 탄핵심판 본격 착수 시점은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
조국, 교도소에 수감… "날씨가 춥지만 봄은 올 것"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징역 2년 형이 확정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2월 16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날 수감된 조국 전 대표는 2년 간의 형기를 마치면 2026년 12월 15일 출소하게 된다.
조국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서 "전직 당 대표로서 조국혁신당에 당부드린다"라며 "내란 공범 국민의힘이 정권을 유지하는 일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막아야 한다"며 "정권 교체 후 제7공화국 사회권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날씨가 춥지만 봄은 올 것"이라며 "저는 독서, 운동, 성찰을 통해 몸과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겠다"라고 인사했다.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는 '조국을 지키겠습니다. 국가는 국민을 지켜달라' 등 손팻말을 든 지지자 200여명이 모였다.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김재원 비례대표 등 조국혁신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파란색 장미 한송이씩 손에 들고 조국 전 대표를 배웅했다. 조국 전 대표는 지지자들과 소속 의원들에게 작별 인사 후 9시 40분께 구치소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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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