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도봉산과 북한산, 그 앞은 천보산, 왕방산 정상에서 조망
푸른 동햇가에 푸른 민족이 살고 있다.
태양같이 다시 솟는 영원한 불사신(不死身)이다.
고난을 박차고 일어서라, 빛나는 내일이 증언(證言)하리라.
산첩첩 물겹겹, 아름답다 내 나라여!
자유와 정의와 사랑 위에 오래거라, 내 역사여!
가슴에 손 얹고 비는 말씀, 내 겨레 잘 살게 하옵소서.
―― 노산 이은상(鷺山 李殷相, 1903~1982), 「피어린 육백리」에서
▶ 산행일시 : 2021년 11월 28일(일), 맑음
▶ 산행인원 : 4명(자연, 하운, 메아리, 악수)
▶ 산행시간 : 9시간 15분
▶ 산행거리 : 이정표 거리 18.0km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타고 포천으로 가서, 택시 타고 왕산사로 감
▶ 올 때 : 소요산역 앞 맛거리에서 저녁 먹고, 전철 타고 서울로 옴
▶ 구간별 시간
07 : 00 - 동서울터미널, 포천 경유 동송 가는 시외버스 출발
07 : 40 - 포천, 시외버스터미널
08 : 05 - 왕산사(王山寺), 산행시작
08 : 52 ~ 09 : 50 - 왕방산(王方山, 王訪山, △736.8m), 휴식
10 : 02 - 왕방이고개, ╋자 갈림길 안부
10 : 57 - 국사봉(國師峰, 754.9m), 헬기장
11 : 56 - 새목고개(수위봉고개)
12 : 18 ~ 13 : 07 - 656.0m봉(수위봉), 점심
13 : 30 - 임도, 안부
13 : 45 - 501.3m봉
13 : 56 - 449.9m봉
14 : 12 - 455m봉(참나무봉)
14 : 36 - 안부
14 : 51 - 485.5m봉
15 : 02 - 441m봉
15 : 30 - 소요산 주릉, 칼바위
16 : 00 - 소요산(逍遙山) 의상대(義湘臺, 587.5m)
16 : 43 - 자재암(自在庵)
17 : 20 ~ 19 : 01 - 소요산 맛거리, 산행종료, 저녁, 소요산역
2-1. 산행지도(왕방산, 국사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포천 1/25,000)
2-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포천 1/25,000)
2-3. 산행지도(소요산,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포천 1/25,000)
▶ 왕방산(王方山, 王訪山, △736.8m)
왕방산에서 소요산(의상대)까지 산행거리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이정표 거리로 11.6km에 달하고, 넘어야 할
삼각점 또는 표고점 봉우리만도 9좌나 된다. 그래서 그 들머리와 날머리를 가장 짧은 거리로 잡는다. 왕방산은
택시로 그 중턱에 자리 잡은 왕산사로 가서 오르면 2.1km(오지재에서는 3.4km이다)에 불과하다. 택시요금은
넷이 분담하니 시내버스 요금 수준이다.
아침의 왕산사가 적막하기 절간이다. 텅 빈 듯한 절집에 들어가 본다. 본전은 대웅전이다. 대웅전 앞쪽 6개의
기둥에 각각 걸은 주련을 읽어본다. 주련을 보지 않았다면 사찰 껍데기만 본 셈이라고 하니.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우리는 주련의 둘째 구 ‘如雲充滿一切土(마치 구름이 온 세상을 가득히 채우듯)’를 왕방산에 정상에서 목
도하고야 말았다.
佛身普放大光明 부처님이 대광명을 두루 놓으시니
如雲充滿一切土 마치 구름이 온 세상을 가득히 채우듯
色相無邊極淸淨 형과 색과 모양이 가없이 지극히 청정하네
廣相所照咸歡喜 광명이 비치는 곳에 기쁨이 넘치고
處處稱揚佛功德 이 세상 곳곳에서 불 공덕 칭송하니
衆生有苦悉除滅 중생은 고통을 씻은 듯이 잊네
왕방사는 도선국사(道詵國師, 827∼898)가 887년 헌강왕 때 창건했다고 한다. 도선국사가 이곳에 머무를 때, 국
왕(헌강왕일 듯하다)이 친히 멀리까지 행차하여 친견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세월이 흘러 조선시대
에도 왕위에서 물러난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왕자들의 골육상쟁 소식을 듣고 마음을 달래
기 위해 이곳에 며칠 동안 머무르기도 했다고 한다.
왕방산 가는 길은 이정표가 안내한다. 임도 따라 0.2km 정도 산굽이 돌아 오르면 임도 종점이 나오고 소로의
산길을 오른다. 펑퍼짐한 사면에 난 길이다. 관모봉(504.1m봉일 듯하다) 갈림길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에서다.
가쁜 숨을 돌리려고 가던 걸음 멈추고 혹시 놓친 풍경이 있을까 뒤돌아보는데 비경이 둘러 있는 게 아닌가. 포
천시내는 맑은 운해에 잠겼고 그 뒤로 골골을 채운 운해와 첩첩 산이 넋을 잃게 한다.
3. 왼쪽은 명지산, 오른쪽은 연인산
4. 가운데는 화악산
5. 왼쪽부터 국망봉, 화악산, 명지산, 아래 동네는 포천시
6. 왼쪽은 수락산, 오른쪽은 도봉산과 북한산
7. 가운데는 수락산, 그 왼쪽은 불암산, 수락산 오른쪽 뒤로 관악산이 보인다.
8. 운악산, 그 오른쪽 뒤는 매봉, 깃대봉, 대금산 연봉
9. 이날 아침 왕방산 정상에서 야영객(박경덕 님)이 휴대폰으로 찍은 일출
10. 왼쪽은 명지산, 오른쪽은 연인산, 명지산 앞에 귀목봉과 청계산이 보인다
이럴진대 왕방산 정상에서 보는 경치는 어떠할까? 혹시 조금 지나면 운해가 다 스러지지는 않을까? 불안하다.
어서 가서 볼 수밖에 없다. 1.2km 남짓을 줄달음하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데크계단 263개를 그 절반의 개수로
오른다. 등로에 쌓인 낙엽이 내 급한 발걸음에 이는 바람과 거친 숨에 방향 없이 흩날린다. 무럭고개 오르는 주
릉과 만나고 가파름은 한결 수그러든다. 소나무 숲길을 단숨에 내닫고 개활지 질러 왕방정에 오른다.
왕방산이 갑자기 좋아졌다. 내 그간 네댓 번은 올랐지만 오늘 같은 아름다운 경치는 처음이다. 아니 서울 인근
산에서 이런 경치는 처음이다. 왼쪽부터 운해 위로 솟은 봉우리를 살핀다. 낯익은 봉우리다. 국망봉, 화악산, 명
지산, 귀목봉, 청계산, 연인산, 운악산, 봉미산, 서리산, 축령산, 문례봉, 용문산, 주금산, 대금산, 내마산, 철마산,
천마산, 운길산, 예봉산, 검단산, 수원산, 수리봉, 불암산, 수락산, 관악산, 도봉산, 북한산, 불곡산, 앵무봉 …….
왕방정 바로 위에 너른 잔디광장이 있다. 간밤의 야영객 한 분이 짐을 정리하고 있다. 말을 걸었다. 오늘의 일출
이 어떠하더냐고.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면서 휴대폰으로 찍을 사진을 보여주고 또 나에게 보내주었다.
이런 경치는 휴대폰이 아닌 DSLR 카메라로 찍어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자기는 눈과 가슴에만 담아
둔다고 한다. 야영하기 명소인 이곳은 텐트(10동이 한도라고 한다)를 더 칠 수 없도록 빼곡히 찬다고 한다.
우리는 발아래 펼쳐지는 경치가 그만 스러질세라 얼른 보고 또 얼른 보고 나서야 자리 펴고 둘러앉아 입산주
탁주 마신다. 여느 때보다 탁주 맛이 좋다. 안주는 이 가경이다. 부지중에 탁주 한 잔이 아닌 탁주 한 병을 다 비
운다. 그러고 다시 한 번 둘러보니 더욱 기경이 아닐 수 없다. 이만한 경치를 서울 인근에서 볼 수 있는 데를 꼽
는다면, 주금산과 불곡산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그 광활함을 따진다면 왕방산이 으뜸이다.
왕방산은 포천의 진산(鎭山)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에 전국의 모든 지방 고을에는 진산이 배정되어 있었다고 한
다. 진산은 고을의 공간 구성과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중요한 고을 경관 요소다. 조선사회에서 진산은 고을
의 군사적 방어, 신앙적 제의, 풍수적 주산의 기능도 담당했다고 한다. 『성경통지(盛京通志)』에는 “진호(鎭護)하
는 주산으로 제사하던 큰 산을 진산”이라고 했다. 진산은 말 그대로 도읍이나 지방의 취락을 진호하는 주요한
산 또 명산으로서 지덕으로 한 지방을 진정시키는 명산대악(名山大嶽)을 말한다.(최원석,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
11. 오른쪽은 수원산
12. 내마산, 철마산, 가운데는 천마산, 그 오른쪽 뒤로 운길산이 보인다
13. 맨 왼쪽은 연인산, 그 앞 오른쪽은 운악산
14. 왼쪽 맨 뒤는 대금산, 청우산 연릉
15. 멀리 가운데는 용문산, 그 앞은 축령산과 서리산, 그 오른쪽 앞은 주금산, 왼쪽 멀리 고도는 봉미산
16. 왼쪽은 화악산, 오른쪽은 명지산
17, 앞은 죽엽산, 그 뒤로 검단산, 예봉산, 운길산이 보인다
18. 멀리 가운데는 봉미산
▶ 국사봉(國師峰, 754.9m), 소요산(逍遙山) 의상대(義湘臺, 587.5m)
왕방산 정상에서 금방인 것 같은데도 무려 1시간 가까이나 머물렀다. 우리 산행에서 이런 적이 없었다. 그래도
이대로 두고 가는 경치가 차마 아깝다. 어제 회문산을 오른 오지산행의 근래 멋진 조망 사진을 보고 그 현장에
내가 없어서 적잖이 속이 쓰렸는데 이 경치가 제산제 역할을 하여 얼마간 개운해졌다. 마음 다잡고 국사봉을
향한다. 산행은 이제부터다. 해룡산과 칠봉산 연릉 둘러보고 가파른 내리막에 쏟아진다.
낙엽에 묻혀 구르다시피 하며 내린다. 때로는 발을 끌어 돌부리를 걸러낸다. 0.5km를 쏟아 내린 안부는 ╋자 갈
림길인 왕방이고개다. 오른쪽 잘난 길은 깊이울(深谷)유원지로 간다. 멀리서 볼 때는 왕방산에서 한 차례 내렸
다가 오르면 국사봉인데 실제에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정표 거리가 2.8km나 된다. 왕방이고개에서 봉우리
3개 넘고 ╋자 갈림길 안부 지나 다시 봉우리를 2개를 넘어야 한다.
특히 650m봉을 내린 야트막한 안부를 지나고는 바위 슬랩 섞인 곧추선 오르막을 낙엽 쓸며 돌부리나 나무뿌
리 움켜쥐고 기어오른다. 이때는 오뉴월 비지땀을 흘린다. 왕방산을 먼 산으로 만들어 놓고 국사봉이다. 너른
헬기장이 정상 노릇한다. 그 옆 정상은 군부대가 주둔해 있다. 국사봉 또한 조망이 좋다. 도봉산과 북한산은 아
직까지 망망대해의 고도다. 소요산과 마차산, 감악산이 한달음 거리로 보인다. 예전에는 헬기장에서 군부대 쪽
으로 몇 미터 가다 왼쪽 능선을 잡았는데, 군부대 쪽은 철조망 문을 설치하여 잠갔다.
헬기장 왼쪽으로 데크로드를 새로이 설치했다. 데크의 재질이며 데크에 칠한 페인트의 냄새로 보아 설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등로는 데크로드가 안내하지만 (거기는 길게 돌아갈 것 같아) 우리는 옛적 기억을 되살려 데
크로드 난간을 넘어 능선을 잡는다. 바위 섞인 가파른 데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 대단한 험로다. 오르기보다 내
리기가 더 고약하다. 절반은 자의반 타의반 미끄럼 타고 내린다. 오른쪽 사면에서 내려오는 새로이 낸 임도와
만나고 길은 풀린다.
뚝 떨어진 안부에서는 임도 따라 오른쪽 사면을 도는 편이 나았다. 일로 직등하여 교통호 넘고 토치카를 지났
으나 깊은 절벽에 막히고 만다. 별 도리 없어 뒤돌아서고 임도 따라간다. 새목고개다. 이정표와 이곳 등산안내
도에는 ‘수위봉고개’라고 한다. 이정표는 고갯마루 오른쪽 가장자리를 안내한다. 가파른 사면을 한 피치 계단으
로 오르면 주릉이다. 군인의 길이기도 하다. 첨봉의 긴 오르막이다.
656.0m봉. 이곳 등산안내도에는 ‘수위봉’이라고 한다. 정상은 풀숲 키 큰 나무가 둘러 아무 조망이 없다. 공터에
자리 펴고 점심밥 먹는다. 어묵에 이어 라면 끓인다. 오늘도 식탐 내어 만복이다. 발걸음이 무겁다. 봉봉을 오르
내리지만 길은 부드러운 편이다. 그래서 산악오토바이가 다녔다. 길 한가운데가 그 바퀴자국으로 깊게 패이고
낙엽이 덮였으니 허방디디기 일쑤다. 몇 번 자빠지고 나서는 생사면을 뚫거나 길 가장자리로 간다.
앞으로도 상당한 거리는 이들 산악오토바이의 폐해를 고스란히 맛보아야 한다. 안부는 임도와 만난다. 트럭이
올라온 안부다. 몸 컨디션이 난조인 자연 님은 여기서 임도 따라 가까운 동네(걸산동)로 탈출하고 하운 님은 아
름다운 동행한다. 그 덕분(?)에 정작 내가 녹아나게 생겼다. 내 뒤 없이 메아리 님 뒤를 부지런히 뒤쫓아야 되니
말이다. 줄달음한다. 봉봉을 대깍대깍 넘는다. 455m봉. ‘참나무봉, 반바지’라고 쓴 표지가 보인다. 산길에서 흔
히 보는 반바지 님이 임의로 산 이름을 지었는가 했는데, 이곳 관할의 지자체인 동두천시에서 설치한 등산안내
도에 ‘참나무봉’이라고 명기한 이름이었다.
412.8m봉 왼쪽 사면을 돌아갈 때 비로소 소요산이 가깝게 눈에 잡힌다. 묵은 임도가 지나는 임도를 지나면 양
쪽 사면은 가시철조망을 쳤다. 인근에 군부대 사격장이 있어서다. 485.5m봉이 첨봉이다. 두 차례 밧줄 잡고 슬
랩을 오른다. 부드러운 능선이 잠시 이어지는가 싶었는데 473.3m봉이 소요산 관문으로 그 내리막이 여간 사납
지 않다. 길고 가파른 내리막을 레펠 하강을 흉내하며 손바닥이 불이 나게 밧줄 잡고 내린다.
19. 운악산
20. 수락산, 그 오른쪽 뒤는 관악산, 불암산 뒤는 검단산(?)
21. 수리봉
22. 왕방산 정자
23. 수리봉, 그 앞은 용암산
24. 왼쪽부터 수리봉, 불암산, 수락산
25. 앞쪽부터 해룡산, 불암산, 그 오른쪽 뒤는 앵무봉
26. 앞쪽부터 656.0m봉(수위봉), 소요산, 마차산, 감악산, 국사봉에서 조망
그리고 소요산 품에 안긴다. 걸음마 연습하듯 비칠비칠 걸음하여 소요산 주릉인 칼바위에 다다른다. 오를 때의
한껏 가쁜 숨을 모았다가 내릴 때 뱉어내기를 반복한다. 너덜 지나듯 살금살금 칼바위 지나고 ┣자 갈림길 안
부다. 나한대 0.3km. 데크계단이 이어지기에 108개일까 하고 세어보았다. 330개나 된다. 이어 돌길 잠깐 오르
고 사면 돌면 암봉인 나한대다. 정상은 메아리 님이 들르고 나는 계속 사면 돌아 철계단 내리고 올라 완만한 오
르막의 끝인 의상대다.
의상대가 소요산의 주봉이다. 표고 587.5m. 전에 보지 못한 데크 전망대를 설치했다. 사방 빼어난 경점이다. 다
만, 아침때와는 다르게 해거름 미세먼지가 부쩍 늘어 원경이 흐릿하다. 하산! 나한대 쪽으로 간다. 공주봉 쪽이
0.2km 가깝지만 자재암을 들르기 위해서다. 나한대에서 330 데크계단을 내리지 않고 그 왼쪽인 북동쪽 지능선
을 내린다. 군데군데 절벽을 도는 바윗길이라 조심스럽다. 곧 데크계단을 돌아 내려오는 길과 만나고 이 정도면
탄탄대로다.
낙엽이 납작납작해지도록 수많은 등산객들이 다녔지만 썰물처럼 모두 빠져나가고 골짜기에는 우리 둘뿐이다.
올려다보는 하백운대 중백운대 남벽이 위압적이다. 소요산 산행교통의 요충지인 선녀탕 입구 지나 하백운대를
오가는 길과 만나고 자재암이다. 법문하는 폭포 소리가 가늘다. 그 앞 원효샘은 석간수로 전국에서 손꼽이는 명
수(名水)라고 한다. 일찍이 고려 때 시인 백운거사 이규보가 이 물맛을 “젖처럼 맛있는 차가운 물”이라고 감탄
했다고 한다. 관련 문헌을 찾아보았다.
미수 허목(眉叟 許穆, 1595~1682)의 「소요산기(逍遙山記)」에 나온다. 다음은 그 일부다.
(소요사) 동쪽 모퉁이에서 폭포를 구경하였는데, 폭포 위에 5, 6장(丈)이나 되는 큰 바위가 절벽을 내려다보고
있다. 암벽 사이의 구멍에서 졸졸 흘러나오는 샘물은 원효정(元曉井)이다. 이규보(李奎報)의 시에,
循山渡危橋 산 따라 위태로운 다리를 건너
疊足行線路 실 같은 길 조심조심 걸어가누나
上有百仞巓 그 위의 백 길 높이 산꼭대기에
曉聖曾結宇 원효대사 일찍이 절을 지었지
靈蹤渺何處 신령한 그 자취는 어디로 갔나
遺影留鵝素 초상은 흰 비단에 남아 있는데
茶泉貯寒玉 찻물 긷던 샘에 고인 수정 같은 물
酌飮味如乳 마셔 보니 그 맛이 젖과 같구나
此地舊無水 이곳에 그전에는 물이 없어서
釋子難棲住 중들이 살아가기 어려웠는데
曉公一來寄 원효공이 한번 와서 머물게 되자
甘液湧碞竇 바위구멍 속에서 단물 솟았네
하였다.
암벽을 오르고 끊어진 골짜기를 따라 바위에 올라 구봉(九峯)을 바라보니, 산의 돌이 모두 기이하게 생겼다. 중
봉(中峯)의 바위구멍을 지나 현암(懸庵)의 동남쪽으로 나와서 의상대(義相臺)에 오르니, 여기가 최정상이고 그
북쪽은 사자암(獅子庵)이다. 골짜기 입구에서 폭포를 지나 벼랑을 따라 의상대에 오르기까지의 높이가 9000장
(丈)이다. 10월의 산은 깊고 골짜기는 음산한데, 아침에 비가 온 뒤라서 시냇가 돌에 낀 푸른 이끼는 봄과 같고,
단풍잎은 마르지 않았다.
계곡 건너고 계단 올라 금강문을 지나면 백팔계단 내리막이다. 금강문 양쪽 문설주에 걸린 주련은 서산대사의
『선가귀감(禪家龜鑑)』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神光不昧萬古輝猷 거룩한 빛은 어둡지 않아 만고에 빛나도다
入此門內莫存知解 이 문에 들어서면 세상의 일은 알려고 하지 말라
백팔계단 내리고, 원효굴, 원효폭포 들르고 뒤돌아 나와 일주문 지나고 환속한다. 대로다. 무심코 걷다 보니 하
늘 가린 가로수이고 나뭇잎은 다 떨어졌는데도 대로에는 낙엽 한 장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배수로, 장의
자 놓인 쉼터, 쉼터 주변 관목 숲(관목 숲의 낙엽은 틈만 나면 기어 나와 도로에 널브러진다)에도 낙엽 한 장 보
이지 않는다. 물청소라도 한 것처럼 깨끗하다. 도로 옆 계곡에 쓸어 몰아붙였을까 다가가 들여다보았는데 그러
지 않았다. 모조리 마대에 담아 외부로 반출했다. 대단한 작업이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이다.
소요산 맛거리. 집집이 맛집이다. 수위봉 내린 안부께에서 눈 밝은 자연 님이 큰 애 덕순이를 보았기 데려왔다.
그와 함께 술잔 높이 들어 오늘의 무사산행을 자축하는 건배한다.
27. 왼쪽 멀리는 앵무봉
28. 도봉산과 북한산
29. 소요산, 가운데가 소요산 주봉인 의상대
30. 앞쪽부터 소요산, 마차산, 감악산
31. 멀리 가운데는 해룡산
32. 맨 뒤가 감악산
33. 앞 오른쪽은 중백운대, 그 뒤 멀리 왼쪽은 종현산
34. 앞쪽부터 공주봉, 마차산, 감악산
35. 자재암 앞 폭포
첫댓글 왕방 대박입니다
처음 갔을때 소요넘어 종현산까지 물건너, 올라가기도 했는데 ㅠㅠ
다음에는 무럭고개, 왕방산, 해룡산, 천보산으로 진행해도 좋을듯요.^^
@악수 좋습니다..다음에도 조망이 좋겠지요?^^
멋진 조망, 황홀한 하루..
이러니 왕방산을 좋아할 수 밖에요. ^^
왕방산에서의 1시간, 근래 보기드문 조망으로 아주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햇낙엽을 쓸어내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네요^^
일찌기 왕방산 저런 경치를 본 시인 묵객이 없었으니, 우리가 더욱 장한 걸음했습니다.
역시 힘있는 전통 산행기 쟐 읽었습니다. 아직 만추네요. 겨울이 점점 늦게 오나봐요.
건강 챙기시고 즐거운 겨울산행 하세요.
걸를 때는 덥고, 쉴 때는 추운 어정쩡한 날씨입니다.
오지팀의 강건한 산행을 늘 지켜보고 있답니다.^^
어휴~~ 그 조망을 어찌 말로 표현햘 수가 없네요. 대단합니다. 거기에 출중한 찍사님... 저도 간만에 함 가볼렴니다.^^
날 좋을 때 골라 가십시요.
저는 다섯 번만에 저런 조망을 만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