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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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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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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마음
오늘도 기다려 보련다. 태어나 지금까지 기다림이었다. 앞으로도 목숨이 붙어있는 한은 기다리는 나의 시간일 것이다. 간절히 기다리다 보면 이루지는 때도 있고 이루어지지 않는 때가 더욱 많다는 것을 알게 될 때도 있다. 목적이 있는 기다림이 있는가 하면 막연히 무엇인가 이루어질 것 같기도 한 기다림에 희망을 걸기도 하였다. 때로는 아무 기다림도 없이 오늘이면 오늘 내일이면 내일 하면서 될 때로 되겠지 하는 시간들도 너무나 많이 있다는데 놀라기도 하였다. 어릴 때는 낮도 좋았고 밤에도 좋았다. 매일매일 즐거움에 망아지처럼 뛰놀았다. 비록 하늘만 뻥 뚫린 한촌이었다.
매일 즐거움만이 가득하였다고 기억된다. 놀이 감들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먹을 것이 풍족한 것도 아니었다. 궁핍하기 짝이 없었지만 부모님과 친척들이며 어린 친구들이 있었고 잊지 못할 촌락의 이웃 어른들이 살아가는 모습들과 주변의 자연들이 지금도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고불고불한 토담 길을 돌아서면 우물 가요, 옆에는 박 씨네 울타리 안에는 큰 감나무도 있었지 돌아서면 담배건조장이 있었고 옆에 곳집이 공포감을 주기도 하였다. 또 한 굽이 돌아서면 전답이 펼쳐졌다. 먼발치에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조성한 숲들이 마을 앞 반변천을 따라 길게 조성되었지 수령은 알 수는 없었지만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을 자란 나무도 있었다. 그곳은 안식처요 휴식처이기도 하였다. 또한 마을 지키는 마을 수호 목(木)도 있었다.
앞을 지나려면 왠지 마음이 경건해지기도 하였다. 초등학교를 가려면 반드시 울창한 숲길을 지나서 등교하였다. 등하굣길은 또 다른 나의 놀이터였다. 마을 북쪽 계곡에서 흘러내려온 실개천이 마을 서편을 흘러 반변천으로 합류하는 물가에는 봄철이 되면 얼음이 녹아 흘러내리는 맑은 물은 먹어도 될 만큼의 청정 수였다. 물오른 실버들 가지 꺾어 피리 만들어 불기도 하였다. 새벽이 되면 온 마을이 닭울음 소리로 날이 밝았음을 알리며 어서 일어나라는 자명종처럼 가득하였다. 늦은 가을이 되면 추수와 김장도 끝내고 나면 볏짚으로 이영을 엮어서 작년에 이은 지붕을 벗기고 새 짚으로 만든 이엉을 지붕에 갈아입히면 동면에 들곤 하였다. 노란 초가지붕 굴뚝에서 하얀 연기는 마치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그림을 아침저녁에 보여주기도 하였다.
마을 뒷산에서 내려오는 나지막한 낙맥은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한기를 막아주는 언덕 끝나는 부분에 큰 느티나무 두 그루가 마을의 평안(平安)을 지키는 수호신(守護神)처럼 우뚝 서있다. 수령(樹齡)은 얼마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목이었다. 모르기는 하여도 마을의 역사와 함께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목이었다. 형뻘 되는 나무는 벼락을 맞아 속이 텅 비어있어 그 위용(威容)에 압도당하기도 하였다. 봄철부터 가을까지 이 나무 밑은 마을 사람들의 쉼터였다. 여름은 수세(樹勢)가 하늘을 가리어 그늘을 조성하니 쉬는 곳으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나무였다. 들녘에서 땀 흘려 일하다 잠시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봄철 단오(端午) 때에는 어른들께서 짚으로 그네 줄을 틀어 매어주면 젊은 남녀는 그네 타기에 추억을 쌓기도 하였다.
집을 나와 뒤편으로 돌담장 길을 따라가노라면 동사(洞舍:마을회관)가 자리하고 있다. 앞을 우측으로 지나면 윗마을로 연결되는 도로를 따라가면 바로 작은 저수지(貯水池)를 만나게 된다. 특히 겨울철에는 저수지가 결빙(結氷) 되면 마을 모든 아이들이 썰매 타기 놀이장이 되기도 하였다. 북쪽 계곡을 막아 저수지에 담수 된 물은 도수로(導水路)를 따라서 마을 작은 저수지로 유입되어 농경지에 공급되는 생명수가 되었다. 내가 태어나 자라든 마을은 언제나 마음속에 고향으로 남아있다. 그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오늘도 간절한 마음으로 그때를 기다리는 심정이다. 고향은 언제나 함께한다는 것을 세월이 흐르니 더욱 간절하여진다. 6.25전쟁으로 1천만 명의 이산가족들이 발생하였으니 그분들의 고향을 그리는 마음 백분 이해가 간다.
타의(他意)든 자의(自意)든 두고 온 산하(山河)가 얼마나 그리울까 생각만 하여도 가슴 저미는 일이다. 70년이 지났으니 대부분은 고혼(孤魂)이 되었을 것이니 그 많은 기다림의 아름다운 마음을 안고 가버렸다. 그분들의 억울함을 누군가는 풀어주어야 하질 않겠는가. 묵살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고려 말 고려의 충신 3은(隱:圃隱 鄭夢周, 牧隱 李穡, 冶隱 吉再)) 중에 한 사람이었던 야은(冶隱) 길재(吉再) 선생은 오백 년 도읍지(개성)를 돌아보았더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한데 인걸(人傑)은 간곳없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이런가 하노라.”라고 회고가(懷古歌)를 남겼다. 5~6세기 전(前)의 선인(先人)의 심정이 이러할진대 지금의 사람과는 전혀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코끼리도 갈 때는 본향(本鄕)을 찾아간다는 기록을 본 기억이 있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경우 태어나고 자라던 자연적인 환경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지만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은 가고 없다는 심정을 나타낸 시다. 지금 내 심정이나 그때 왔다 가신 길재(吉再) 선생님의 마음이나 모두 같다는 증거들이다. 1천만 명의 이산가족들의 마음도 태어나 자라던 산천(山川)이나 인걸(人傑)들 모두는 꿈속에 묻어두신 분들이다. 오직하였으면 임진강 건너편 북쪽 땅을 바라보면서 망배단(望拜壇)을 설치하고 조상님에게 차례를 올리는 모습에 내 가슴에 뜨거움이 용솟음치고 있다. 금수(禽獸)들도 마음 놓고 왕래하는 마당에 인두겁을 쓰고 있는 사람이 할 짖은 아니라 생각된다. 70년이 넘도록 일천만 명의 원성이 들리지 않은 것인가. 듣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 우리말에 여자가 한(恨)을 품으면 5~6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1천만 명의 한을 어느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머리를 맞대고 최적의 조건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없다면 차선책도 좋을 것이다. 이대로 계속 간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반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안 될 것이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기다리고 기다린 세월이 고희를 넘어가고 있다. 기다리다 지쳐서 고혼이 된 자들이 몇 천만인 고, 오호 생각만 하여도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파진다. 내 가족이 아니라고 하지 마라,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사람이다. 눈뜬 장님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기다림이 너무나 오래도록 지속되지 않았는지 위정자들은 무엇 하는 사람들인가. 이런 것 해결하라고 뽑아준 것이 아니었던가. 날마다 나무다리 긁지 말고 백성의 아프고 가려운 곳부터 해결하길 간절히 바란다. 요사이 뉴스라는 것 보지 않은지 몇 해가 된듯하구나 그것을 보노라면 마치 투견장(鬪犬場)을 보는듯하여 아예 보질 않는다.
주야 장차 싸움질하다가 야합(野合) 하다가 세상 나쁜 짖은 골라서 하는 짓이 그들의 전유물(專有物)이 되었다. 오직하였으면 여의도 똥개 사육장이라 하였겠는가. 성추행이며 폭행 사기 강박 도둑질 불법 부정 도박 간첩 거짓 날조 선전 선동이 하늘을 가리고도 남음이 있는 곳이 그곳이라고 한다. 이런 쓰레기 같은 똥개들이 좋다고 줄 서 따라다니는 얼간이들 모두가 같은 무리들이다. 아직도 40%가 넘는 쓰레기 아래에 쓰레기들이 날뛰는 세상이다. 시야(視野)가 캄캄하여 앞이 보이질 않는다. 짙은 먹장구름의 두께가 얼마인지 셈하기도 지쳤다. 완전히 미치지 않고는 이러지는 못할 것이다. 무엇 하나 온전한 곳이 없다. 잘한 것이라고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만이 가득하다. 창피하여 말을 잊지도 못할 지경이다. 기다려 보지만 희망의 싹이 노랗다 못해 점점 붉어지고 있다.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무슨 사단이 나도 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라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법이라 하였다. 이상하게도 법을 지키라고 임명하였는데 법을 걸레로 만들고도 잘 하였다고 한다. 거짓말은 또 거짓말을 낳는다고 하는데 한 번의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도 아니라는 자와 거짓말이라는 자와의 지루한 다툼이 지속된다니 볼 것 다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식자들이 말하기를 지금까지 잘한 것이 있다면 한 가지라도 제시해 보라는 말이 있었겠는지 생각이 나 해보자꾸나. 조선시대 어리석은 군주를 임진왜란의 군주로 선조와, 병자호란의 장본인은 인조이며. 그리고 한일 합병의 군주 고종을 혹자들은 무능한 군주로 말하고 있다. 무능함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무능한 사람이 있는 모습이다.
지금 권좌를 지키는 사람도 무능의 범주에 들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밤잠을 거스를 때가 있다. 아직은 내게도 그들에 대한 쥐꼬리만 한 애정이 남아있는 듯하다.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게 있으니 말이다.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이산가족의 아픔이 너무나 오래되어 가슴속이 시커멓게 타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가다리고 있다. 비틀거리지 말고 확실하게 바로잡아주길 간절한 마음이다. 비난한다는 것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발로(發露)일 것이라 말하고 싶다. 끝
2020년 11월 17일 화요일 오전에
夢室에서 法珉 김광수 씀
#일상·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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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을 갖고싶은 사람입니다. 평소의 생각들을 기고하여 친구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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