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우리 삶의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들
오늘도 하늘은 늘 변함없이 파랗고 높다
그러나 지구촌에서는 끊임없는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 삶의 보금자리 무대에서 많이 사라져간 것이다
자연의 변화에 종달새 뜸부기 꾀꼬리 소쩍새 굴뚝새도 사라져가고
참새 숫자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머릿니 썩케 빈대 벼룩은 6.25 전쟁 전후의 디디티(DDT) 살포로 사라져 가고
꾹저구 용고기 모래무지 지름종아리 자연산 산천어도 하천 오염으로 희소
가치가 되었다
거머리 물반개 부새우 논골뱅이 민물 털게도 농약의 영향이 없지 않았다
산토끼 집토끼 족제비 호랑이 곰 담비 노루 오소리 여우 들쥐 두더지 토종닭 늑대 삽살개
곤충인 메뚜기 번데기 굼벵이 장수풍뎅이 토종꿀벌도 한통속의 피해에서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과일나무 중 꽤나무 개살구 개복숭아 청도복숭아 토종고종시 토종밤나무 토종앵두나무 토종감나무 고욤나무 돌배나무 등
이렇듯 우리 삶도 변화의 회오리 속에
나무꾼과 선녀 갑돌이와 갑순이 총각과 처녀 콩쥐와 팥쥐 공순이
상투 댕기머리 부잣집 머슴꾼 식모 시묘살이 매장문화 돌팔이 의사 옛말로 사라지고 인생 연극무대에서나 겨우 연명 될 것 같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시대 여성의 성과 이름은 오직 성만 있었다
나의 어머이는 강릉 김씨(金氏)
그렇게 살다가 이름도 없이 불귀의 몸이 되셨다
우리가 입는 입성들 삼베 길쌈 옷 광목 옥양목 명주 한복 옷 베잠뱅이
수의(이제는 삼베로 만든 수의도 입어보지 못하고 입고 있는 평상복으로 떠난다) 횃대보 갓 망건 중절모자 사모관대 쪽도리 민속 박물관의 골동품들로 볼 수 있다
운송기구의 진화로 리어커 지게 물지개 괴나리봇짐 구르마 시내버스의 차장 일반 차량의 조수직업 전대(돈이나 물건 넣는 자루) 상여 꽃가마 나룻배 바다의 돛단배 뗏목도 귀한 존재가 되었다
보금자리 가옥도 초가집 너와집 귀틀집 굴뚝집 토굴집 볏짚 움막집 돌담집 약방집 마굿간 구멍가게집 코클집 정낭(뒷간) 부엌 있는 집 참외밭 원두막 물레방앗간 발방앗간 담배건조실 판잣집도 보존가옥이 될 판이다
그릇들은 또 어떤가요
함지 대야 다라 두가리 등잔 남포등 요강 가마 부시 담뱃대 성냥갑 조롱박 바가지 똥장군 물동이 주루먹 구유 물 퍼 올리는 용두레 짚 빨랫줄 인두 숯불 다림이 현무암 맷돌 나무 절구 떡판 떡메 또아리 많기도 많지만 이름도 모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검정 고무신 짚신 나막신 꽃신도 그렇고
기타 베틀 가마니틀 발 탈곡기(와롱) 새끼 꼬는 기계 돗자리 짜는 기계 짚 멍석 도리깨 탯돌 농기구인 보구래 번지 가래 다듬이와 방망이 도르래 마을 우물 펌프 수도 섶다리 징검다리 싸리 울타리 옛 돌담 지우개 달린 연필 잉크 넣는 만년필 나무알주판 필름카메라 벼루 먹 연적 등
음식문화에서도 건추밥 강보리밥 이밥 무채밥 못밥 벤또 밥 칡떡 송기떡
보리 개떡 취떡 송화다식 농촌 질먹기 싸리나무로 꿴 곶감 보릿고개 찐 강보리밥 개장국 묵사발 노령층의 단골 메뉴의 그리움 되었다
어린 시절 놀이문화가 없었기에 딱지치기 제기차기 자치기 널뛰기
고무줄 넘기 말타기 놀이 손수건 돌리기 짚 축구공 차기
어른들은 바가지 물 장단 치는 놀이 쌍륙(雙六) 놀이 지게 싸움 마을 농악대 빨래판 두드리기 술집에서 술상에 젓가락 장단치기가 고작이었다
농촌풍속 풍경의 변화에는 물못자리 손 모심기 논두렁 콩 심기 산골 소년 소몰이 시골 대장간 가마솥과 부뚜막 부엌 개구멍 불피우는 무쇠 풍구 떡추렴 밥추렴 정월 대보름날 쥐불놀이 망월 불꽃놀이 밥 얻어먹으러 다니는 날 정월 대보름날 아침 더위팔기 아기 태어나면 대문에 금줄 치기 양잿물로 세탁하기 빨래터 미장원 이발소 누에치기 국민핵교 분교 설날 어르신에게 세배하기
한문 글공부 서당문화도 사라져 갔다
도시 속의 풍경변화는 골목길 아이스케키 파는 소리
통행금지 사이렌 소리 야경꾼의 딱 딱딱 막대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호루라기 부는 소리 야간 찰떡 메밀묵 파는 소리 새벽 교회 종소리..
내 삶의 아련한 1세대는 이렇게 간난의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지나고 보니 짧은 시간에 많이 변화되었음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난 세월에 있던 일들 사라져가니 노년의 추억에 그리움 싣고
익혀보려 하니 더욱 허전하게 아려온다
인생 육십 환갑잔치와 전통혼례식 전통 장례식
제례 절차도 줄어들고 무덤이 없으니 벌초도 사라질 것 같다
앞으로 경제 사회 문화의 발전으로 공휴일이 점점 늘어나니
여유 시간으로 민속 박물관을 찾을 때
지금의 변화와 발전 속도를 본다면
AI(인공지능) 시대에 사람이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AI의 로봇이 사람을 오히려 관람대상으로 만들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꾸준한 탐구와 노력으로 AI의 로봇보다 앞서가야 하는데
사라져 가는 모든 것은 진화과정에서 뒤로 밀려났을 뿐
온고지신으로 역사를 갈고 다듬어야 하며
환경오염과 공해의 발원지를 찾아 자연이 우리에게 준 순수한 무대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진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다시 1세대 후 오늘에서 본다면 사라지는 것들이 기하급수로 빠를 것 같다
사라지는 것들이 미래의 뿌리였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시간이 바쁜 것 같다
특히 자연에서
사라져가는 철새 애벌레 물고기 동식물들 그리고 곤충 그들은 환경 지표종이 이닐까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기에 우리 생활도 여유 있고 풍요로워진 것은 아닐까
이 순간도 사라져가는 것들을 보존 보전하여 삶의 질을 높여 나가야 한다는 간절한 상념 들..
내가 걷던 시골 오솔길이 신작로로 되었으니 그 옛길을 그리워하며 다시 걸어보는 것이다
늘 지나온 연륜만큼 겸손해지고 무엇인가 텅 빈 공허함에 겸허해짐은
어찌 된 일인가
< 사색의 뜨락 중에서>
시인 / 수필가 / 소설가 / 현법 / 유 재흥